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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의 마음 한가운데 서서
틱낫한 지음, 류가미 옮김 / 북북서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틱낫한. 정말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하지만 매번 책이 나올때마다 나중에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 결국 지금까지 하나도 읽지 못하고 오늘에서야 <마음 한가운데 서서>를 만났다. 왜 지금에서야 책을 들게 되었는지, 다른 책을 못읽어도 틱낫한스님 책부터 먼저 읽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언제나 앞만보고 달려오고, 뭔가 항상 조급함에 시달리고,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은 정말 단비와 같았다. 내가 불교를 믿는다는 이유를 떠나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은책. 아니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책이다.
10편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말할수 있는 우화들. 그 한편의 우화들 마다 전하는 것들이 얼마나 내 가슴에 와닿는지, 평범한 것같으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글들 속에서 얻는 인생의 진리라는 것은 정말 값진 것이다.
베트남 전쟁과 평화, 그리고 망명과 보트 피플까지.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들과 함께 우리들을 돌아볼수 밖에 없게 만드는 글들이 우화형식으로 소개 되고 있다. 베트남 전쟁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현대사 역시 피로 얼룩져있었고, 해방을 맞은 후의 그 모습들, 어떻게 우리가 그 모습들을 잊을 수가 있겠는가, 비단 베트남만의 문제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은이들이라면 알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 스님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더 절실히 다가온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하고 있어 우리는 베트남의 역사를, 틱낫한 스님을 더 잘알게 되는 것이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고엽제로 실명을 하고 엄마를 찾아 나서는 소녀와 함께하는 소년의 이야기 <소년은 산에서 내려왔다>와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보트 피플의 실상을 다루고 있는 <외로운 분홍물고기>, 베트남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할수 밖에 없었던 틱낫한 스님의 마음을 잘 담고 있는 <달에 닿은 대나무>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같다.
고통받고 슬퍼하면서도 결코 관용과 배려를 잊지 않는 틱낫한스님. 인간의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의 회피가 아니라, 그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든 부딪혀 살아가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을 그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멍한 마음 한구석을 뻥뚫어주는 듯한 그 느낌은 어쩌면 우리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라고,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포기하지마라고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내뱉는 격려와도 같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돌아볼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틱낫한스님이다. 고통과 슬픔을 더 끌어안아 더 큰 사랑과 연민으로 만들어 내는 것 역시 그의 몫임은 틀림 없다. 하지만 그는 우리들에게도 고통과 슬픔을 사랑과 연민으로 탈바꿈시켜 고통의 바다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지켜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항상 햇볕만이 쨍쨍 내려 쬐지 않는다. 언젠가 비바람이 몰아치고, 태풍의 눈 속으로 몰릴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때 틱낫한 스님을 떠올려야할것이다. 비바람이, 태풍이 지나가기를 오롯이 기다리는 방법은 자신을 믿고 남을 사랑하며 마음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것이다.
10편의 우화가 너무나도 짧게 느껴진다. 틱낫한 스님의 심오한 뜻을 내가 다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고, 내 마음의 안정을 찾았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