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 집단을 벗어나, 참된 개인으로 비상하라
박성현 지음 / 들녘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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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이책을 읽는데만 3주가 걸렸다. 사실 내가 미루고 미뤄서 책을 받아든지 3주만에 읽은건지도 모르겠지만, 진도가 안나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개인의 의미를 되새길수있을뿐만 아니라, 저자의 방대한 지식의 양에 정말 감탄하지 않을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메모를 해가면서 읽었는데, 그 메모만 해도 상당량이다. 작정하고 읽은 탓에 메모할것이 많았는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책에서 인상깊었던 구절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자칫 지루해지기 싶상이고, 솔직히 그렇게 쉽지 만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평소 인문이나 철학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읽다보면 정말 깜짝 깜짝 놀랄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그 이야기들을 저자가 다 알고 있다는 것 뿐만아니라, 이 한권의 책속에 다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책 한권을 읽었음에도 10권은 읽은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을정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대사회에서 개인주의의 만연, 개인주의로 인한 폐해 이런것들을 참 많이 떠올릴텐데, 나 역시 개인주의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나는 개인주의는 정말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우리가 얼마나 개인주의라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사회적 관습 그대로 받아들여왔는지 생각할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사람들이 개인주의에 부정적 생각을 가지는 것은 우리는 짧은 민주주의를 경험했지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만을 앞세우고 공동체 차원의 질서와 규율, 이익을 무시하는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데, 그래서 대부분 개인주의는 민주주의의 어두운 면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나부터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데, 그런데 과연 공동체적 움직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꼭 나쁘다고만 할수 있을까? 물론 민주주의의 어두운 면에 그런 것이 있기는 하지만 과연 우리가 이렇게 믿고 있는 개인주의가 진짜 개인주의일까?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가짜 개인주의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자유, 권리, 웰빙에 대한 욕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착각이 힘을 얻어 사회 전체의 풍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의 권리와 자유를 최대한 키워서 내방식대로, 내 맘대로,내 욕망대로 사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풍조. 그것이 가짜 개인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나 가짜 개인주의의 목표는 물건으로 나타나는데. 아파트 평수, 통장에 찍힌 돈 등 정말 물질만능주의에서 요즘 우리가 최고의 가치라고 여기는 것들이 결국은 가짜 개인주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가짜 개인주의가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은 사소한일에 불과하고,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은 가짜 개인주의가 내 영혼, 내 마음을 지배함으로써 마침내 내 삶의 의미를 잡아먹고 내 자아를 잡아먹는 블랙홀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가짜 개인주의에 대한 감이 오지 않는가? 우리가 믿고 부정해왔던 개인주의가 바로 가짜 개인주의라니, 당연히 이런 가짜 개인주의는 우리가 지양해야할 것들이다.

 

 근대 개인주의의 출발은 니체로부터이며, 전체주의자는 “사회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반면에 개인주의자 “인간은 세상과 영원한 긴장관계에 놓은 존재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우리 인간은 수만년 동은 씨족, 문중, 대가족을 가장 중요한 생존단위로 여겨왔고, 최근에는 국가를 가장 중요한 생존단위로 여기고 있다. 국가, 씨족, 문중, 대가족은 하나의 떼를 의미한다. 개인과 떼. 이 둘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항상 떼의 입장에서 서려고 했고, 떼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비난 받아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떼의 입장이 아닌 개인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봐야하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부터가 공동체 사회에서 튀는 것이 싫었고, 나보다는 떼를 더 중시해오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개인이라는 존재가 왜 중요한지, 우리 믿고 있는 가짜 개인주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젠 개인주의가 우리로 하여금 앞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어떻게 노력해야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말해주고 있다.

 

훌륭한 떼는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훌륭한 개인은 나 자신의 선택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게네스나 공자 역시 개인주의를 추구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떼 속에서도 개인주의를 추구해온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개인주의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을 다 읽고나서도 사실은 아직 떼와 개인의 경계, 그리고 개인이 누려야 할권리들, 그리고 개인이 추구해야할 것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한 두세번은 이책을 더 읽어봐야 제대로 알수 있을것만같다.

