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꿈에 나비를 보게 되어 행복했다.

나비는 꿈에 장자를 보게 되어 불행했다.

-유몽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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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기요시코 카르페디엠 11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오유리 옮김 / 양철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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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어린 시절 내 곁에는 늘 말을 더듬는 아이들이 한둘은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내 곁에서 사라졌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들을 떠올리려 노력해 본다. 그들은 지금도 말을 더듬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끔한 표준어를 구사하며 구차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 것인가.

괜시리 구차한 날들 운운하는 것은 요즈음은 도통 말을 더듬는 사람들을 보기 힘든 까닭이다. 말을 더듬는 사람들의 수효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고, 내 주변에 머물던 그들이 모두들 거세되었서 그랬을 수도 있다. 말더듬이가 살아남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인간들도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 마당이니.

다시 수정하자. 정상이란 없는 법이다. 정신의 말더듬이, 육체의 말더듬이, 윤리의 말더듬이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장애를 감추고서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다. 때론 그것이 더 무섭다. 내 곁에 머물렀던 말더듬이들, 정신의 말더듬이인 나와는 너무도 잘 지냈던 그들. 까르르 웃어대며 즐겁게 노닐었던 그 시절.

이 책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말더듬이의 민감했던 어린 시절을 그린 이 책은 정신의 말더듬이였던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는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들, 내 절친했던 말더듬이 벗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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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밤
임영태 지음 / 문이당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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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화자들의 나이가 참 다양하다. 10대, 20대, 30대, 40대. 그렇다고 이야기들의 내용이 다양한 것은 아니다. 화자의 나이가 다른 것은 하나의 소설적 장치일 뿐이다. 작가는 10대, 20대의 꿈을 얼핏 보여주다 이내 30대, 40대의 음울함으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30대, 40대의 시선이 있기에 10대, 20대의 작은 꿈들은 오히려 애잔하게 느껴지고, 그것을 읽는 나는 삶의 출구 없음에 절망하게 된다. 소설 속의 이야기들은 대개 밤에 이루어진다. 누군가가 죽거나 누군가가 절망한다. 그것들은 나이 먹은 자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 그리고 그 그 너무도 익숙한 감각이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든다. 혼자서 술 한 잔 마시게 만드는 그런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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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 1994 제4회 서라벌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37
이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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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란 시도 좋고 정이란 시도 좋다. 참 좋다.

나뭇잎들이 포도 위에 다소곳이 내린다
저 잎새 그늘을 따라 가겠다는 사람이 옛날에 있었다(무늬 전문)

사람에게 정이 없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날로날로 깊습디다 형(정 부분)

읽고 나서 하릴없이 창밖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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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프로젝트 스무 살 - 감성의 파장이 만나는 12개의 이야기들
변병준 외 지음 / 바다출판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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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샀다. 김광석이란 말만 듣고서. 솔직히 말하자면 김광석의 노래 세계를 만화로 표현한 참신한 시도는 실패나 마찬가지다. 성기완과 박인하가 뭐라 설명하건 만화를 보고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김광석 노래의 표피도 제대로 반영해내지 못한 작품이 태반이었다. 다른 걸 기대한 내가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죽어 신화가 된 자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리라. 하지만 두꺼운 하드 커버보다 못한 내용이 날 실망시킨 건 사실이었다. 오히려 그것이 더 김광석적인 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선 결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바로 그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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