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화자들의 나이가 참 다양하다. 10대, 20대, 30대, 40대. 그렇다고 이야기들의 내용이 다양한 것은 아니다. 화자의 나이가 다른 것은 하나의 소설적 장치일 뿐이다. 작가는 10대, 20대의 꿈을 얼핏 보여주다 이내 30대, 40대의 음울함으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30대, 40대의 시선이 있기에 10대, 20대의 작은 꿈들은 오히려 애잔하게 느껴지고, 그것을 읽는 나는 삶의 출구 없음에 절망하게 된다. 소설 속의 이야기들은 대개 밤에 이루어진다. 누군가가 죽거나 누군가가 절망한다. 그것들은 나이 먹은 자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 그리고 그 그 너무도 익숙한 감각이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든다. 혼자서 술 한 잔 마시게 만드는 그런 소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