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 - "상상조차 못한 것을 디자인하고 창조하라."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지음, 강지희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잠재된 ‘창의성’의 씨앗을 깨우고 있다“는 책소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세계적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디자인 회사, ‘프로그’-실은 난생 처음 들어본다-, 성공한 기업의 중심에 그들의 전략이 있었다는데, 그렇다면 창립자 ‘하르트무트 에슬링거’의 성공과 모험 그리고 그의 메시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또한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읽을 수 있는 남다른 지혜를 얻고 싶다는 기대로 냉큼 집어 들었다.
 
일단, 읽을수록 놀라운 에너지에 압도당한다. 역동적인 힘이 넘쳐, 어떤 강한 기운이 전해진다. 또한 그의 놀라운 직관력, 통찰력에 그의 주장에 이내 설득당한 듯하다. ‘디자인 중심 혁신’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창하며 친환경, 리더십 그리고 혁신의 가치가 새로운 미래 사회의 밑거름임을 조목조목 파헤친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며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그 간절한 염원에 공감하며, 함께 고민하다보니,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성공적인 디자인 중심 비즈니스 전략의 현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디자이너와 비즈니스 리더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전략과 예들은 디자인, 비즈니스에 문외한이 내게도 쉽게 다가와, 흥미진진했다. 기존의 ‘서비스 경제’에서 “창조 경제”로의 대변혁기에 ‘친환경, 혁신적 디자인 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녹색 경제’라는 시대 변화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하지 않던가! 미적 갈망, 추구는 우리의 기본적인 본능 중에 하나일 것이다. 기존의 경제 시스템의 원리에서 벗어나 미적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과 창조력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우리 모두의 화두가 되었다. 그렇다면, ‘생활 전반으로 스며든 ‘창조’의 가치를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어찌하면 좀더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법을 찾는 흥미로운 모험이 펼쳐진다.
 
“이젠 자신이 주체가 되어 디자인하라”는 그의 당부가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스스로의 삶을 디자인하고 가꾸고 일구어가는 삶을 주체적 실천 방향을 제시하였다. 끈질긴 자기 개발과 노력을 통해 발로 뛰는 땀의 결심을 ‘하르트무트 에슬링거’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그의 결의, 확신과 자긍심이 온 몸의 세포들을 깨운다. 머리가 삐쭉, 정신이 번쩍 들며 책을 읽는 자세부터 남다르게 한다.
 
 
“유연하고 끈기 있는 자세로 원칙을 지키며 모든 일을 진행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93)
‘디자인’이란 한정된 분야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만큼 나는 무지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디자인이란 깊고 넓은 바다에 빠진 듯하다. 아니 끝을 헤아릴 수 없는 광활한 우주만큼 디자인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만나게 된 듯하다. ‘디자인’은 우리 삶의 전반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창조성을 발휘하는 영역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윤리적 리더십, 인재’등의 화두는 밥벌이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삶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필요성을 가슴으로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문제부터 전지구적인 당면 과제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는 논의와 고찰이 이루어진다. ‘디자인 중심 혁명’이란 조금은 거창하고 모호했던 그의 슬로건은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이다.
 
 
“세상이 변하길 원한다면 너 자신이 그 변화가 되어라.”
(Mahatma Gandhi)

마지막으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습관’을 바꾸고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인간 중심의 더 나은 삶, 우리 모두의 삶의 향상을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이라는 의식의 변화, 스스로 가치 있는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가슴 깊이 깨닫게 된다.
 
 
디자인 혁신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회복하고, 친환경 중심, 인간 중심의 삶의 해결 실마리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가 당면한 여러 쟁점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구시대의 낡은 제도, 가치를 좀 더 인간적이고 거시적으로 발전시키자는 그의 선경지명, 통찰력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는 그의 지난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어떤 영감,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미적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결합한 ‘창의성’의 씨앗이 터져 만개할 그날을 기대해 보면 어떨까? 그 전에 우리는 시대적 변화에 참여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좀 더 따뜻하고 조화로우며,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삶의 자세를 이젠 재창조해야 할 시점이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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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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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목했던 작가가 바로 ‘조정래’였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의 대하소설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어린 시절 삼촌의 책장에 꽂혀 있던 그 책들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 우리 역사의 흐름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 특히 생생하게 되살아나 수시로 고개를 들며 나를 자극하는 것이 좋아, ‘그를 탐해볼까?’하면서 조금은 주저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조금은 가벼운 마음-책의 분량이 주는 부담감이 없는 것이다-으로 <인간 연습>을 펼쳤다.

