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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 - 카네기 메달 수상작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0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현대판 ‘아라비안나이트’라는 문구에 솔깃했다. 과연 어떤 신비롭고 기상천외한 이야기, 우리의 상상력의 언저리를 벗어난 광활한 상상과 환상의 세계를 생각하노라니, 절로 들뜨는 기대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문득 ‘걸리버 여행기’가 연상되는 표지도 눈길을 끌면서,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새빨간 거짓말’이란 단어가 지닌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과연 어떤 거짓말(?)의 향연을 펼쳐질지, 책 <새빨간 거짓말, A Pack of Lies>은 그렇게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나를 자극하였다.
일단 <새빨간 거짓말>이 바로 1989년에 이미 출간되고 카네기 메달과 가디언 상을 석권했다는 사실을 밝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왜 이리 뒤늦게 우리에게 소개된 것일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굉장한 흡입력에 빨려들었다. 과연 주인공 ‘에일사’에게 부지불식간에 찾아든 사내는 누구일지, 과연 이들의 만남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지, 설렘과 궁금증으로 온몸이 들썩거린다. 과연 비밀을 간직한 'MCC 버크셔‘의 존재 자체가 첫 번째 호기심이었다면, 그가 하나의 골동품들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가 두 번째로 굉장한 호기심을 이끌었다. 그렇게 그가 만들어낸 ’새빨간 거짓말(?)‘의 힘은 과연 무엇인지 정신이 번쩍일 정도였다. 솔직히 편안하게 누워 읽다가, 첫 이야기의 작은 실마리가 풀리면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지금 우리는 바로 ‘감성마케팅’과 ‘스토리텔링’의 힘이 강력한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스토리텔링의 힘, 그 핵심을 간파하는 이야기 속 이야기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부채질하게 강렬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엘리사의 어머니 ‘포비 부인’이 어떻게든 꾸려가고 있는 골동품 가게, 낡고 오래된 물건들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가게에 버크셔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색다른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변화가 찾아든다. 다 고장 난 시계, 나무상자, 우산꽂이, 거울, 침대, 식탁 등등의 다양한 물건들 속에 숨겨진 기막힌 사연들, 그 이야기가 덧붙여진 물건이 또 다른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재탄생되는 것이었다.
언제가 할아버지의 삼발이 형태의 십이지신상이 양각된 재떨이가 삼촌의 탁상 위에 놓인 것을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할아버지의 분신처럼 느껴지면서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가족 모두는 이야기꽃을 피운 적이 있다. 하나의 사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우리의 삶과 함께 하면서 수많은 이야기의 근원이 되었다고 할까? 그렇게 어떤 사물에 부여된 이야기의 힘이 새삼스레 굉장하게 느껴졌다.
소설을 읽는 맛을 다시금 실감한다고 할까? 허구지만,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이야기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tv에서 보았던 또 다른 이야기의 힘이 떠오르기도 한다. ‘헤리포터’ 시리즈가 탄생할 수 있었던 원천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영국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만들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었다. 상상과 환생을 넘나들며 그 어떤 문화적 컨텐츠보다 강한 이야기의 힘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는데, 여지없이 <새빨간 거짓말>을 통해 다시금 강조해도 지나칠 것이 없을듯하다. 이처럼 한 권의 책을 통해서 그 어느 때보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한 편의 이야기 속 이야기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굉장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듯, 깊이 매료되었다.
과연 어느 것인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우리의 현실에서 진짜 이야기란 과연 무엇일까?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 속에 풍덩 빠져 잠시나마 현실의 잡다한 일들을 잊고 싶을 정도로 <새빨간 거짓말>이 풀어낸 이야기는 강렬했다. 이 한 권의 책 속에 빠져 이 한겨울의 추위를 모두 날려버리고 싶다. 기대 이상으로 신기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흠뻑 취해보시라!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고, 또 다른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찾아 이야기꽃을 피워보면 어떨까? 과연 MCC 버크셔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에일사의 이야기라면?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파헤쳐나가는 또 다른 모험이 펼쳐진다면? 자꾸만 무궁한 상상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함박 웃음꽃을 피우는 정겨운 분위기를 자꾸만 상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