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재구성 - 쓰레기통에서 다시 집으로, 생명을 되찾은 물건이야기
연정태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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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의 권리장전 ◆◆◆

 

生, 아무렇게나 만들어지지 않을 권리

老, 존중받으며 사용될 권리

病, 함부로 버림받지 않을 권리

死, 제대로 버려질 권리

 


<물건의 재구성> 눈이 번쩍 띄이는 책이다. 너무도 '의도'가 분명하기에, 책 내용이 절로 궁금해진다. 어떻게 버려진 물건들이 새롭게 탄생되고 있는지, 또한 그렇게 탄생된 물건은 무엇인지,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또한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고 배울 수 있었던,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발상의 전환'이라 뒤집어 생각하니, 쓸모 없을 물건들이 멋지고 기발한 물건으로 재탄생되는 것이 마냥 신기하였다. 진짜 물건의 주인이 되라는 그의 말이 선명하게 뇌리에 남았다.

 

솔직히, 나는 쾅쾅 못질하고 자르고 하는 것에 서툴다. 그리고 버려진 물건을 들고 집에 돌아올 만큼 용기(?)도 없다-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좀 작아야한다.-. 최근에 버려진 책장을 보았다. 필요해서 눈팅중이던 그 물건이 버려진 것을 보고 '왜 버렸을까? 나 주지~'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냥 지나쳐버렸다. 저자처럼 새롭게 다시 조립하는 것에는 서툴지만, 한 번 집에 들어온 물건은 좀처럼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오래 아끼고 닦아 쓰는 것에 뒤지지 않을 자신을 좀 있다. 하지만 <물건의 재구성>을 읽으면서, 무심하게 쓸모없는 물건이라 업신여겼던 마음을 반성해본다. 그리고 '물건'의 수중함을 더없이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물건들 중에는 예전에 tv에서 보았던 물건들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물건이 재구성되는 과정 하나하나가 기발하고 멋진 물건들은 마냥 신기하였다. 깨진 항아리로 만든 수잡장, 가스통으로 만든 바비큐크릴(요건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시골에 하나 두고 싶다), 삽날로 바꾼 수돗가도 기억에 남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의자 두 개를 뒤집어 만든 화장대였다. 내겐 화장대가 없다. 화장대에 올려둘 화장품 자체도 없다. 그럼에도 저자의 아내처럼 '화장대'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갖고 어떻게 의자가 화장대로 재탄생되는지 보았다. 물론 상상도 되지 않았기에, 너무도 그럴듯한 화장대를 보니, 절로 탐나는 것은 어쩔 수 었었다. 진기한 물건들의 대향연을 보듯, 새롭게 재구성된 물건들이, 하나하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이었다.

 

단순하게 <물건의 재구성>이 물건의 변형에만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플라스틱을 위한 변명'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었는데, 이는 '플라스틱의 대반란'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변화무쌍한 플라스틱의 활용법, 특히, 그 영구성에 가치를 두는 관점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다. 또한 100퍼센트 재활용이 가능한 '철'이 갖는 한계-"지구는 물론 우주 전체에 흔하디흔한 철이지만 그것이 유용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유한 에너지가 집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가 쉽게 폐기하는 고철 덩어리가 사실은 에너지 덩어리입니다"(171)-를 알 수 있었다.

'물건의 재구성'에 이은 '생각의 재구성'이란 다섯 번째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기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것들의 '상징조작'설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농악'과 '농자천하지대본'이 식민시대의 유물일 뿐이라는 것과 '장인정신'의 부족 논리 또한 일제 강점기로 인한 역사적 단절의 폐해라는 것이 너무도 뜻밖의 이야기였다. 그 외에도,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소비지향적 삶을 솔직담백하고 유쾌하게 비판하면서, 조화로운 삶을 위한 '나눔'의 미덕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한 이론이 아닌, 자신의 실천 노하우를 통해 유쾌한 이야기로 풀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고, 피부에 와닿듯 생생하여,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야겠다면 모아두기만 한 물건들을 당장 보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실천성이 턱없이 부족한 내가 한없이 작아지며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더 소중하게 감사하며 아껴셔야겠다는 생각, 쓰레기를 더많이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 하나의 신념처럼 굳건하게 자리하였다. 생각에 그치는 죽은 지혜가 되지 않도록 바지런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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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1 - 이기원 장편소설
이기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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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재의 역사소설이 나왔다. '역사소설' 그 자체로도 충분히 흥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어느 정도의 윤곽을 확인하니, 더없이 흥분되고 안절부절이었다. 나의 그런 기대와 설렘을 책을 읽자마자 더욱 고조되어, 쉽게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구한 말, '백정'이란 하찮은 신분에서 '의사'가 되는 과정의 빠른 전개와 선과 악의 대립 구도의 암시(1권에서 특별하게 대립되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고, 그런 대립의 설정이 우세하다)가 2권의 이야기의 호기심을 부채질하면서 술술 읽힌다. 거기에 역사적 사건이 맛깔스런 양념이 되어, 역사적 진실과 작가의 상상력 사이에서 왔다갔다 쉴 새 없이 읽기 바빴다. 