‘인간 연습’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운 제목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자마자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인간의 삶, 그것은 결국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연습‘이었다.”라는 한 문장으로 모든 의혹이 풀렸다. 오히려 더욱 호기심을 키우고 설렘과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올랐다.

 

쏘련이 붕괴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적 배경 속에서 이념형 인간(박동건, 윤혁)의 종말과 거듭나기를 그리고 있다. 남파 간첩으로 체포되어 강제 전향을 당하고 출소해 보호관찰 중인 장기수 출신의 노인 ‘윤혁’의 개인적 삶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이면을 보게 된다. 어린 시절 반공 교육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강제 전향의 혹독한 고문의 현장과 감옥에서의 외로운, 처절한 사투의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 생소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처절한 고민은 오늘의 남북한의 갈등과 대립 더 나아가 통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북에서 남파한 간첩이란 소재와 이념을 초월한 피보다 진했던 뜨거운 형제애를 그린 영화 <의형제>를 떠올리게 하였다. 남파 공작원 지원(강동원 역)과 파면당한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 역)의 소통과 우정은 가슴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이념의 대립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순간 ‘인간적’ 모습에 공감하고 서로를 보듬어 안는 과정이 <인간 연습> 속에 녹아있는 맥과 하나였다. 이념, 사상 이전 태초의 ‘인간적 모습’, ‘인간다움’에 대한 처절한 고민의 시간이었다. 주인공 윤혁의 수기를 읽고 찾아온 ‘최선숙 원장’ 그녀 역시 ‘사회주의 사상’으로 인해 고난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녀가 사회주의에 빠진 동기 또한 바로 ‘인간다움, 인간에 대한 뜨거운 배려’ 아니었던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가 어떻게 새로운 유형의 인간관계-경희, 기준남매와 청년 강민규, 고아원 원장 최선숙-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삶의 의지와 열의를 갖고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이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보호관찰의 와중에 만난 고아 ‘경희, 기준’ 냠매를 통해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놀라만큼-삶에 뜨거운 애착을 갖게 된 이야기와 ‘아이들이 인간꽃’이라는 최 원장의 이야기, 그리고 실천하는 올곧은 삶의 자세는 눈시울을 붉히게 하며, 가슴에 뜨거운 불기둥을 일으켰다.

노동운동을 하다 감옥에 들어온 청년 ‘강민규’와의 교우로 세상과 조금씩 마주하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다. 연좌제로 인해 굴곡진 삶을 살게 된 수많은 가족들, 그로인해 홀로 남겨진 그에게 끊임없이 번역 일거리를 챙겨주고, 대화를 나누며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길잡이로서 배려하고 존경하는 마음들이 독보였다. 또한 “건전한 보수와 생산적 진보를 조화시켜 좌우의 날개로 균형을 잡는” 시민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강민규의 의지는 또 다른 ‘인간다운 삶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엿보게 하였다.

 

언젠가 ‘비전향장기수’의 삶을 만난 적이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하고 있다>(신현철, 삼인)에서 조금은 어렵게 다가왔던 그의 이야기가 <인간 연습>읕 통해 더욱 가깝게 다가오며, 개인적 신념과 이념의 처절한 갈등과 마주하기도 하였다. 이번에도 역시, “이념, 사상 이전에 ‘인간’이 있다”는 명쾌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개인적 생각과 신념으로 많은 사회적 갈등을 안고 있는 오늘,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엿보고,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찰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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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거짓말의 기억 디 아더스 The Others 3
로사 몬테로 지음, 송병선 옮김 / 푸른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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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과 용기는 함께 오는 걸세.

