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지하철에서 겪은 일이다.
퇴근 후 친구랑 홍대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놀다가 11시쯤 지하철을 탔다.
당연히 자리는 없어서 긴의자의 가장 끝쪽에 섰다.
서고 보니 문앞에 20대 초반의 남학생이 서 있는데
사람이 술을 마신 게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신 상태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저러다 혹시 토하지는 않을까 불안하게 보고 있는데 마침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섰다.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학생을 앉혀야 하지 않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
오지랖 넓게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냥 내가 앉았다.
앉고나서도 그쪽으로 신경이 쓰였다.
두어 정거장 갔을까 그 학생이 내쪽으로 몸이 확 쏠리기에 안 되겠다 싶어
그냥 앉아서 가라고 말을 하려고 일어서면서 학생쪽을 봤는데....
봤는데.....
술을 많이 마셨나보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나보다.
바지만 내린 상태도 아니고 바지에 팬티까지 내리고 **를 당당히 내놓고 서 있다.
깜짝 놀라서 반대쪽에 가서 섰다.
그런데 또 자리가 나서 앉았다.(빛나는 아줌마 근성)
앉으니 바로 맞은편 학생이 너무 잘 보인다.
그새 볼일을 봤네.
바닥엔 정체를 알고 싶지 않은 액체가...;;
문제는 볼일을 본 상태 그대로 다시 잠이 들었다는 거다.
생각해보자.
11시가 좀 넘은 환~한 지하철 안에 **를 당당히 내놓고 잠이 든 20대 초반 남자.
지나가던 사람들 다 깜짝깜짝 놀라고,
멋 모르고 그 학생 옆 빈자리에 앉았던 아주머니 한분은 당황해서 일어서고...
추태도 저런 추태가 없다 싶었다.
사진을 찍어 웃대나 디씨에 올려 온 나라에 망신을 시키고 싶은 생각도 살짝 들었지만
인생 하나 망칠 거 같아서 참았다.
다행히 지나가던 아저씨가 보다 못해 옷을 추슬러줘서
내가 내릴 때쯤엔 옷 갖춰 입고 의자에 앉아 자고 있었다.
집에 가면서 제발 그 학생이 필름이 끊기지 않았으면 했다.(십중팔구 끊기겠지만)
부디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의 일이 생생하게 떠올라
창피함과 부끄러움에 며칠 고민하기를 바랐다.
충격으로 술을 끊던가 당분간이라도 술을 자제하길 바랐다.
오늘의 교훈: 지나친 음주는 자신은 물론 주변에까지 폐를 끼칩니다.
덧: 사실 나는 이 일이 불쾌하다기보단 어이없고 황당하고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