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전쟁이라, 누군가 전쟁의 위험성을 말하고 항상 전쟁이란 없어져야한다는 말을 할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 하지 않을까? 하지만 정작 전쟁으로 인해서 겪어야할 모든 것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걱정해보고 진심으로 생각해본이가 몇이나 될까? 나부터가 전쟁이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살아생전에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는 못할거라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내전이란 이름으로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기도 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과 같은 국가간의 전쟁 역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책은 1992년 4월 5일부터 1996년 2월 29일까지 현대 전쟁사에서 가장 긴 도시 점령으로 기록된 보스니아의 내전 사라예보사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빵을 사려고 줄을 서있던 22명의 사람들이 날아온 포탄에 목숨을 잃었고, 그를 지켜보던 사라예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가 죽은 이들을기억하기 위해 그 다음날부터 22일을 매일 오후 4시에 그 자리에서 첼로를 연주하기 한다. 그리고 그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은 저격수 애로, 전쟁이 시작되자 아내와 아들을 이탈리아로 보내고 누이집에 얹혀사는 늙은이 드라간, 가족들이 먹고 씻을 물을 기르러 목숨을 걸고 양조장으로 향하는 케난. 이들이 바로 이책의 주인공들이다.
사라예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였다는 이유로, 죽어간 22명을 위해 자신이 할수 있는 일이 첼로 연주밖에 없다는 이유로 목숨을 걸고, 22일간 오후 4시에 펼쳐지는 작은 음악회. 포탄과 총성이 오가는 사이사이에 울려퍼지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전쟁의 시름을 잊게 해주고, 앞으로 그들에게 다가올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 주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 그의 연주는 그를 죽이러 온 총살자의 귀에까지 아름답게 울려퍼진다. 분명 그의 연주는 사라예보사람들에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참상 앞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수 밖에 없고, 누군가 길을 가다 언제 총을 맞고 죽을지 모르는 그런 불안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자체가 얼마나 괴롭고 힘이 들었을까, 우리들이 매일같이 가족들과 편안히 전기를 쓰고, 씻을 수 있고, 영화를 보러가고, 외식을 하는 평범한 삶이 그들에게는 결코 평범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평범했던 것이 어느날 갑자기 평범하지 않아졌을때, 누군가 죽어갈때 아무것도 해줄수 없다는 상실감을 가졌을때, 살기위해서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이들을 봤을때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가슴이 아프것이다. 아니 아플 수밖에 없다.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그들의 현재의 삶을, 그들의 미래를 앗아버리는지는 우리는 이책에서 알게 될것이다.
내전이라는 이름으로, 결국 두세력이 이권다툼을 하는 동안 죽어나가는 것은 불쌍한 민간인들밖에 없다. 민간인들의 삶까지 빼앗아도 된다고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신이라도 된듯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대고, 사람이 죽어나가든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어떻게 그럴수 있을까. 자신의 목숨을 걸고 누군가를 위해 약을 가져다 주고, 누군가를 위해 물을 떠다주고, 누군가를 위해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연주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들. 그들이 있기에 전쟁의 참담함 속에서도 밝은 미래를, 평화를 꿈꿀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전쟁의 참혹 속에서 연주되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 아마 한번 들은 이들에게 그 아름다운 선율을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그가 있었기에 우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사라예보를 꿈꿀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