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 - 라오스에서의 1년, 행복한 삶의 기록
최희영 지음 / 송정문화사(송정)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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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에 주황색 가사를 걸친 뒷모습에 한 눈에 사로잡힐 만큼 인상적이었다. '라오스에서 1년, 행복한 삶의 기록'을 담아낸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는 그렇게 내게 와닿았다. 라오스에 대한 사전 정보는 미미했다. 지인이 지난 해, 겨울 라오스를 다녀오고, 살짝 글 풍경을 구경했던 기억밖에. 그리곤 책을 통해, 영상매체로 종종 보았던 여러 장면들이 사진과 겹쳐지면서 눈 앞에 아른거렸다. '그곳이 라오스였구나!'하는 반가움이 밀려드는 느낌이랄까?

 

이 책은 라오스에서 1여년간의 생활을 하고, 몸소 체험하고 느낀 '라오스의 종합적인 생활문화 보고서'다. 어느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라오스의 풍경, 문화, 역사의 전반적인 모습을 담아내고, 그 속의 사람들의 갖가지 표정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있다. 메콩 강을 중심으로 한 풍경들, 불교의 나라 라오스의 모습, 4개의 큰 축제들, 날씨, 전통 먹거리들의 소개, 다양한 놀이들, 전통문화 등등이 끊임없이 설렘과 호기심을 채워주고 있었다. 라오스만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 속 풍경은 해맑은 아의 미소만큼 절로 행복에 취하고 투박함에서 묻어나오는 그 정겨움에 풍덩 빠져들었다. 

변모 중인 라오스의 최근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면서 라오스만의 맑고 순수함을 영원토록 간직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는 여느 여행서와는 다르다. 기타 다른 여행서들이 여행을 재촉하며, 흥미를 불러일으켰지만, 다소 여행서를 위한 여행서였듯이, 책을 기획하고 시간에 쫓기듯 다른 풍경을 담기에 바쁜 인상이라면, 이 책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는 시간이 멈춘 듯, 그렇게 서서히 흘러간다. 라오스처럼! 그리곤 제목 그래돌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이 갖는 의미를 라오스를 통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지난 우리의 추억 때론 할머니 할어버지 세대의 추억이고,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풍경들이 온전히 살아숨시고, 그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특히, 저자의 "길 밖에서 나를 만나다" 속 그녀의 단상들, 추억의 한 페이지 한 체이지는 나의 어린 시절, 시골 고향의 풍경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그 알싸함에 취하게 한다. 책 밖에서 나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모두가 정겨운 풍경이 되어 되살아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만나다>는 생생한 라오스의 모습에 정신을 잃고, 행복으로 충만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여유를 잊은 채 쫓기듯 사는 일상 속에서 잠시 시간이 멈추어, 나의 잃어버린 시간과 조우하며, 내 안에 소중한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시간이었다. 마음 속 괜한 불안감을 날려 버리고, 행복한 나를 찾아 떠나는 즐거운 여행이었음이 분명하다. 다만, 라오스에 대한 또다른 동경이 꿈틀거리며, 살짝 라오스로 떠나고픈 충동에 멋쩍은 웃음만 흘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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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괴테에게 행복을 묻다
기하라 부이치 지음, 이유영 옮김 / 리더스하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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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하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가 떠오른다. 그런데 그가 식물학, 광학, 동물학, 지질학, 기상학 등등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다방면에서 눈에 띄는 활동, 활약을 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20개월의 이탈리아 여행 속, 그를 담은 그림, 「코루소의 로마식 저택 창가에 서 있는 괴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했다. <Mr. 괴테에게 행복을 묻다>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이기에, 잔뜩 책에 대한 호기심, 괴테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처음 접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크게 반감을 샀다. 더 처절한 고통을 이겨내서라도 자신의 꿈, 사랑을 성취해야만 한다는 강한 열망, 자만심 때문이었는지, 그렇게 나는 나약했던 베르테르에 대한 기억이 무척이나 쌀쌀했다. 그런데 이젠 그렇지가 않다. 때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절망과 무기력 앞에, 삶을 옥죄어오는 어둠의 깊이를 알기 때문일까? 그러면서 책을 읽다보니, 또다른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아니 들을 수도 없었고, 들을 마음도 없었던 이야기에 다시 한 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Mr. 괴테에게 행복을 묻다>는 괴테를 연구하며, 그와의 만남이 반세기가 넘는 저자 '기하라 부이치'가 괴테의 삶과 문학을 분석하고, 괴테에게서 느끼고, 배웠던 삶의 지혜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의 문학 속, 뭍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괴테의 고민을 엿보면서, 자기성찰을 일구어낸 그만의 인생노하우를 전수밖에 될 것이다. 괴테의 다양한 일면, 다채로운 생각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특히, 괴테와 베토벤의 일화, <색채론> 속 뉴턴에 대항했던 괴테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일본을 통해 유럽으로 건너간 '은행나무'와 책 속 또다른 작가, 화가들과의 만남은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괴테에게 행복에 관한 묻고, 해답을 얻고자 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새긴 것은 바로 '노력'의 중요성이 아닐까! 파우스트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사람은 노력하는 한 구원받는다' 이에 대한 내용은 책 속에서도 두 번 이야기되고 있다. '행복하게도 나는 변함없이 노력을 모토 삼아 생활하고 있다'는 말, '인간이란 자신의 한계 직전까지 철저히 노력하지 않는 한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괴테의 말들을 깊이 담아, 일상의 변화를 모색하고 싶어진다. 괴테와의 인생의 화두에 대한 질의문답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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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1 - 神秘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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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비>라는 책을 접했을 때, '밝은세상'이란 출판사가 눈에 띄었다. 최근에 읽은 책이 예상했던 것 그 이상으로 흥미롭웠기에, '밝은세상'에 눈도장을 찍어둔 상태였다. 그래서 살짝 엿본 책 속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 바로 '광개토대왕'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그것도 전혀 상상해본 적도, 의문을 품어본 적도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전개된다니, 너무도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특히, 저자에 대해서는 살짝 무지하고 <남자의 향기> 읽어보지 못했지만, 낯익은 제목이라, 왠지 모르게 책에 대한 신뢰감이 솟으며, <신비>를 두고 며칠을 안절부절 애가 탔다.