 

떼와 논리의 결합이라는 이름 앞에 자행되어온 수많은 비극들, 그리고 떼라는 이름앞에서 개인이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할수 있었던 것들. 유럽의 개인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개인주의가 성장할수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거기다 수많은 철학자들과 히틀러, 무솔리니, 레닌까지 많은 전체주의자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까지 철저히 개인주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밝히는 저자를 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중의 한사람으로써 개인의 가치관 정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내가 당연시 누리고 있는 이 권리들이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너무나도 잘알게 되었다.

 

개인은 정말 기적이 맞다. 개개인이 모여 떼를 이룸에도 우리는 개인의 중요성보다는 항상떼를 중시했고, 그래서 우리는 가짜 개인주의까지 만들어내고 말았다. 이제는 진정한 개인주의 앞에서 당당하게 서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때가 온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책을 통해 박성현저자를 만나게된것은 참으로 행운이 아닌가 싶다. 방대한 지식의 향연,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수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의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들이 읽으면 정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다. 꼭 다 읽을수있을 자신이 있을때 이책을 펼쳐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처음부터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기록하고 리뷰를쓰기까지 너무나도 힘이 든책이었다. 과연 내가 어떻게 리뷰를써야 잘쓴글일까? 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읽은 것들을 다 표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잘 전달할수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책이고, 저자의 글을 많이 인용했는데, 인용한 글보다 더 많은 좋은 글들이 책에 담겨져있다. 책을 통해서 자신의 지성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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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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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빵의 이름. 몇년 전부터 들어왔던 아이들 그림책의 제목이다. 티비에서 나올때도, 다른 사람들이 책을 사서 읽어볼때도 그냥 어렴풋이 내용을 알고있었기에 넘겼는데, 백희나 작가의 먼지깨비, 달샤베트를 보기 전에 꼭 봐야겠다는 굳은 결심에서 펼쳐든 책. 구름빵.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구름빵이다.

 

대부분의 그림책이 그림을 그려서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고 있는 반면에 구름빵은 소품인형 하나하나를 만들어서 사진을 찍어서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고있는데, 뭔가 평면적인 느낌이 아니라 입체적이면서도 뭐라고 꼭 집어 설명할수 없는 그런 독특함이 나를 책에서 눈을 뗄수없게끔 만들고 있다.

 

비오는 날 아침 눈을 뜨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출근을 어떻하지,혹은 비가 와서 정말 오늘 아침부터 기분 별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아이들에게는 비오는 것조차 신기하고, 즐거울수 있다는거! 비오는 날 아침에 동생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가 나무에 걸린 구름을 발견하고, 그걸로 엄마와 함께 빵을 만든다는 이야기. 아이들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상상을 할수 있을까? 구름으로 만든빵은 솜사탕처럼 부드러울까? 아니면, 솜털처럼 가볍고 두둥실 떠다닐까? 아니나 다를까, 구름으로 만든 빵은 두둥실 하늘로 떠오르고, 그 빵을 먹은 아이들까지 떠올라 하늘을 날아다니게 된다. 어린 아이라면 한두번쯤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그 상상을 자연스럽게 구름으로 연결시키고, 그 구름으로 만든 구름빵은 하늘을 날수있게 해준다! 정말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을까? 아이들은 그림속의 나와 동생을 바라보면서 자기들의 꿈을 대리 만족 시킬지도 모른다.

 

배불리 빵을 먹고, 바쁘게 출근하느라고 아침을 먹지 못한 아빠를 위해서 구름빵을 챙겨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착한 마음속에서 우리는 또 한번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낄수 있을것이다. 비오는 날, 복잡한 버스에 있는 아빠에게 구름빵을 건네고 그 구름빵을 먹은 아빠는 두둥실 날아서 회사로 출근을 한다. 정말 현실세계에서는 결코 일어날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너무 행복해지지 않을까? 무사히 아빠가 회사에 도착하는 걸 보고, 동생과 함께 하늘 구경을 하고, 지붕위에서 먹는 구름빵의 맛은 어떨까? 구름빵이라는 독특한 소재부터 시작해서, 이 책은 정말 손에 놓는 그 순간까지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책같다. 어린 시절 한두번쯤 상상해볼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만날수 있으니 말이다. 구름빵, 정말 상상력은 커녕, 조그마한 여유도 제대로 느낄수 없는 바쁜 엄마아빠에게도 즐겁게 볼수 있는 책이거니와, 우리 아이들이 보면 정말 너무너무 좋아할것만 같다.

