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주 초, 토요일에 집 근처 건물에서 프리마켓이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구경은 가고 싶은데 혼자는 좀 민망할 것 같아 동생을 꼬셨다. 그런데 동생은 토욜엔 약속이 있다며 동행을 매몰차게 거부.
그리하여 토요일인 오늘, 혼자라도 가볼까 어쩔까 분위기를 보려고 퇴근 후 그 앞을 어슬렁, 기웃 거렸으나 판매자들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주시하기에 관심없는척 서둘러 도망쳤다.
혼란한 마음을 추스르려 빵집에서 빵을 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 집으로 돌아오니 동생이 떡진 머리를 하고 퀭한 눈으로 롤챔 재방송을 시청 중이다. 어제 새벽, 알바를 마치고 돌아온 동생은 밤새 구토를 하며 앓아 누웠었다. 오전에 병원에 갔더니 급체라고 했던 모양이다. 약속도 취소하고 집에서 요양중이던 동생을 꼬셔 사람꼴로 만든 뒤 같이 프리마켓이 열리는 건물로 향했다.
판매하는 물건은 여느 프리마켓과 같았다. 소이캔들, 장신구, 도자기, 방향제, 마카롱 등등.
손님이 별로없어 맘편히 구경하기 힘든 와중에 맘에 드는 팔찌를 하나 구입하고 옥상에서 꼬치구이를 먹다보니 어느새 손님이 늘어 건물이 복작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어슬렁 어슬렁 맘편히 구경 시작! 그러다 보니 아깐 서둘러 지나친 외국인 언니가 파는 머핀과 파이가 눈에 들어온다. (영어가 두려워서 서둘러 지나친 거 아님! 진짜임!)
사실 난 퍽퍽하고 밀가루 맛이 많이나서 머핀을 안 좋아한다. 일주일에 두 세번은 빵을 사먹지만, 머핀은 돈 주고 사먹은 적이 없을정도다. 외국인 언니가 다른 손님과 대화하는 틈을 노려 시식용으로 놔둔 딸기 머핀 한 조각을 슬쩍 먹었다. 먹는 순간 33년 경력의 빵순이 센서가 외쳤다.
어머, 이건 사야해!
한 조각만 먹고도 알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내 머핀관을 바꾸어줄 환상의 머핀이라는 것을! 이것이 본토의 맛이란 말인가! 얼마나 맛이 있었냐면 영어로 ˝디스 원, 투 플리즈!(이거 두개 주세요를 말하고 싶었음. ^^;)˝라고 주문할 정도로, 계산이 끝나고 ˝땡큐! 헤브 어 나이스데이!˝ 라고 외칠 정도로 맛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tv를 보며 딸기 머핀을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상큼한 딸기향! 버터를 가득 품은 밀가루는 촉촉하면서도 꽉찬 딸기 씨가 톡톡 씹히고, 안에 숨겨져 있던 크림치즈가 곳곳에 박혀있는 딸기 과육과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자아냈다.
급체라 빵을 먹으면 안 되는 동생이 도저히 못 참겠다며 한 입 먹더니 눈빛이 변해 달려들었다. 이건 완전 마약이라면서. 어디가면 또 살 수 있냐며 당장 빵 포장상자 바닥에 적힌 전화번호에 전화할 기세였다. 그건 빵 포장상자를 만든 회사 전화번호라고 내가 말리지만 않았어도 정말 전화를 걸었을지도 모른다.
아, 정말 만족스러운 머핀의 날이었다. 살면서 이런 머핀을 만날 줄이야! 머핀 언니!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