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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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소설의 세계는 너무도 친숙하다, 적어도 내게는. 송창식이며, 산울림이며, 나이키이며 하는 것이 그렇고 무엇보다도 프로야구가 그렇다. 그 덕분인지 이 책을 2시간도 안 걸려서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리 나쁜 소설은 아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었고, 아주 잠깐이지만 옛날 야구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그 뿐이었다. 이 책은 추억담 그 자체에 불과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물들은 조작된 티가 역력했다. 은수도, 은호도, 현주도 존재하는 인물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로라장도, 서클도, 기타도 다 존재하는 것들이었지만 왠지 이 책의 그것들은 거짓말처럼만 느껴졌다. 왜 그런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아하, 이 책에는 고통이 빠져 있었다. 주인공은 제법 고민하는 척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무뇌아나 마찬가지였다. 그 아이의 고통은 어쩐지 낭만적으로만 느껴졌다. 과연 그러했는가, 우리가 보낸 시기는? 80년대를 일종의 기획 상품처럼 여기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듯하다. 그 시기를 이념의 시기로만 보는 것도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향수어린 낭만적인 시선으로만 보는 것도 곤란할 듯하다. 그렇기는 해도 이 소설을 읽는 것은 그리 나쁘지만은 아니었다. 앞에서도 말했듯 잠시 잠깐 추억에 잠길 수 있었으니까. 그 정도도 못하는 소설들에 비하면 그래도 이 소설은 한 가지 확실한 장점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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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넬레스키의 돔
로스 킹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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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독한 면이 없는 예술가란 없는 것 같다. 브루넬레스키 또한 지독하다. 사람을 속여 감옥에까지 들여보냈을 정도니까. 그리고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반감을 지닌 사람에게는 꼭 보복을 하고야 말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지독함이 없었더라면 돔은 결코 완성하지 못했을 것 같다. 생각만큼 쉬운 책은 아니었다. 잘 읽히기는 하지만 솔직히 건축에 관련된 사항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로마인 이야기에 비해서는 덜 대중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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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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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의 야마다 에이미가 아니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여기저기 마구 휘두르던 예전의 야마다 에이미가 아니다. 이번 소설집은 어쩐지 SM을 연구한 논문집 같은 느낌을 준다. 정상적인 남녀는 없다. 가학과 학대가 난무하고, 대사들은 비현실적이다. 그나마 나은 것이 '메뉴'인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 변하는가보다. 나와는 코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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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 전9권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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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쓰다니. 예전에 객주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읽다가 말았다.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었고, 똑같은 얘기를 왜 이리 반복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인 10몇 년 전의 일이었다. 다시 읽은 객주, 그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첫 페이지부터 나를 압도하는 우리나라말의 아름다움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엮어내는 그 기막한 일들, 나는 읽다가 여러 번 한숨을 쉬어야 했다. 이문구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금 김주영 선생 같은 분들이 더욱 귀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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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어디인가 1
루이나이웨이 지음, 전수정 옮김 / 마음산책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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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적으로 루이나이웨이의 바둑 스타일을 좋아한다. 힘이 대단하다. 그 날쌘 조훈현이 펀치 한 방을 맞고는 그대로 쓰러지는 바둑도 보았다. 조훈현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그런 루이나이웨이였던만큼, 그리고 그녀가 바둑을 두기 위해 겪어왔던 고초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갔던 만큼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나를 제법 기쁘게 만들었다. 루이나이웨이의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구나, 바둑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바둑은 좀 묘한 위치에 있다. 남편이 바둑 두는 것을 좋아하는 마누라는 그 어디에도 없고, 바둑 티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 또한 없다. 요컨대 바둑은 남자의 전유물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바둑 책을 전문으로 발간하는 곳이 아닌 마음산책, 꽤 지명도를 갖고 있다는 마음산책에서 책이 발간된다는 사실은 상큼한 뉴스였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문제가 있었다. 루이나이웨이의 인생이나 장주주의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훌륭했다.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이 책이 주를 다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조훈현(9단-국내외 대회에서 많은 승리를 거둠으로써 일본에 뒤지던 한국 바둑의 위상을 높여주었다-편주)' 좀 우습기는 하지만 이것은 그런대로 무시하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다음을 보자. '패착(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한 수-편주)', '사활(돌 모양의 죽음과 삶...)' 이것은 바둑 이전에 일상 용어가 아닌가? 여기에 이런 식으로 주를 다는 것은 마치 새로운 유형의 컬트 드라마를 보낸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는 최초한 루이나이웨이에 어느 정도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야 이 책을 사 보리라 생각한다. 그 말은 기본적인 바둑의 룰을 이해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독자들에게 이러한 주들은 바보같은 느낌만 줄 뿐이다. 자기가 기획을 잘했다고 장황하게 자랑을 늘어놓은 편집자는 이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오자도 꽤 많은 편이다. 훌륭한 인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편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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