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갈아탈 막차시간이 간당간당하던 늦은 밤, 버스 안이었다.

버스가 좌회전을 하다 신호가 바뀌어 급정거를 했는데,

제대로 손잡이를 잡고 서 있지 않던 남자와 그 남자가 잡고 있던

유모차 안에 있던 어린 아기가 넘어졌다.

 

갑자기 심하게 급정거 한 것도 아니어서 다른 승객들은 다 괜찮았고,

심하게 넘어진 것도 아니어서 아기가 잠깐 울고 말았다.

기사분도 괜찮냐고 뒤를 보며 걱정을 해 주셨는데도,

남자가 대뜸 차를 세우게 하고는 기사분에게 태도가 그게 뭐냐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cctv 찍히냐고 묻고, 기사분 연락처를 묻고

하여간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참을.

 

그래서 참다못한 내가, 왜 차를 세워서 다른 승객들 시간을 뺏냐고,

나는 다른 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지금 이거 때문에 내가

갈아탈 막차 놓치면 댁이 택시비 줄 거냐고,

기사아저씨가 괜찮냐고 돌아보면서 걱정해주셨는데 그정도면 됐지않냐고,

아기랑 같이 탔으면, 본인이 유모차를 꽉 잡고 서있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 차가 만약 급정거 안하고 신호위반 좌회전하다 사고났으면 어쩔거냐고 했다.

 

아무튼 그래서 차가 출발했는데 그 남자가 여전히 유모차를 제대로 잡고 있지 않아서,

자꾸 불안불안해서 기사분이 기어코 한마디 하셨었다. 잡아달라고.;

뭐 본인도 찔린건지 난리 치지는 않더라.

 

오늘 뉴스를 보면서, 교보문고 식당에서 뛰는 아이와 부딪혀 국물을 쏟아서...

본인도 화상 입으셨는데도 테러리스트라느니, 국물녀라느니...인터넷에서 미친 사람으로

몰리셨던, 그 아주머니가 괜히 측은해졌고, cctv를 보고서도, 본인 아이가 뛰다가 아주머니와

부딪힌 것을 보면서도 아주머니를 나쁜 사람이라고 몰아가려고 하는 그 아이 엄마가

참 무서웠다.

 

본인 아이 귀한 것은 알면서, 쌍방과실이라 주장한다면 자기 손에 뜨거운 국 한방울 쏟고
그 아주머니 딸 얼굴에 국물을 들이붓겠다는 글을 썼다가 지우는 그 엄마의

심보도 무서웠고,(그 아주머니 화상도 꽤 심했다. 국물 한방울 쏟은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자기 아이가 귀하면, 뛰다가 다치지 않도록,
공공장소에서 뛰지 못하게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아이가 화상을 그렇게 입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네이트톡에 사실과 다르게

마치 아주머니가 애 얼굴에 국물을 일부러 부은 양, 글을 올려 여론을 몰아가다가,

cctv 공개되고 여론 바뀌고 자기 맘대로 안되니

수시로 네이트톡 글을 수정하면서 본인에게 불리한 부분을 지우고,

네티즌들과 댓글로 싸울 정신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경찰 수사에 맡기겠다고 하는데, 그 아이 엄마가 과연 경찰 수사결과에는

납득을 할지가 의문이다. 그 아이 엄마가 원하는 결과는 절대 나오지 않을텐데.

 

아이가 다친 것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아이에게 공공장소 질서, 예절을 가르치지 않은,

아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9살이면 어느정도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인데도,
그 사람 많은 식당에서 아이가 뛰어다니도록 그대로 방치해놓은,
본인의 잘못인 것을 인정하기 싫은 그 마음은 이해가지만, 아주머니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그 태도가 참 보기 흉했고...대체 그 아주머니는 무슨 죄로 아이와 부딪혀 손에 화상입고,
이상한 가족때문에 인터넷에서 국물녀라는 이름으로 마녀사냥 당하신 걸까.

그리고 아이는 아이대로 이미 얼굴이 인터넷에 다 돌아다니고 있던데,

엄마를 잘못 만난 아이가 참 측은하기도 했다.

 

뭐 내가 결혼을 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나중에 자식을 낳는다면 내 자식이 학교폭력이라든가, 범죄라든가, 하는 것의

피해자가 될까 무섭기도 하지만, 내 자식이 가해자가 될까봐 무섭고,

내가 내 자식이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내 자식만 편드는 부모가 될까봐 그게 무섭다.

내가 저런 사람들을 만나 상처받는 것도 무섭지만...

내가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저런 사람이 될까봐 그게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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