가끔은 나도 두려움이 끝나고 용기가 시작되는 부분이 어딘지 몰라 "

(223)

 

 

참으로 독특하고 진중한 이야기이다. 남편의 실종으로 시작된 사건의 전개가 미스터리를 가미하며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너무도 생소한 분위기가 어리둥절하였다. 아무래도, 주인공 루시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전혀 낯선 곳으로 홀로 떨어져버린 고독감 속에서 홀로 삶의 투지를 다지고, 스스로 자신을 깨우쳐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물론 루시아는 결코 혼자가 아니였다. 지독한 고독 속에서도 우리가 명심해고 또 기억해야 할 가치처럼. 우연히 실종 사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이웃집 노인 ‘펠릭스’와 위층에 사는 젊은이 ‘아드리안’이 그녀의 곁에 지켰다. 세대를 아우르는 등장인물들, 하지만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를 통해 함께 하는 과정 속,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가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남편의 실종과 협박 등의 미스터리한 사건 사이에 노인 ‘펠릭스’의 지난 과거가 액자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무정부주의 행동 요원이자, 투우사였던 그의 과거가 때론 흐름을 깨는 듯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하였지만, 노인이 삶을 통해 얻게 된 통찰과 지혜가 조금씩 작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80평생의 삶이 그의 이야기, 몇 마디 말들로 압축되고, 그간의 삶의 행적이 실종 사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건의 열쇠처럼 작용하는데, 다른 과거들과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단서들을 찾아 이야기의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어느새 흐릿하지만 서서히 뭔가 윤곽이 잡혀가고, 사건의 진실, 실체를 확인하는 과정이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까 당신의 과거를 대신하는 싸구려 대용품들이 갈수록 해체되고 분해되는 당신의 존재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그것이 단지 육체적인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티 필클 크림이 자연적으로 건강한 뺨을 대신하는 것처럼 청년 시절의 호기심 대신 남들이 이미 사용한 진부한 생각이 자리를 잡고, 애송이의 떨리는 사랑 대신 자기중심적인 삶이 일상이 되며, 살고자 하는 욕망보다 새로운 차가 더 중요해진다. 늙어가면서 우리는 자신의 일반적인 장소와 대상으로 가득 채워 우리 내부에서 벌어지는 큼을 메우려고 한다. (270, 271)

 

 

제목처럼 ‘거짓말’에 주목하게 되었다. 주인공 루시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때론 ‘거짓’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거짓말의 의도가 없지만 ‘생략’과 ‘누락’을 통해 우리는 종종 자신의 삶을 꾸미고 과장한다는 사실, 그렇게 자신을 애써 포장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에 커다란 허상의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지적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깨닫게 주체적으로 세상에 뛰어들게 되는 과정이 적잖은 감동을 주었다. 자신의 삶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새삼스레 느끼는 바가 컸다. 자신의 삶 속 위선과 거짓을 거둬내고, 부족하고 서툴지만 진실한 삶을 위한 주체적인 태도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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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
하버드 철학 리뷰 편집부 엮음, 강유원.최봉실 옮김 / 돌베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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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여러 석학들에게 던지는 질문(어떻게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으로, 나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내가 처음 ‘철학’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 <소피의 세계>(요슈타인 가아더, 현암사)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끊임없이 던지는 철학적 의문들은 공부로 지친 머리에 신선한 ‘충격과 흥미’의 바람이 일으켰다. 하지만 세상이란 거대한 소용돌이에 정신없이 내몰리다보니, 철학은 공허한, 무용의 것이 되어버렸다. 허나, 또 다른 허기와 갈증으로 질식당하는 요즘 ‘철학적 사유’는 신선한 바람이 되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울 것 같은 희망이 움트고 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철학’이란 세상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하였다. 왠지 모르게 단단해지고 풍성해지는,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의 물결이 내 안에 일렁거리고, 한층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고 할까? 그렇게 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를 펼치게 되었다.

 

14인의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과의 만남, 철학의 ‘가장 현대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사상가들과의 대화는 결코 쉽지 않음은 분명하다. 솔직히 그나마 이름 정도 알고 있는 학자가 고작 세 명-움베르토 에코, 존 롤스, 마이클 샌델-일 뿐이었다. 부족한 역량 탓에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수시로 두려움으로 변하며, 무척 고되고 험난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리타분하고 난해함에서 벗어나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로써의 ‘철학함’이란 화두가 무척 흥미로웠다.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는 ‘철학함’이란 행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에서 출발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이러한 과정은 ‘철학적 사유를 자극하고, 도전적인 문제의식과 통찰’을 얻게 해준다. 우리들이 사고를 고취시키며 삶의 지혜를 얻는 ‘철학함’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만끽하다보면, ‘철학은 어렵다’라는 편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철학자가 탐구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관심과 체험’이라는 개인적 요소와 교육환경이라는 제도적 요소에서 복합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라는 서문의 한 구절은 용기를 주고 많은 힘이 되었다. 천천히 그들과의 인터뷰에 동참하다보면, 나의 관심과 체험들이 그들의 이야기 속에 녹아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이었던 많은 문제들과 고민들이 때론 너무도 쉽게 풀리고, 나름 나 자신을 느끼며 알아가는 과정에 집중하였다. 그러다보니, 책과의 한 판 씨름 후엔 세상을 읽는 관점, 시선에 대한 그들의 학문적 고찰이 시나브로 머리와 가슴으로 와 닿는다.

