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동안 선을 한 번 봤는데,
상대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정중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랬더니 이런저런 말 끝에 나온 건 결국
"독신주의자인가요, 아니면 조건을 따지는 건가요.
후자라면 실망이고 전자가 아니라면 꼭 사랑하는 사람 만나세요.
조건보다 사랑을 찾으세요."였다.
결국 그 사람은 자기 멋대로 나를
'독신주의자' 아니면 '조건만 보는 사람'으로 결론 지어버렸다.

여태 선이란 걸 몇 번 보면서 참 이해할 수 없는 게 이거다.
그쪽에서 '그냥' 내가 마음에 들 수 있는 것처럼
나도 '그냥' 그쪽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왜 못 받아들일까.
내가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반응을 보이면 대부분
'별로 결혼할 마음이 없으신가봐요' 하고 나온다.
'결혼할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당신이랑 결혼할 마음'이 없는 거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자존심이 덜 상하나?
왜 그냥 '아, 저 사람은 내가 별론가보다' 하고 쿨하게 못 받아들이는 걸까.

나 역시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은근히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쪽에서 나를 시큰둥하게 생각하면 살짝 섭섭한 마음은 들지만
'내가 저쪽 취향이 아닌가보네. 어쩔 수 없지'라고 그냥 한걸음 물러섰다.
사람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정말 개인적인 느낌이고
남이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심히 부당한 경우가 아니라면)

선 보러 나오는 사람들 중엔
거절은 그냥 거절로 산뜻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참 드문 것 같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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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죠 거절 사유를 듣고 자신을 더더욱 업그레이드 하기 위하는 걸지도요..^^
(물론 한번 만나보고 그걸 판단하고 말하기는 힘들기도 하고요..)

보석 2009-01-04 23:32   좋아요 0 | URL
거절 사유를 묻는 게 아니잖아요, 저건....^^;
업그레이드를 위해 왜 그랬냐고 물었다면 답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라..ㅎㅎ

무스탕 2009-01-0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신주의자면 이런 자리에 나오겠습니까,
조건을 따졌다면 맞지도 않는 이런 자리에 나오겠습니까..
라고 대답해 주었다면 '까칠녀'라는 덤까지 얹어 줬으려나요.. -_-

보석 2009-01-04 23:33   좋아요 0 | URL
그치만 전 무스탕님 답변이 마음에 드는데요+_+ 다음엔 그렇게 답해야겠군요.

마늘빵 2009-01-0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새해 첫 선이었군요! 음, 선 말고 소개팅은 어떠신지. 근데 참 이렇게해서 인연 만들기는 어렵더라고요. -_- 저도 소개팅을 몇 번 해보긴 했지만.

보석 2009-01-04 23:34   좋아요 0 | URL
아, 소개팅이나 선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정말로. 뭐랄까..너무 목적이 뚜렷하다보니 오히려 판단하기가 어렵다고나 할까..

2009-01-04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5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5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6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9-01-04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한 남자가 몇이나 될지 정말 알고 싶어요~.
선보는 대서든 어디서든,,,
그런거보면 여자가 더 쿨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틀렸나??

보석 2009-01-04 23:35   좋아요 0 | URL
아뇨. 여자들이 좀더 쿨한 것 같아요. 뭐랄까..남자들은 거절에 정말 익숙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냥 취향이 아닐 뿐인데 그걸 자기 자신에 대한 거부나 평가절하로 받아들이는 듯해요.

다락방 2009-01-04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이런자리에 나왔으니 좋든 싫든 한번 더 만나봐서 어떻게든 결혼해야 하지 않나, 라는 본인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끙. 새해부터 선 얘기 하니 남일같지가 않아서 울적해요. 흑.


보석 2009-01-04 23:35   좋아요 0 | URL
후...올해는 또 얼마나 시달릴지...;;

푸른신기루 2009-01-0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보석님이 '그냥' 좋아요~ >_<

보석 2009-01-04 23: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_< 저도 푸른신기루님이 '그냥' 좋아요.ㅎㅎ

Mephistopheles 2009-01-05 00:33   좋아요 0 | URL
하지만 두분은 여성이십니다.

보석 2009-01-05 01:42   좋아요 0 | URL
우릴 그냥 좋아하게 놔두세요~ㅎㅎ

마늘빵 2009-01-05 22:57   좋아요 0 | URL
좋은 방법이 있어요. 저를 끼워주시면 돼요 =333

보석 2009-01-06 13:49   좋아요 0 | URL
아프님은 왜 우리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시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