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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풍경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2월
평점 :
최근 ‘상실’이란 단어에 담긴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다지 ‘상실’이란 말을 되새길 만큼 뭔가를 잃은 아픔에 고뇌했던 적은 없다. 그저 잃어버린 지갑과는 다른 차원의 그 무엇, 납덩이처럼 커다란 무엇이 가슴을 짓누르는 고통이 수반된다고 할까? 그렇게 상실이 안겨주는 고통을 뼈저리게 느낀 후 ‘상실’은 가슴을 아리게 하다. 또한 일본 대지진, 천안함 포격 1년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슬픔, 고통에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진진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 헤아릴 수 없는 상처의 무게를 어찌 느낄 수 있을까? 그저 아주 조금 가늠하면서 위로하고 용기 내 일어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뿐이다. 그렇게 ‘상실’이 주는 고통을 떠올리며 조정래 작가의 <상실의 풍경>을 접했다. ‘상실’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지난 현대사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 갖은 핍박의 설움, 억울함 속에서 찾고자 했다.
작가의 명쾌한 주제의식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반목을 거듭하는 사회적 화두까지 고스란히 이야기에 녹아있었다. 조정래 작가에 주목하게 된 것은 최근이다. 그리고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생생하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 탐욕스런 권력과 금력 앞에 무기력한 소시민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가냘프나만 진진한 저항에 함께 가슴 아파하고 때론 눈시울을 붉히면 정신없이 <상실의 풍경>을 읽었다.
대체로 1970,71.72,73년의 초기 단편소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까마득하고 아득한 시간들, 그 누구에 의해서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비로소 ‘조정래’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아픔의 상처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란 사실이 때론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그래서 쉴 새 없이 바쁘게 읽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과 “청산댁“, ”거부반응“이었다. ”상실의 풍경“은 나의 경험이 투영되면서 더욱 공감하며 읽었다. 전쟁이후 주한 미군의 부정적인 행태와 그리고 저항은 어둡고 무거울 수 있지만 오히려 유쾌하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특별히 반미 감정이 조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힘의 논리에 의해 얼마나 극악무도할 수 있는지, 하지만 바로 ‘인간’에 대한 보편타당한 존엄성의 문제로 받아들이다보면, 그저 그 옛날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또 오늘, 우리의 문제였다.
다시금 지난 역사를 통해 우리의 오늘을 반추해본다. 잘 알지 못했던 우리 현대사 속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삶을 엿보게 된다. 그 깊숙이 박혀 있는 질곡의 세월, 그 아픔을 조금씩 알게 되니, 그 주름 가득한 여윈 손이라도 꼭 감싸 잡고 싶다. 또한 더 이상의 그런 아픔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시대의 아픔과 상처 속에서도 더욱 건강하고 희망찬 내일, 우리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상실‘, 파란만장한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통해 다시금 희망을 꿈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