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가끔 고독감이 엄습할 때는 있죠."
 
"외로움과 고독감이 어떻게 다른 건데요?"
 
"외로움은 누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감정에 가깝고 고독감은 오히려 혼자 있고 싶다는 감정에 가깝죠."
 
음...그렇다면 제 안에는 몹쓸 외로움과 고독감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는 거겠군요...
 
이미 다 초월했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윤대녕의 열두명의 연인과 그 옆 사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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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줄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일은 사람이 사람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건...기적 이란다."

-어린왕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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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  

- 정우영


  아직 봄이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저녁나절이었다.
  허접한 눈으로 헌 신문 뒤적거리고 있는데,
  여든 넘은 어머님이 불쑥 물으신다.
  자네는 봄이 뭐라고 생각하나?
  봄이요? 해 놓고 답변이 궁색하다.
  아지랑이야.
  눈부터 뽀얀 아지랑이 속에 빠져들며 어머님 스스로 대꾸했다.
내가 양지뜸에서 나물 뜯고 있던 열세 살 때야. 초록 아지랑이
가 다가와 속삭이더니 나를 살짝 휘감아선 날아가는 거야. 난 어
쩔 줄 몰라 아지랑이 꽉 붙잡고 있었지. 아지랑이는 한참을 날아
산등성이에 나를 내려놓았어. 그러고는 메마른 나뭇가지에 초록
저고리를 슬근 벗어 걸어 두는 것인데, 요상도 해라. 그 메마른
나뭇가지에서 초록 싹이 돋는 거야. 깜짝 놀란 난 하초를 지렸는
데 초록 물이 배어 나왔어. 초경이야. 그 후로는 이상하게 봄보다
먼저 아지랑이가 찾아와. 그러면 난 어김없이 초경을 앓지.
  아지랑이와 어우러진 어머님 목소리 나른하게 멀어지더니
  내 허접한 눈에 초록 물 배어든다.

<시와 사상, 2007,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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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우 영창-

 

 

미열이 찾아와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창밖에는 스산한 바람

보름달이 방충망에 걸려 있다

이 밤이 너에게도 가 있다는 건

지금 내가 해본 말이다

젊은 날 우리의 애인은

예쁘기도 했었다

밤은 왜 날마다 찾아왔느냐

술집 문이 닫힌 골목은 길었고

우리 중 한 사람은 더 가난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말할 수 없이 쓸쓸해진다

잠이 달아난 밤에 접어두었던

옛사람의 글도 이젠 그만 펼치고 싶어진다

安貧樂道도 사람을 가리고

한 개뿐인 술잔을 엎어놓은 지도

꽤 되었다.

내게 벗이 있어

만나면 또 헤어질 터

무엇이 차고 무엇이 비어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 중 한 사람은 

먼저 세상을 뜨니

남은 사람이 그런 걸 기억하고

늦은 밤 창문을 닫고 돌아서리라


-우영창 시집 <사실의 실체>  2006년, 세상의 아침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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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정혜 책방 휴가기간에 산엘 갔었어.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개를 소나무에 매달아놓은 사내들을 만났지. 살벌하더라. 사내 서넛이 작정을 하고 온 모양이었어. 솥단지까지 걸어놨드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거꾸로 매달린 개를 돌아가며 몽둥이로 패는 거야. 순식간에 개의 머리통이 피투성이가 됐어. 정혠 울상으로 내 뒤에 숨었지.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 줄 알아? 뭐가 잘못됐는지 개를 묶어놓은 줄이 풀렸어. 개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피를 흘리며 도망을 치더라고. 사람이란 지독한 데가 있는 것 같아. 그 일행 중에 주인이 있었어. 지가 기른 개를 그래 그게 무슨 짓인지. 그런데 그래도 주인이라고 그놈의 개가 말야. 부지런히 도망이나 칠 일이지, 주인 되는 사내가 메리! 메리! 부르니깐 그 소리를 듣고 개가 어쨌는 줄 알아? 달아나던 몸을 돌려세우고는 주인한테 가더라구. 꼬리까지 흔들면서. , . 피를 철철 흘리면서."

 "......"

 "정혜가 그걸 보더니 충격을 받았어. 얼굴이 하얘져가지구선 마른 풀처럼 풀썩 주저앉는거야. 부축해서 올라가려던 걸 그만두구 아래 계곡으로 내려왔는데 속엣걸 다 토해냈지...... 그날 나와 헤어지면서 정혜가 뭐랬는 줄 알어?"

"......"

"지금도 그 말 생각하면 멍해져."

"뭐랬는데?"

"내가 꼭 그 개 같아요......이러잖어."

 

496p

 
 
-신경숙 님의 <깊은 슬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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