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우 영창-
미열이 찾아와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창밖에는 스산한 바람
보름달이 방충망에 걸려 있다
이 밤이 너에게도 가 있다는 건
지금 내가 해본 말이다
젊은 날 우리의 애인은
예쁘기도 했었다
밤은 왜 날마다 찾아왔느냐
술집 문이 닫힌 골목은 길었고
우리 중 한 사람은 더 가난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말할 수 없이 쓸쓸해진다
잠이 달아난 밤에 접어두었던
옛사람의 글도 이젠 그만 펼치고 싶어진다
安貧樂道도 사람을 가리고
한 개뿐인 술잔을 엎어놓은 지도
꽤 되었다.
내게 벗이 있어
만나면 또 헤어질 터
무엇이 차고 무엇이 비어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 중 한 사람은
먼저 세상을 뜨니
남은 사람이 그런 걸 기억하고
늦은 밤 창문을 닫고 돌아서리라
-우영창 시집 <사실의 실체> 2006년, 세상의 아침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