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거짓말의 기억 디 아더스 The Others 3
로사 몬테로 지음, 송병선 옮김 / 푸른숲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 두려움과 용기는 함께 오는 걸세.

가끔은 나도 두려움이 끝나고 용기가 시작되는 부분이 어딘지 몰라 "

(223)

 

 

참으로 독특하고 진중한 이야기이다. 남편의 실종으로 시작된 사건의 전개가 미스터리를 가미하며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너무도 생소한 분위기가 어리둥절하였다. 아무래도, 주인공 루시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전혀 낯선 곳으로 홀로 떨어져버린 고독감 속에서 홀로 삶의 투지를 다지고, 스스로 자신을 깨우쳐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물론 루시아는 결코 혼자가 아니였다. 지독한 고독 속에서도 우리가 명심해고 또 기억해야 할 가치처럼. 우연히 실종 사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이웃집 노인 ‘펠릭스’와 위층에 사는 젊은이 ‘아드리안’이 그녀의 곁에 지켰다. 세대를 아우르는 등장인물들, 하지만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를 통해 함께 하는 과정 속,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가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남편의 실종과 협박 등의 미스터리한 사건 사이에 노인 ‘펠릭스’의 지난 과거가 액자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무정부주의 행동 요원이자, 투우사였던 그의 과거가 때론 흐름을 깨는 듯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하였지만, 노인이 삶을 통해 얻게 된 통찰과 지혜가 조금씩 작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80평생의 삶이 그의 이야기, 몇 마디 말들로 압축되고, 그간의 삶의 행적이 실종 사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건의 열쇠처럼 작용하는데, 다른 과거들과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비로소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단서들을 찾아 이야기의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어느새 흐릿하지만 서서히 뭔가 윤곽이 잡혀가고, 사건의 진실, 실체를 확인하는 과정이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까 당신의 과거를 대신하는 싸구려 대용품들이 갈수록 해체되고 분해되는 당신의 존재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그것이 단지 육체적인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티 필클 크림이 자연적으로 건강한 뺨을 대신하는 것처럼 청년 시절의 호기심 대신 남들이 이미 사용한 진부한 생각이 자리를 잡고, 애송이의 떨리는 사랑 대신 자기중심적인 삶이 일상이 되며, 살고자 하는 욕망보다 새로운 차가 더 중요해진다. 늙어가면서 우리는 자신의 일반적인 장소와 대상으로 가득 채워 우리 내부에서 벌어지는 큼을 메우려고 한다. (270, 271)

 

 

제목처럼 ‘거짓말’에 주목하게 되었다. 주인공 루시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때론 ‘거짓’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거짓말의 의도가 없지만 ‘생략’과 ‘누락’을 통해 우리는 종종 자신의 삶을 꾸미고 과장한다는 사실, 그렇게 자신을 애써 포장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에 커다란 허상의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지적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깨닫게 주체적으로 세상에 뛰어들게 되는 과정이 적잖은 감동을 주었다. 자신의 삶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새삼스레 느끼는 바가 컸다. 자신의 삶 속 위선과 거짓을 거둬내고, 부족하고 서툴지만 진실한 삶을 위한 주체적인 태도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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