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동안 선을 한 번 봤는데,
상대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랬더니 이런저런 말 끝에 나온 건 결국
"독신주의자인가요, 아니면 조건을 따지는 건가요.
후자라면 실망이고 전자가 아니라면 꼭 사랑하는 사람 만나세요.
조건보다 사랑을 찾으세요."였다.
결국 그 사람은 자기 멋대로 나를
'독신주의자' 아니면 '조건만 보는 사람'으로 결론 지어버렸다.
여태 선이란 걸 몇 번 보면서 참 이해할 수 없는 게 이거다.
그쪽에서 '그냥' 내가 마음에 들 수 있는 것처럼
나도 '그냥' 그쪽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왜 못 받아들일까.
내가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반응을 보이면 대부분
'별로 결혼할 마음이 없으신가봐요' 하고 나온다.
'결혼할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당신이랑 결혼할 마음'이 없는 거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자존심이 덜 상하나?
왜 그냥 '아, 저 사람은 내가 별론가보다' 하고 쿨하게 못 받아들이는 걸까.
나 역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은근히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쪽에서 나를 시큰둥하게 생각하면 살짝 섭섭한 마음은 들지만
'내가 저쪽 취향이 아닌가보네. 어쩔 수 없지'라고 그냥 한걸음 물러섰다.
사람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정말 개인적인 느낌이고
남이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심히 부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선 보러 나오는 사람들 중엔
거절은 그냥 거절로 산뜻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참 드문 것 같아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