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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의 심리학
에드 라이트 지음, 정미나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탐욕이란 끝이 없다. 한번 맛들이면 점점 더 원하게 마련이다. (9)
요즈음 잡다한 스캔들에서 부패, 횡령 등 굵직한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숱한 스캔들이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세상이다. 가히 스캔들 홍수의 시대가 아닐까? 그렇다면 숱하게 보았던 스캔들의 결말-아니 결말까지 가지 않더라고 추잡하고 부도적인 상황 자체에 대한 환멸-을 떠올리 때, 인간의 어떤 욕망, 어떤 심리가 소위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럼에도 등이 훤히 보이면서 단추가 풀어진 여인의 뒷모습이 은밀한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표지가 시선을 끌면서 ‘스캔들’이란 제목과 합해져, 섹스 스캔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며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또한 최근에 읽은 책 <인문학 두드림 콘서트>를 통해 세기의 로맨스의 최후가 어떠했는지 상세히 본 후라, 더욱 제목과 표지만으로 일단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단 스캔들의 의미부터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스캔들(scandal), 영어의 사전적 의미는 ‘추문, 악평’에서 불명예, (항간의) 물의, 오직[독직, 부정, 횡령] 사건, 비방으로 넓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국어사전에는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또는 불명예스러운 평판이나 소문으로 정의하며 ‘좋지 못한 소문’, ‘추문’으로 순화하여 사용하라 한다. 그렇다면 <스캔들의 심리학>의 원제가 ‘HISTORY'S GREATEST SCANCALS'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섹스, 부패, 사기, 살인, 성도착, 협박 등등의 다양한 영역의 스캔들 중 ’역사상 최고의 스캔들‘로 여겨지는 사건들과 31명의 유명 인사를 한데 묶어 이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바로 ‘사기의 달인, 테레즈 윔베르’의 이야기였다. 거짓말로 시작되어 프랑스 경제, 정계를 휘두르며 호위호식 했던 사기꾼의 이야기와 너무도 닮은 듯 보이는 몇 해 전 사건이 떠올랐다. 학력 위조 파문으로 불거져 정계의 부패, 비리까지 연결되었던 그 사건 말이다. 책에서 소개된 온갖 스캔들이란 스캔들은 총망라된 듯,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을 곱씹으며, 골똘히 생각해 보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스캔들의 내막을 낱낱이 풀어냈다. 그리고 그 스캔들의 동기를 '분노(anger), 시기(envy), 외고집(faith), 탐식(gluttony), 탐욕(greed), 허망(hope), 정욕(lust), 교만(pride), 나태(sloth)'라는 인간의 9가지 욕망으로 분석하였다. 다양한 스캔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가슴 속이 답답해지면서, 내 안에 잠재된 ‘탐욕, 숱한 유혹’들을 떠올리며 결국 나 자신과의 한 판 씨름을 해야 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욕망, 유혹에 스스로 파멸하고 쓸쓸한 최후를 맞게 되는 그들의 이야기가 넌지시 던지는 메시지는 강했다. 비단 사회적 명성과 부를 축적한 특수 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스캔들 속에 숨겨진 인간의 내밀의 욕망, 그 유혹과 끊임없이 싸우며 자멸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라는 옛 선현들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