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고양이
메이 사튼 지음, 조동섭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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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고양이'이야기라면, 단연 나쓰메 소세키<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으뜸이었다. 고양이 시선으로 바라보던 인간군상의 모습, 혀를 내두를만큼이 날카로움과 위트가 생생하다. 기존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책을 통해 바뀌면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50년간 사랑받아온 또다른 '고양이'의 고전이란 말에 엉덩이가 들썩들썩 흥분되었다.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호기심 가득, 셀럼 가득이었다. 이 짧고 가벼운 책 <신사고양이>는 그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태어나자 마자 버림받은 고양이, 알렉산더라는 소년이 데려다 키우지만, 6개월만에 탈출을 한다. 그리고 시작된 방랑생활, 그리고 2년 후쯤 슬슬 정착을 꿰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당당함만큼 결코 쉽지많은 않은 일, 또다시 탈출을 시도하고 그러다 우연히 찾게 된 집, 두 여자(무뚝뚝한 목소리와 다정한 목소리)가 사는 그곳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된다. 신사고양이는 '톰 존스'라는 이름도 얻게 되고, 병을 앓게 된 후, 진정한 사랑을 느끼면서 '무시무시한 존스'에서 '기쁜 존스'로 변하게 된다. '냉소적 방랑자'에서 '평화주의자 털복숭이 인간'로 변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고양이'시선에서 흥미롭게 전개된다.

 

자신을 '신사고양이'라 여기며, 철저히 신사고양이 계명을 지키며, 방랑하는 자유인이었다. 그러나, 정착을 하면서도 자신을 주인이라 여기며, 함께 사는 여인을 '가정부'라 칭하는 등 조금은 허세를 부리며, 세상을 군림하는 듯한 당당함이 왠지모르게 어이없으면서 귀엽다. 하지만 병을 앓고 버려질 거라 겁을 먹는 존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무뚝뚝한 가정부의 말에, 안전과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고 '기쁜 존스'이 되고, '털북숭이 인간'이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려동물에게 머물던 '애정과 사랑'을 생각하고, 한없이 나를 바라보던 시선에서 나 역시 그런 평안을 얻었던 옛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타인과의 교감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사이의 관계에 시선이 머물게 된다. '역시사지'란 말을 마음에 세기지만, 늘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반성해본다. '사랑'을 받던 '기쁜 존스'가 한 번은 옛시절로 돌아간다. 그리고 돌아와서 '털북숭이 인간'이 되면서도 끝까지 '고양이'의 자긍심과 독립 자유를 찾는 모습에서 '사랑'의 전형을 본 듯 하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에게 길들여질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인 듯 여겨졌다.

 

고양이의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마치 집 주변의 들고양이를 연상(갈색의 얼룩무늬가 특히 닯았다)시키지만, 글을 읽는 재미를 한껏 높여주었다. 너무도 똑똑하고 재미있는 고양이, '톰 존스'과의 만남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교감과 이해, 사랑의 중요성을 넌지시 일깨워주는 가슴 따스한 책 <신사 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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