 

생각해보자! 광개토대왕에 대해 우린 얼마나 알고 있을까? 2년전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통해 '담덕'이란 이름을 알게 되었고, '영락'이란 연호가 머리 속에 박혔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미지,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고, 담대한 이미지가 머리 속에 그려진다. 또한 국사시간을 떠올려보면, 잃어버린 땅의 광활한 영토, 광개토대왕비문 등등 몇 가지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히 시험을 위한 공부로 몇 단어 암기한 것 말고는 고구려의 역사, 광개토대왕에 대해 무지하다. 특히 소설 <신비>를 읽다가, 소수림왕과 광개토대왕 사이에 '고국양왕'이 왕이 한 명 더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다. 그리고 광개토대왕이 39세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조차.

 

소설을 어느 작가가 중국을 여행갔다가, 비오는 날 중국동포로부터 고구려책 "신비"을 구경하게 되고, 사진을 찍어, 국사 교사인 친구에게 책의 내용을 해독해보라고 파일을 보낸 후,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입부부터 엄청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면서 자꾸만 호기심을 갖게 한다. 물론 책 소개 만으로도 충분히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신비"의 이야기는 두절이란 자가 자신의 왕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회고형식이다. 그럼 그 두절이란 자는 누구-왕의 최측근 호위무사, 원래 '생유'라는 이름의 말갈인이었다.-이고, 서른 아홉에 세상을 떠난 왕의 진실-죽음의 의미 외, 왕의 신분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고 저멀리 숨어버린 사내-은 무엇인지, 그리고 두절과 왕이 헤어지는 날 두 여인은 누구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 끊임없이 뇌세포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자극하였다. 이야기는 고국원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모용(선비)의 공격과 백잔(백제)과의 전투, 그리고  한 여인과의 만남이 순차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담덕(굴동)의 출생의 비밀 등등 많은 이야기를 접하면서, 고구려의 역사, 문화를 만나게 된다.

 

<신비1>은 담덕이 스물살 경에 왕이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그리고 앞으로 20여 년의 시간 동안, 그의 사랑하는 여인 '초영'과 그의 나라 '고구려'에 무슨 일이 있을지 앞으로 태어날 장수왕에 대한 이야기 등등이 모두 궁금해진다. 고구려의 숨은 역사, 문화가 <신비>라는 책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 것을 확인하니, 더욱 가슴 설레고, 기대감에 들뜬다. <신비> 속 놀라운 그의 놀라운 비밀을 어서 빨리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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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떠나가면
레이 클룬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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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떠나가면>은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 '레이 클룬'의 아픈 이별, 그 생생한 이별의 과정들이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다. 서른 여섯이던 아내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 그가 호주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고, 잘 못 이루며 눈물로 써내려간 이야기가 바로 <사랑이 떠나가면>이다. 