 

정말 맛있어보이는 구름빵, 언제한번 나도 꼭 먹어보고 싶다!! 맛있는 구름빵과 함께 떠나는 상상속의 여행, 결코 잊지 못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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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남자 차이의 구축 과학과 사회 8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외 11명 지음, 배영란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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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을 살아가다보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게된다.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라는 꼬리표가 붙는 말들말이다. 과연 정말 평소에 우리가 즐겨하는 말들처럼 남자와 여자는 처음부터 해야할 사회적 역할이 구분되어 있을까? 자라면서 참 많이도 들었던 말들이 남자여자의 역할 구분은 사회적 학습에 의한것이지 결코 그것이 실제로 처음부터 나뉘어져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제도가 정착되어있는 나라임이 틀림이 없고 많은 이들의 사고가 남성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최근들어 패미니즘의 도래와 함께 여권신장이 다른어느때보다 많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단순한 사회적 학습의 결과로 남녀의 사회적 역할을 받아들이기에 앞서서 근본적으로 남자의 여자의 차이가 어떤지 알아보는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여권신장이나 남녀의 차이를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바로 <여자, 남자 차이의 구축>이란 책이다.

 

이 책에서는 유전학,유기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등 모든 측면에서 성별의 차이의 구축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물론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님임은 부정할수 없지만, 한권만 읽어도 제대로 알게 되는 느낌이다. 얇지만 강한책 ! 알마의 과학과 사회 시리즈를 선호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역시나 이번 시리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여성은  집단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다. 남성이 가지지 못한 생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관계없이 임신이 불가능하고, 자식의 성별을 남성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더 이상 여성은 그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란 어려워졌다. 거기서 어쩌면 남녀 차별이 시작된지도 모른다.  생물학적관점에서 보자면 유성생식이 처녀생식보다는 더 빠른 진화를 가져오고 있고, 더오랜 생존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결국 여성이 없다면 종의 유지가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인류의 생존은 여성의 희생을 통해 유지 되는 것임에도 자손을 낳는 것에 대해 당연한듯, 강요하고 억압받는 다는 것은 상당히 잘못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들의 뇌는 어떻고, 여자들의 뇌는 어떻고, 성에 의해 뇌가 어떻다고 결정되는 것 역시 아니라고한다.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현대과학의 발달과 함께 지금 뇌를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좌뇌와 우뇌는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고, 살아가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아이의 뇌는 완전치 못하고, 시냅스의 10%만이 만들어져나오고 90%는 살아가면서 완성되어지는데, 결국은 문화와 교육이 뇌를 완성하고, 남녀차이를 만든다고한다. 태어날때부터 정해진것이 아니라, 물론 이 문제는 아이들이 사회화 교육을 받고,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데서도 나타난다고한다. 남자아이는 총싸움을 하고 놀아야하고, 여자아이는 인형놀이를 하면서 놀아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부모혹은 또래의 사회화 교육속에서 자신의 성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또한 유전학적관점에서의 성, 청소년기의 성, 사회적인 제 3의 성과,  1955년 처음 사용하게 된 젠더라는 용어까지 정말 다양한 성적 차이 속에서 우리는 현재도 살아가고 있고, 또 변화하고 있다. 남자, 여자 딱 두 그룹의 분류가 아니라, 몸은 남자이지만 마음은 여자일수도, 몸은 여자이지만 마음은 남자일수도 있는 이가 있는가하면, 시베리아의 무속인들, 이누이트족 여장등 사회적 제 3의 성까지 우리는 받아들이고, 그들의 차이를 인정해야한다. 뿐만아니라 이제는 더이상 남자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우연인 아니다. 특히나 동아시아쪽에서 남아선호사상이 심하고 그로 인해 낙태되어지는 여자의 수는 엄청나다고 한다.

