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교회를 가려고 버스를 탔습니다.  

목적지는 수원인데, 강남역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합니다.
아침에 나올때만 해도 아주 멀쩡했고 
버스 안에서도 그냥저냥 멀쩡한 컨디션이었는데,  
버스가 한남대교를 건너면서부터 갑자기 몸이 떨리면서
(그냥 으슬으슬 춥다 정도가 아니라 이가 딱딱 부딪히고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춥더라고요.) 온 몸에 관절이 쑤시고 울렁거리는 겁니다.  

신사역 지나가니까, 의자에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요.
제가 바로 앞문 옆 앞자리였는데 그 와중에도 버스카드를 찍고, 
아프니까 내려야겠다고 가로변에 차를 세워달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신논현역 근처 가로변 정류장에 서는 차라서
아저씨께서 세워주시더라고요.  

내리자마자 빛의 속도로 탐앤탐스로 뛰어들어가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상태로 덜덜 떨면서 카운터로 가서 물 한잔 얻어마시고
(그 때는 물 안마시면 죽을거 같더라고요.  
알바생한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119를 불렀습니다.  

119가 10분 넘으니까 오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서운했던건,
앰뷸런스 타고 내릴 때, 팔 잡아주고 이런거까진 바라지도 않았는데,
사람이 비틀거리면서 덜덜 떨면서 겨우겨우 걷는데도,
부축은 고사하고 가방도 안들어주더군요.
화재현장에서 사람 구조도 하면서,
아픈 사람 핸드백 들어주는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강남성모병원 응급실에서 이것저것 검사받는데,
처음에만 해도 열은 없었습니다.
검사받고, 링겔 꽂고 한참을 침대가 없어서 앉아있는데,
점점 열이 나서 의사한테 열난다고 그랬더니,
처음에 잰 체온만 보고 체온 재주지도 않고 환자분 열 없으시다고 하더군요.  

응급실 도착하고 거의 3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힘들어하고 있는데,
제가 열있다고 한번 더 말하니까 다른 의사가 체온 재보고
열이 39도가 넘는다며 기겁을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니까 침대 주고, 소변도 줄 꽂아서 빼서 검사하더라고요.  
(아니 그러게 사람이 열 있다고 말하면 체온이라도 다시 재주지.. 
응급실 앞에서 큰소리 안 친 건 제가 힘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링겔 계속 맞으면서 오후 내내 누워있다가 돌아와서,
월요일날 병가 내고 다시 병원 가는데,
너무너무 아파서, 어떤 분이 절 붙잡고 뭘 물어보는데
입모양만 보이고 목소리는 안들릴 정도였습니다.  

월요일날은 회사 근처 동네 작은 병원 갔는데, 거기서는,
어떻게든 비싼 주사 맞출려고 별짓을 다하더군요.
꼭 맞아야 되는것도 아닌데, 맞으면 좋다면서...
제가 현금 없다니까 카드 없냐고 그러고, 카드 없다니까 
나중에 자기들 계좌로 부쳐줘도 된다고 하면서...;;
그래서 기분이 확 나빠져서... 그냥 처음 처방한
주사만 맞고 나왔어요.;;;

지금 며칠째, 제가..설정온도 39도~40도 사이에 맞춰진 난방기구가 된 기분입니다.
열이 약먹으면 내리고, 약먹고 나서 시간 좀 지나면 다시 확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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