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기요시코 카르페디엠 11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오유리 옮김 / 양철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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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어린 시절 내 곁에는 늘 말을 더듬는 아이들이 한둘은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내 곁에서 사라졌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들을 떠올리려 노력해 본다. 그들은 지금도 말을 더듬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끔한 표준어를 구사하며 구차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 것인가.

괜시리 구차한 날들 운운하는 것은 요즈음은 도통 말을 더듬는 사람들을 보기 힘든 까닭이다. 말을 더듬는 사람들의 수효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고, 내 주변에 머물던 그들이 모두들 거세되었서 그랬을 수도 있다. 말더듬이가 살아남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인간들도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 마당이니.

다시 수정하자. 정상이란 없는 법이다. 정신의 말더듬이, 육체의 말더듬이, 윤리의 말더듬이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장애를 감추고서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다. 때론 그것이 더 무섭다. 내 곁에 머물렀던 말더듬이들, 정신의 말더듬이인 나와는 너무도 잘 지냈던 그들. 까르르 웃어대며 즐겁게 노닐었던 그 시절.

이 책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말더듬이의 민감했던 어린 시절을 그린 이 책은 정신의 말더듬이였던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는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들, 내 절친했던 말더듬이 벗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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