 

'황정'이란 주인공이 만주로 떠나면서 '제중원'에서의 이별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연인이었던 '유석란', 백정시절 친구 '이곽', 그리고 철천지원수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백도양'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백정'이었던 '소근개(한자어를 풀어하면 '개새끼'가 된다. 백정이란 신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가 '의사'가 되었는지 '황정'의 인생역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죽음이 임박했던 어머니, 그 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 속, 밀도살과 시체해부 그리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고향을 떠나게 된다. 총을 맞고 쓰러지지만 알렌의 치료를 통해 회복하고, 알렌의 조수가 되어 제중원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제중원 1>권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그 속에서 '석란'과의 만남, 그리고 그녀에 대한 연정과 '도양'과의 잘못된 인연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제중원>이란 역사소설 속에서 소설의 모티브가 된 '황정'의 실제 인물 '박서양'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로운 역사 읽기의 시작이었다. 일단 '백정'이란 신분의 한계가 어디까지였는지를 속속들히 알 수 있었다. 사람취급하지 않는 '백정'의 신분과 '소'를 중시하면서, '소'를 도살하는 의식 그 속에 담긴 뜻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구한말의 시대상황 특히 '광혜원->제중원'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갑신정변의 역사 현장 속 생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황정'이란 인물이 어떤 난관에 부딪히며,  도양의 일방적인 복수과 화해, 석란과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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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패턴 - 루스 베네딕트 서거 60주년 기념, 새롭게 탄생한 문화인류학의 고전
루스 베네딕트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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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말을 시시콜콜 많이 사용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정체불명 '문화'라는 것에는 어떤 흐름과 맥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에 대한 답을 '문화의 패턴'이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솔직히 '루스 베네딕트'를 최근에 알았다. <국화와 칼>이란 책은 예전에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 책에 대해 알지 못했다. 설혹, '일본'에 대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관심밖이었다. 어느 책을 통해 '루스 베네딕트'에 대한 관심을 갖게되고, <국화와 칼>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조금씩 이해할 무렵, 우연히 '루스 베네틱트'<문화의 패턴>을 만나게 되었고, 이 여름, 엉덩이에 땀띠 한 번 나보게 '공부'해 볼까? 하는 엉뚱한 공상(내가 더위를 먹었었나~ 호호)에 의욕을 불태워보았다. 뭐~ 내겐 만만하지 않은 책임엔 분명하지만, 저자의 이력을 알게되고, 시대상황을 생각하면서 '문화'에 대한 베네딕트의 일사분란한 탐구 노력과 그 결실을 야금야금 맛보았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문화'에 대한 이야기, 문화의 상대성은 엉덩이가 들썩거릴 정도로 흥분되고,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또한, 책을 덮는 순간의 뿌듯함은 이루 말 할수 없이 컸다.

 

문화의 발달 이론 중에 '진화론'의 견지에서, 20세기 초중반은 제국주의, 인종우월주의, 민족주의 등등이 주류인 시대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론으로 저자는 '문화적 상대론'에 입각하여 '문화'를 이해하고 정리하고 있다. 비록 늦은 나이에 학문에 입문하고, '여성'이란 사회적 한계 속에서, 성정체성 등과 같은 개인적 벽과 싸웠지만,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너무도 유익하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고전 중의 고전인 책이 바로 <문화의 패턴>이었다. 문화에 대한 정의, 그리고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문화 간의 '통합' 그리고 '개인'과 '문화'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그녀의 주장은 읽으면서 경탄하며, 끄덕끄덕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문화의 패턴>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은 심히 버거운 일이다. 그래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을 몇가지 정리해 본다. 