 

이미 사전 정보는 모두 취했다. 유방암에 걸린 아내, 그리고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그 속에서 어떤 감동과 애잔함을 줄지, 사뭇 기대감에 떨리는 마음으로 빠져들었다. 단순한 순애보적 사랑을 이야기할지, 물론 그런 순애보에도 가슴 저미는 사랑을 느끼며 감동받게 되겠지만, 옮긴이 표현 그대로, 주인공 댄이라는 한 남자를 통해서 우리는 인간이 처한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만날 수 있게 된다. 아내를 떠나보내는 남편의 순애보에 눈물 짓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픔을 드러내고, 때로는 회피하기도 하면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 그 자체가 그대로 생중계되고 있다고 할까? 6개월 전 이미 유방암 검사를 받은 적이 있어, 아내의 암진단은 더욱 충격적인 상황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고, 가슴절개 수술을 하면서, 그렇게 아내 '카르멘'과 남편'댄'은 병마와의 싸움에 늘 함께하고 있다. 그러면서 암이 전이되고, 다시 항암치료를 받고, 그러면서, 결국은 의사마저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과정, 그러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특히, 약을 통한 적극적 안락사의 전과정을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그저 멀게만 느껴졌던 '암' 그 실체가 소설 곳곳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점, 그래서 때론 버거웠던 점이었다.

 

<사랑이 떠나가면>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남편의 고독공포증이라는 것이다. 즉 외도를 밥 먹듯이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무슨 궁색한 변명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소한 단어다. 그런데 로즈와의 관계가 너무도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아내와의 이별 중, 그 피말리는 고통 속에서 다른 여자(로즈)를 통해 위로와 사랑을 구한다는 설정이 그다지 비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바로 '인간' 그 자체를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는 느낌! 그리곤 아내 카르멘이 용서하는 순간, 그의 태도는 오히려 눈물겹도록 현실과 몸소 싸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으며, 댄에 대한 미움을 금새 씻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대면한 적이 없어, 안락사로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이 너무도 낯설었다. 그러면서도, 그 이별 속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그 처절한 슬픔이 '카르멘'의 성격처럼 오히려 즐겁게 그려지는 듯도 하고, 이별의 고통,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서로를 보듬어주며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모습이 오히려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어, 더욱 처연하게 다가온다.

 

누구든 암으로 가족과 이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설사 가족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다분이 일어나는 일임에, 소설 <사랑이 떠나가면>의 이야기는 더욱 현실적이다. 아니 너무도 현실적이다. 정말 허구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삶을 표현하는듯. 내게도 유방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가까운 가족이 있어, '카르멘'과 가족의 아픔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면서, 그녀의 고통, 가족과 친구들의 고통이 더욱 안쓰럽게 다가오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에 공감하고,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병으로 가족을 잃는 슬픔, 사랑하는 한 분신을 잃는 슬픔, 그 속에서 남편의 순애보적 사랑 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내겐 전혀 예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였다. 소설 속 상상, 허구로 치부하기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니만큼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아니 처절하게 삶을 살아내는 모습 그 자체로, 때론 버거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속,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 간의 사소한 갈등 속,  우정, 사랑, 질투와 용서, 그리고 화해 그리고 더 큰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 참으로 마음이 끈끈해질 것이다. 더 나아가 관계의 소중함과 함께, 지금 이 순간 순간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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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 - 수수께끼와 역설의 유쾌한 철학퍼즐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4
피터 케이브 지음, 남경태 옮김 / 사계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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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란 제목을 읽고, 어려운 과학서일거라 섣부른 판단으로 며칠 동안 내팽개쳐 두었던 책이다. '수수께끼와 역설의 유쾌한 철학 퍼즐'이란 부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로봇'이 주는 선입견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단순에 나의 편견이 와르르 무너질 정도로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진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그 어떤 때보다 컸다. 철학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딱딱하지 않고, 부제 그대로 '유쾌함'으로 사고의 틀을 깨버리는 책이다.

 

'유쾌한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는 정치, 윤리, 종교, 예술, 법, 논리 등등의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다른 이야기들로 맥락이 이어지는데, 무작위적이다. 때론 앞으로 내달리기도 하고, 때론 뒤로 뛰어넘으면서, 다양한 주제별로 철학의 역설을 다루고 있다. 어떤 이야기는 궤변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머릿속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얕은 지식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철학의 유쾌함에 빠져들었다. '이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어느 철학 교수의 말은 실언이 아니었다.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는 주제들은 한 번쯤 곱씹어 보게 된다. 해답에 접근하는 길을 암시할 뿐, 딱히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저자 스스로도 밝히고 있다. 결정적인 답을 주지는 못하며, 답을 주는 척 '가장'하고 싶지도 않다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철학서보다 흥미로웠다.

 

교과서의 문답식으로 고정된 생각의 틀이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었다. 때론 심히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될 정도로, 무감각했던 나의 뇌세포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활개를 치며 뛰놀았다. 생각의 근육이 단련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호언장담 그대로, 움틀되는 생각의 근육을 만끽할 수 있었다. 33가지 또는 그 이상의 주제들 속 '퍼즐(역설)'을 풀다보면, 자연스레 철학의 전염병에 걸려, 환호의 몸부림을 치게 되지 않을까! 1318 교양문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라도 가볍게 철학하기에 빠져, 역설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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