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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
하버드 철학 리뷰 편집부 엮음, 강유원.최봉실 옮김 / 돌베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책에 실린 여러 석학들에게 던지는 질문(어떻게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으로, 나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내가 처음 ‘철학’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 <소피의 세계>(요슈타인 가아더, 현암사)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끊임없이 던지는 철학적 의문들은 공부로 지친 머리에 신선한 ‘충격과 흥미’의 바람이 일으켰다. 하지만 세상이란 거대한 소용돌이에 정신없이 내몰리다보니, 철학은 공허한, 무용의 것이 되어버렸다. 허나, 또 다른 허기와 갈증으로 질식당하는 요즘 ‘철학적 사유’는 신선한 바람이 되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울 것 같은 희망이 움트고 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철학’이란 세상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하였다. 왠지 모르게 단단해지고 풍성해지는,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의 물결이 내 안에 일렁거리고, 한층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고 할까? 그렇게 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를 펼치게 되었다.
14인의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과의 만남, 철학의 ‘가장 현대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사상가들과의 대화는 결코 쉽지 않음은 분명하다. 솔직히 그나마 이름 정도 알고 있는 학자가 고작 세 명-움베르토 에코, 존 롤스, 마이클 샌델-일 뿐이었다. 부족한 역량 탓에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수시로 두려움으로 변하며, 무척 고되고 험난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리타분하고 난해함에서 벗어나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로써의 ‘철학함’이란 화두가 무척 흥미로웠다.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는 ‘철학함’이란 행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에서 출발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이러한 과정은 ‘철학적 사유를 자극하고, 도전적인 문제의식과 통찰’을 얻게 해준다. 우리들이 사고를 고취시키며 삶의 지혜를 얻는 ‘철학함’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만끽하다보면, ‘철학은 어렵다’라는 편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철학자가 탐구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관심과 체험’이라는 개인적 요소와 교육환경이라는 제도적 요소에서 복합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라는 서문의 한 구절은 용기를 주고 많은 힘이 되었다. 천천히 그들과의 인터뷰에 동참하다보면, 나의 관심과 체험들이 그들의 이야기 속에 녹아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이었던 많은 문제들과 고민들이 때론 너무도 쉽게 풀리고, 나름 나 자신을 느끼며 알아가는 과정에 집중하였다. 그러다보니, 책과의 한 판 씨름 후엔 세상을 읽는 관점, 시선에 대한 그들의 학문적 고찰이 시나브로 머리와 가슴으로 와 닿는다.
우리 주변의 삶에 대한 관심과 그간의 체험들을 그들과의 대화에 적극 활용하다보면, 스스로 문제를 제시하고 고민하고 해답과 지혜를 얻는 과정으로써 철학적 사유의 유희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철학 입문의 코앞에서, 여러 석학들의 이야기, 그들이 제기하는 많은 의문들과 그들의 철학적 사유는 삶을 바라보는 열린 사고의 장을 펼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