첫째는 문화의 우위, 서열을 따지기보다는 '문화적 가치'의 '상대성'을 강조하고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비판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의 인정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사회와 개인의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의 부적응자'에 대한 배려로, '사회적 관용'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문화를 서로 다른 문화간의 상호 작용을 통한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는 것이다. 

 

.... 우리 서양 문화를 인간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양한 문화적 통합형태 중에서 한 가지 사례라고 보는 것이다. 어떤 문명의 문화적 패턴은 인간의 잠재적 목적과 동기들로 가득한 커다란 스페트럼 중 일부를 활용하고 있다. .... 각 문화는 그들이 선택한 물질적 기술이나 문화적 특성을 활용하여 문화의 패턴을 형성한다. (342-343)

 

총 8장으로 구성된 중에서 원시부족의 유형을 정리하는 4,5,6장의 이야기는 극단적인 사례와 그들 문화의 여러 방면을 심층분석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집중하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지리적 위치와 환경과 함께 세 부족(주니, 도부, 콰키우틀)의 독특한 문화들은 단편적으로 기억되었다. 극단적이고 서로 이질적 문화를 비교 대조함으로써 우리의 사회를 분석하고, '문화적 패턴'을 정리하였다.

 

문화적 특징들의 상호 침투는 생겨났다가 사라지는데, 문화의 역사는 상당 정도까지 문화적 특징들의 성격, 운명, 결합의 역사이다. ...... 문화적 특징들의 다양한 조합 가능성은 무한하고 그래서 적절한 사회 질서는 이런 다양성의 기반 위에서 무차별적으로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 (86)

 

<문화의 패턴>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것이었다.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면, 타인(개인과 개인은 물론 개인과 사회)과의 원만한 관계를 통해 이익과 즐거움을 누리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그녀의 주장은 오늘날 더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 문화에 대한 그녀의 통찰력이 놀랍고도 놀라웠다. 우리는 '단일민족의 우수성'을 수없이 강조하여 왔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이라는 지금의 갈등,논란이 아니더라도, 그 역사적 흐름을 보아도 그렇다. 얼마전 'KBS 역사스페셜'에서 '신라 김씨 왕조'의 조상이 '흉노족'이란 내용을 시청하면서 온몸에 전율이 일기도 하였는데, '단일민족'이란 것 자체가 한반도에 국한된 공간적 한계일뿐 무수한 인종, 민족간의 결합은 유사이래 지금까지 있었던 보편적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문화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다양성과 통합이 더없이 멋진 사회로 발전하는 밑거름이란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다름과 차이을 인정하고, 서로 조화로운 삶을 꿈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화의 한 방향임을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여름 비록 땀띠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간만에 '공부'좀 해 보았다. 더없이 좋은 인생공부의 시간이었다.

 

국가는 사람들을 한데 묶어주는 문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문화의 주된 장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다른 문화권에서 다른 문화가 발달할 수 있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로 위험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상징조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현실적인 사고방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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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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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이란 작가의 이야기는 내게 낯설고, 괜시리 나의 치부를 들쳐내듯, 아픈 것이었다.  이 책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나니, 상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작가 '공지영'과의 인연을 멀게만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친구가 '공지영'은 말은 참으로 예쁘게 한다고 극찬을 하였다. 그리고 이 놈의 팔랑귀는 기존의 벽을 금세 허물어뜨리고 "예쁜 말"에 대한 호기심만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게 하였다. 그런데 친구의 말처럼 정말 예쁜 말들에 감탄하고, 흥분하였고, 그러한 예쁜 말들은 따스하게 나를 감싸주었다.

