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 보았지만 읽지는 못한 명화의 재발견
전준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8월

화가의 시선에서 그림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갖게 되는 책이었다. 화가의 시선을 따라, 좀 더 쉽게 그림을 읽고 더 많이 공감하고 싶다는 열망을 읽어준 책이 바로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이다. 부제 그대로 그동안 숱하게 ‘보았지만’ 읽지는 못한 명화의 재발견! 기존의 인식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작지만 커다란 희열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하나의 주제로 두세 개의 명화를 하나로 묶어 비교 분석하며 그림 속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때론 누구나 알만한 그림에서 생소했던 명화와 조각 그리고 동서양의 명화를 각각의 7가지 테마별로 묶어 좀 더 재밌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미술 입문 교양서이다.

왜 명화가 명화일 수밖에 없는지 그 극명한 이유를 아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림 탄생의 비화, 작가의 계산된 구성과 색채의 조화, 그리고 작가의 생애에 대해 짧지만 알찬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채워주었다. 특히, 각 작품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머릿속에 갇혔던 이미지를 ‘artist view'를 통해 시각적으로 더욱 구체화시켜준다.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구성과 해석은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와 명화는 더욱 풍성해진다.

한 예술가의 삶, 집념, 열정, 사랑을 그림 속에서 오롯이 느끼며, 역사적 사실과 인간적 진실을 고뇌한 흔적들을 확인하고 그림에 얽힌 충격적인 뒷이야기도 재밌게 듣게 된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 생각이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화두가 되어 말을 걸어와 귀가 솔깃하며 더욱 흥미로웠다. 때론 우리 미술(한국화)에 대한 독자성과 정체성을 고민할 무렵, 식민 잔재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동양화라 고리타분하고 촌스러운 것으로 천시하는 우리의 태도와 서구 추종적 미감과 교육 실태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어 깜짝 놀라기도 하였다.

그림이 간직하고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과 소리, 떨림, 향기 등의 오감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성큼성큼 ‘그림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림 속에 잠재되어 있던 생명력이 봄물 터지듯 가슴 속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더 나아가 그림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찾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나는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지금껏 읽은 그 어떤 책보다 그림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감성을 깨워주는 책이었다. 특히 문외한의 입장에서 쉽고 재밌고, 흥미롭고, 명쾌하고 또 유쾌하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 어렵던 수학 문제를 풀어낸 듯, 쉽고 명쾌한 그림 읽기는,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하고 통쾌였다. 그림을 보는 재미와 풀어내는 재미를 느끼며 모두 함께 그림 속으로 가을여행을 준비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