 

성이라는 것은 태어날때부터 결정되는 것일수도,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생물학적으로 남성, 여성은 어쩌면 정해져 태어나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남성으로 키워질수도, 여성으로 키워질수있다는 것은 이제는 자명한 사실이다. 남자와 여자는 차별받아야할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하는 존재인것이다. 우리 인류가 더 오랜 시간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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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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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라는 말이 이렇게 크게 와 닿았던 적이 있었던가? 내 스스로 내 물음에 대답하기가 민망할정도다. 내 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 혹은 애착심(?)이라는 것이 내게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는 사실 이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을 정도로,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나에겐 말이다. 학교다닐때 시험본다고 국사를 달달 외웠던 그 기억 속에 일제 강점기가 남아있고, 조선민족말살정책이 남아있고, 이토히로부미의 하얼빈 사살이, 조선총독부의 지배와 독립운동이 고스란이 남아 있을뿐이다.

 

처음 덕혜옹주라는 책을 받아들고서는, 그 첫장을 넘기는게 왜이렇게 힘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펼쳐보지도 않은 책 속에 담겨있을 무거운 내용이 나를 짓눌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잊고 지냈던, 내 나라의 역사를,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첫장을 넘기고서는 4시간을 내리 읽어 내려가는 동안 책장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이 책이 얼마나 소설적요소를 포함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서, 여자로서의 덕혜 옹주의 삶은 정말 비극적이었고, 그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대신 아파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 였다. 너무나도 사실적이었고, 망해가는 조선의 비극을 온전히 몸으로 다 받아내야만했던 덕혜옹주. 그녀에게서 삶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조선의 옹주로써 지켜야 했던 마지막 자존심, 내 나라 대한 민국에 대한 마지막 그 자존심을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지켜내는 모습은 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일본의 내정간섭으로 옹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던 그녀를, 일본 총독 데라우치로 부터 인정받기 위해 그앞에서 춤까지 추는 고종의 모습. 그의 모습은 자식을 사랑하는 아비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덕혜옹주는 풍전등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였지만, 일본인들 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 가요를 배우고, 기모노를 입는 덕혜옹주. 그렇지만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것을, 조선의 국민을 보호하고 아껴야한다는 그 사실만은 잊지 않았다. 일본순사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갈뻔한 복순을 구해주는 모습만 봐도 어린 나이에 정신만은 얼마나 올곧았는지 알수 있었다.

 

일본인과 결혼하게 될것을 걱정해 궁내부 대신 김황진의 조카 김장한과의 혼인을 추진하게 되지만 급작스럽게 한상학이 궁내부를 장악하게 되고, 덕혜 옹주는 오빠와 함께 일본으로 옮겨가게 되고, 결국은 거기서 대마도 번주인 소 다케유키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녀의 결혼을 막기위해 구국청년단들이 노력을 하지만 결국 막지는 못하는데, 그때 부터 그녀의 불행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원하지 않는 결혼, 그것도 덕혜옹주를 일본인의 처로, 일본인으로 살게 하기 위해 돈을 줘 가며 떠맡기다시피 한 결혼이었다. 처음 얼마간은 남편 소 다케유키가 덕혜옹주를 이해하려고도 많이 노력했지만, 그녀로써는 일본인 남편은 물론, 자신의 조국인 조선을 잊을수가 없어 매일 다투었다. 하지만 정혜를 임신하게 되고, 조금은 나아지는 듯 보였다.  정혜를 통해서 어린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정혜와 함께 조선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정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인 덕혜옹주보다는 아빠인 소 다케유키를 따르게 되고, 자신은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이라고, 학교에서 조선인 엄마때문에 놀림을 받는다고, 자신은 정혜가 아니라 마사에라고 말한다.

 

결국 덕혜 옹주는 딸인 정혜로부터 버림받고 되고, 일본의 패망과 함께 망해가는 집안으로 인해 남편 소 다케유키로부터도 버림받고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만다. 총명하던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가 일본의 정신병원에 감금되기까지 얼마나 힘든 세월을 보냈을까, 단지 조선을 사랑했고, 조선에 머무르고 싶었을 뿐인데....