 

아빠, 새엄마와의 갈등, 그리고 엄마와 성이 다른 두 명의 남동생과의 생활, 그리고 학교, 친구 이야기, 고양이 코코, 밀키와 라테, 서점 아저씨 이야기 등등 엄마와의 2년간의 생활을 통해, 위녕은 지난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는 과정이 정말 즐겁고 유쾌하다. 둥빈과 제제의 이야기, 둥빈의 성장통 등등의 이야기 속 가족 간의 아픔과 사랑, 훈훈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위녕의 시점에서 이야기되는 공지영, 그녀의 삶은 허구라는 예쁜 포장 속에서 더욱 빛나고 열정적이었다. 언젠가 작가 '황석영'을 통해 '작가'라는 직업의 의미('의미'란 말이 거창하긴 하다.)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과연 나는 나의 상처, 치부들 앞에 얼마나 당당한가? 솔직히 숨기 바쁘고, 누가 알까 두려움에 움찔한다. 그런데 작가는 당당히 드러내고, 그로써 우리를 위로하지 않는가! 그러한 그들의 고충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이번에는 그들 역시 치유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삶(솔직히 놀라웠다) 그리고 이 소설을 둘러싼 법적 공방과 소재를 생각하면서, 나는 작가는 당당히 자기 변명(변명이란 표현은 내 의도와는 다르다. 그런데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을 할 수 있어 좋겠구나, 싶었다. 나의 편견, 우려와 달린, <즐거운 나의 집>은 조금 다른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그 관계 속,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소설 속 갈등, 오해, 그리고 화해를 통해, '가족'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행복감에 젖었다. 그리고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언제나 아이들을 믿어주는 엄마, 그리고 그러한 신뢰 속 아픔을 딛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밝게 그러진다.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속, 가족의 믿음이 얼마나 절대적인 것인지, 또한 가족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는 것인지, 나의 경험들을 떠올리며, 내 가슴이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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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고양이
메이 사튼 지음, 조동섭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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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고양이'이야기라면, 단연 나쓰메 소세키<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으뜸이었다. 고양이 시선으로 바라보던 인간군상의 모습, 혀를 내두를만큼이 날카로움과 위트가 생생하다. 기존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책을 통해 바뀌면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50년간 사랑받아온 또다른 '고양이'의 고전이란 말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흥분되었다.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호기심 가득, 셀럼 가득이었다. 이 짧고 가벼운 책 <신사고양이>는 그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태어나자 마자 버림받은 고양이, 알렉산더라는 소년이 데려다 키우지만, 6개월만에 탈출을 한다. 그리고 시작된 방랑생활, 그리고 2년 후쯤 슬슬 정착을 꿰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당당함만큼 결코 쉽지많은 않은 일, 또다시 탈출을 시도하고 그러다 우연히 찾게 된 집, 두 여자(무뚝뚝한 목소리와 다정한 목소리)가 사는 그곳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된다. 신사고양이는 '톰 존스'라는 이름도 얻게 되고, 병을 앓게 된 후, 진정한 사랑을 느끼면서 '무시무시한 존스'에서 '기쁜 존스'로 변하게 된다. '냉소적 방랑자'에서 '평화주의자 털복숭이 인간'로 변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고양이'시선에서 흥미롭게 전개된다.

 

자신을 '신사고양이'라 여기며, 철저히 신사고양이 계명을 지키며, 방랑하는 자유인이었다. 그러나, 정착을 하면서도 자신을 주인이라 여기며, 함께 사는 여인을 '가정부'라 칭하는 등 조금은 허세를 부리며, 세상을 군림하는 듯한 당당함이 왠지모르게 어이없으면서 귀엽다. 하지만 병을 앓고 버려질 거라 겁을 먹는 존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무뚝뚝한 가정부의 말에, 안전과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고 '기쁜 존스'이 되고, '털북숭이 인간'이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려동물에게 머물던 '애정과 사랑'을 생각하고, 한없이 나를 바라보던 시선에서 나 역시 그런 평안을 얻었던 옛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타인과의 교감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사이의 관계에 시선이 머물게 된다. '역시사지'란 말을 마음에 세기지만, 늘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반성해본다. '사랑'을 받던 '기쁜 존스'가 한 번은 옛시절로 돌아간다. 그리고 돌아와서 '털북숭이 인간'이 되면서도 끝까지 '고양이'의 자긍심과 독립 자유를 찾는 모습에서 '사랑'의 전형을 본 듯 하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에게 길들여질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인 듯 여겨졌다.

 

고양이의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마치 집 주변의 들고양이를 연상(갈색의 얼룩무늬가 특히 닯았다)시키지만, 글을 읽는 재미를 한껏 높여주었다. 너무도 똑똑하고 재미있는 고양이, '톰 존스'과의 만남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교감과 이해, 사랑의 중요성을 넌지시 일깨워주는 가슴 따스한 책 <신사 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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