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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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존재는 누구나에게 마음의 고향이 아닐까,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의 신작소설은 내게 책장을 더는 넘기지 말라고, 말라고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한 장 한장 넘기는 것이 왜 그렇게 힘이 들었을까, 네 자녀의 엄마. 소설의 주인공 박소녀가 바로 우리 엄마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도 쉬고 싶다고, 엄마도 사람이라고 외쳐대는 것을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무일 없는 척 넘기기 일수 였다.
 
가난함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스무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서 별나디 별난 시어머니를 30년 가까이 모시고 있고, 자기하고 싶은거 하나 못하면서도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희생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우리 엄마였다. 소설 속 주인공 박소녀 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못할것 없는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다. 남들이 보면 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우리 엄마는 평생 희생을 강요당해 왔다.
 
지금 내 나이는 엄마가 스무살 철 모를때 시집을 와 언니를 낳고, 나를 낳고, 막내 동생을 낳을때보다 훨씬 더 많지만, 아직도 나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제는 엄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엄마가 누구 때문에 희생을 해왔는지 알면서도 그런 엄마를 보듬어 주기보다는 피곤하다면서 짜증이나 내고 엄마의 말에 제대로 한번 귀기울여 본적이 없는 것같다. 그래서 일까, 책장을 넘기며 지헌이, 형철이 내뱉는 자조적인 말은 나를 비난하는 것같았고, 내 죄를 둘추어내는 듯 했다.
 
항상 말로는 내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이 엄마라고, 엄마 없이는 못산다고, 그러면서도 정작 엄마가 힘이 들때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매일을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오면 집에서는 누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누가 깨끗이 청소해 둔 집에서 편히 쉬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지쳐 쓰러질 듯한 몸으로 자식들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하고.... 엄마가 피곤해서 힘들어 하는 것을 알면서도 내 공부하기 바쁘다고, 나도 하루종일 힘들었다고, 엄마는 강철 체력이니깐 그정도는 할수 있다고 넘겼던 것들이 왜 그렇게 후회가 될까.
 
엄마라고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평생을 부엌에서 살고 싶으셨을까, 내게는 이렇게 공부하는 것도 힘들다고, 뭐든 챙겨주려고 하는 엄마가 있는데 우리 엄마는 어릴때 외할머니를 일찍 여의고 동생들을 책임져야했었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엄마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인데 왜 나는 가끔씩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지. 소설속 지헌이나 형철은 엄마의 부재를 통해 엄마의 소중함을, 잊고 지냈던 엄마를 다시기억한다. 나는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벌써 그러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끝없이 몰려오는 미안함은 나를 너무나도 부끄럽게 한다.
 
자식이 자라면서도 더 멀게만 느껴진다는 박소녀의 말처럼, 우리엄마도 내게서 그런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니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나면 엄마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겠지.  하지만 그때는 엄마에게 고마움을 표시할수도 없게 될까봐 너무 겁이 난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를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의 사람으로, 엄마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엄마와 나는 서로를 겉돌고 있진 않았을까, 딸이 엄마를 이해하지 않으면 누구도 이해할수 없다고 하던데, 나는 우리 엄마는 항상 아프지도 않고, 항상 상처받지도 않고, 항상 뭐든지 척척해내는 그런 강철 인간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던가, 앞으로는 엄마에게 정말 잘해야겠다는 간절함이 나를 짙누른다.
 
4명의 관점에서 엄마의 부재를 다루고 있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이 시대의 우리의 엄마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딸의 심정에서 엄마가 이럴땐 정말 이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들수 밖에 없는 소설. 한없이 엄마한테 미안하고,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 내게 엄마를 다시 찾아준 소설이다. 지금 당장 엄마를 꽉 껴안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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