 

우리 주변의 삶에 대한 관심과 그간의 체험들을 그들과의 대화에 적극 활용하다보면, 스스로 문제를 제시하고 고민하고 해답과 지혜를 얻는 과정으로써 철학적 사유의 유희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철학 입문의 코앞에서, 여러 석학들의 이야기, 그들이 제기하는 많은 의문들과 그들의 철학적 사유는 삶을 바라보는 열린 사고의 장을 펼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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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 - 소설로 읽는 3만 년 전의 인류사 에듀 픽션 시리즈 8
마르크 클라프진스키 지음, 양진성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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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은 처음 보자마자, 학창 시절에 읽었던 <세상의 모든 딸들>(엘리자베스 미셜 토마스, 홍익출판사)이란 책을 떠올리게 하며, 기대감에 들뜨게 하였다. 2만 년 전 구석기 시대, 원시부족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속 한 소녀의 모험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 그 성장이 혼란의 시기에 내겐 커다란 위안과 용기를 주었다. 그 좋았던 기억을 되살아나며, 또 다른 인류의 역사로 시간 여행을 떠날 생각에 마냥 들뜨고 설렜다.

 

‘진화’라는 단어를 연상하면, 결코 어느 한 순간에 폭발적인 진화의 과정에 의심을 품게 된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의 간격 속에서 인류의 진화는 분명 점진적이지 않았을까? 그 느림의 시간 속에 서서히 진행되다보면, 분명 현생 인류의 조상이 공존했던 시기가 있을 거란 생각하였다. 그런 의혹을 깊이 파고든 이야기가 바로 <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인 것이다. 그렇게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공존의 시기, 그 3만 년 전의 인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유쾌하다. 그런데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는 더욱 생생한 이미지로 가슴 속 깊이 파고들었다. 우리의 지난 역사의 흔적을 찾아 함께 싸우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해답을 발견하게 된다.

 

공존의 시기에 먹고 먹히는 경쟁적 관계라는 가정과 이종 교배가 있었다는 가정을 염두해 두면 좋을 것이다. 고대인(네안데르탈인)의 마지막 생존자 ‘아오’와 새로운 인간(현생인류인 크로마뇽인)인 여성 ‘아키 나와’의 모험과 도전 속에서 그들이 이루어낸 새로운 역사를 만나게 된다.

새부족으로부터 탈출한 아키 나와의 용기에서 ‘모성의 강한 힘’을 느끼고, 생김도 전혀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던 아키 나와와 아오의 만남을 통해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인간에 대한 연민, 우정, 사랑의 힘에 하염없이 녹아들며,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희로애락의 삶이 광활한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었다. 인류의 역사가 한 눈에 펼쳐지며, 생생하게 다가온다.

문명의 이기 속에서 인간을 저울질 하던 묵은 습성을 버리고, 문명 이전의 사람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며 그들과 교감하노라면, 숱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문화와 문명의 충돌 시기, 많은 갈등이 있었다. 또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그들의 열린 모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컸다. 특히, 자신의 부족, 고대인을 찾아 떠난 아오의 모험를 통해 얻은 그의 깨달음이 생각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 다문화 등 우리 시대 ‘소통’의 화두가 남북한 문제까지 확대되었다. 아오의 말을 다시 한 번 떠오려본다. 

 “겉모습이 같은 사람이라도 말이 통하지 않을 수 있고, 서로 다른 법에 따라 살고, 서로 경계하고, 심지어는 싸울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에 다르게 생긴 사람들끼리도 서로 이해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다.”


(317, 318)

 

안주하며 편안함을 쫓던 삶을 돌아보고, 두려움을 떨쳐내고 당당히 맞서는 용기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기를 배우게 된다. 또한 인간적 매력에 공감하고 교감하는 순간,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럼 이제, <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가 함께하는 수만 년 전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이 한 권의 책이 충분한 연료가 되고,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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