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청년글방’운영 김형중씨 비평집 출판 주목  [04/12/06]
 
전국을 돌아다니는 출판사 영업부 직원들은 가끔 광주 전남대 앞의 ‘청년 글방’에 들를 때면 “옛날 스타일의 ‘사회과학 서점’은 이제 전국에서 이곳 한 군데만 남았다”고 말한다. 요즘도 베스트셀러와 대학교재를 취급하지 않는 이 책방의 주인은 요즘 ‘뜨는 문학비평가’ ‘강호(江湖)의 비평 협객’으로 불리는 김형중 씨(36)다.

태어나서 군대 갔을 때를 제외하곤 광주를 떠난 적이 없다는 그는 지방의 문학비평가들 가운데 최근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2000년 데뷔한 후 4년간의 활동을 결산하는 비평집 ‘켄타우로스의 비평’(문학동네)을 10월에 펴냈고, 지난해 말 현대문학상을 시작으로 최근 한국일보문학상까지 4개의 주요 문학상 심사(예심)를 맡아왔다. 그는 “연이은 심사를 위해 최근 1년간 발표된 300편가량의 소설을 읽었다”고 말했다. 그를 주목해 온 중진 소설가 최인호 씨는 “박학하고 날렵한 글 솜씨에 눈이 번쩍 뜨인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청년 글방’이 문 닫을 위기들을 어렵게 넘겨왔다”고 말했다. 이 책방은 그와, 문학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광주 청년들의 근거지다. 서가들을 벽 삼아 세 개의 방을 만들어 놓았고, 내실에선 열댓 명이 세미나를 할 수도 있다. 여기서 1주일에 여덟번 세미나가 열린다. 김 씨는 대학에 출강하고 문학독회 등 3개의 세미나에 참석해 토론한다.

그는 계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원로 비평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비평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소설가 배수아 씨처럼 이미지와 소소한 이야기의 줄기를 애호하는 작품 스타일에 대해 뚜렷한 중심(中心) 서사(이야기의 줄기)가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오래된 리얼리즘의 관점만을 고수한 것이라는 게 요지다.

그는 “90년대 초반 사회주의가 붕괴될 때 문학을 시작했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즐겨 보고 있다”며 “이들의 정치적 태도는 은연중에 아나키즘의 색채를 띠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들로 김연수 백민석 김종광 김경욱 씨 등을 꼽았다.

그는 비평집 제목에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마(半人半馬) ‘켄타우로스’를 쓴 것에 대해 “작품 속에서 작가가 의도한 테마와 의도하지 않은 시대적 배경을 파악해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우리 문학은 절대 위기가 아닌 것 같아요. 앙상한 테마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이미지와 다채로운 이야기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는 “젊은 작가들을 북돋우기도 하고, 깨기도 하는 글을 켄타우로스처럼 써나가겠다”며 “그게 지금 비판 받고 있는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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