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늦잠을 자다 벨소리에 얼핏 잠이 깼다.
보나마나 잡상인이겠거니 싶어서 계속 자려는데 가만 들어보니 가스 점검 중인 것 같았다.
문을 열어주고 가스 점검을 받는 게 옳은 행동이겠지만
잠도 덜 깬 상태에 귀찮아서 계속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문고리 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도둑인가 싶어 겁이 덜컥 났는데 오가는 소리를 들어보니 집주인이다!
세상에, 가스 점검 나왔는데 문 안 열어준다고 집주인이 나선 거다.
아무리 집주인이라도 세입자의 동의도 없이 함부로 문 열고 들어오는 건 불법 아닌가?
다행히 입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물쇠를 교체했기에 망정이지...
한동안 달그럭거리다가 집주인과 검침원이 갔는데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성질 같아선 문 열고 뛰쳐나가서 주거불법침입이라고 난리치고 싶었는데
세들어 사는 처지에 괜히 집주인이랑 얼굴 붉히기 싫어서 그냥 가만 있었다.
아니, 하다못해 집이 폭탄 맞은 꼴만 아니었어도 뛰쳐나갔을 텐데
집꼴이 집주인에겐 차마 보여주기 민망한 상태라(평소에 청소 좀 할 걸;)그냥 참았다.
그날 오후에 보니 대문에 검침원이 이 건물에 이 집만 검침 못했다고
(우리 집 말고 사람 없는 집은 다 열고 들어갔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3차 경고 후에는 가스가 끊길 수 있으니 어쩌고 하는 딱지를 붙여놓았다.
오늘 오전에 통화를 해서 평일엔 사람이 없으니 토요일 오전에 오시라고 하고,
지난 주 토요일에 집주인 불러서 무단으로 들어오시려고 하던데 그거 엄연히 불법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되려 자기가 일부러 집주인한테 그렇게 해달라고 한 게 아니라는둥
자기가 뭘 그리 잘못했냐고 큰소리를 치는 거다.
나도 화가 나서 다음에 또 그런 식으로 하면 신고하겠다고 해버렸다.
사실 중요한 건 검침원보다 집주인인데 말이지....
계약 기간 끝나면 다른 데로 이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