 

구국청년단이자 자신의 첫 정혼자인 박무영, 일본순사에게 잡혀가려고 했던 덕순, 결국 이 둘에 의해 덕혜 옹주는 내나라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박무영과 덕순 역시 소설을 읽는 내내 어쩌면 한 여자를 위해서, 오롯이 조선의 마지막 황녀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것을 바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 그들의 삶은 눈물겨웠고, 파란만장했다. 특히나, 정신병원에서 덕혜를 빼내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덕순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구석이 짠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토록 돌아오고싶었고, 그토록 보고싶었던 조선에 와서도 마음편히, 오래 오래 살지 못하고 결국은 생을 마감해야했던,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 옹주. 그녀의 삶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잊혀진 기억이었고, 어쩌면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아픔의 역사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고, 우리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불운한 삶을 다시금 되짚어 보지 않을수 없었다. 조금만 더 우리 조선에, 대한 민국에 힘이 있었더라면,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를 그리 슬픈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것을, 단지 조선을 너무나도 사랑했고, 자신의 딸을 사랑했을 뿐인데, 결국 그녀에게 내려진 것은 정신병동행. 너무 슬프지 않은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자유를 누리지 못했던 덕혜옹주의 삶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자신의 생을 조선에서, 그토록 원하던 낙선재에서 맞았다는 것일지도. 한 여자의 일생을, 그것도 너무나도 비참하고 슬펐던 여자의 일생은 정말이지 우리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을것만 같다.

 

2010년 1월에 만난 덕혜 옹주는 앞으로 꽤나 오랜시간 동안 잊을수 없을것만 같다. 덕혜옹주의 대한민국을 향한 사랑과,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지 않았나 싶다. 덕혜옹주, 그리고 수많은 애국지사들에게 정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감사합니다. 주권국가 내나라, 대한 민국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수 있게 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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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이승규 - 세계 최고 간이식 드림팀을 이끄는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지음 / 허원미디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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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아직 간암이라는 것이 내게는 참 많이 생소하다. 무릇 많은 이들이 그렇듯 실제로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알지못하는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종 뉴스에서 고3수험생이 간암 혹은 간경화인 아버지께 간을 이식하기로 했다든가 하는 훈훈한 소식들을 들을때가 있다. 솔직히 그때도 그냥 좋은일 하는구나 하고 넘어갔지 간이식에 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다던가, 간이 우리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간에 대해서 좀더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EBS 명의를 통해 잠깐 이승규선생님이 나오는 걸 봤던것같은데 이렇게 자서전을 통해 만나니 더 새롭게 느껴지는것도 사실이었고,  외과의사라는 것에 대해서, 간 이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너무 모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 간 이식의 역사가 시작된지는 정말 얼마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근대의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얼마되지않아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간이식을 시도하려고 마음먹고, 그걸 위해, 미국, 일본, 독일로 연수를  떠나는 외과의사 이승규선생님은 정말 우리 나라 간이식의 살아 있는 증인이었고, 그 자체가 역사였다. 

 

초대아산병원장이었던 민병철 선생님께서 고대구로병원에 있을때부터 함께 했고, 거기서 간이식에 대해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민병철 선생님의 자서전을 읽었던 적이 있는지라, 아산병원 초기이야기나 고대병원의 이야기는 더 쉽게 받아 들일수 있었다. 간 이식의 종주국이라 할수 있는 일본, 독일을 누르고 현재 세계 최고라 일컬어지는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팀, 그 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우리 나라 간이식의 역사, 환자와 보호자, 간이식에 대한 기본정보, 간 이식후에 여타 환경까지 정말 한권의 책 안에서 간과 간이식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수 있었다. 

 

간이라는 것은 우리 몸에서도 화학공장이라 불릴만큼 정말 다양한 효소와 호르몬이 나오고 있는데, 그 간이 우리 몸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바로 목숨으로 직결된다고 한다. 특히나  우리 간은 소리소문없이 병이 진행된다고 한다. 복수가 차고 황달기가 나타나면 정말 거의 손을 쓸수없을 정도라고한다. 간경화가 20~30년간 진행된다고 하니 그전에 진단만 더 먼저한다면 생존률이 대단히 높다고한다. 1년에 4번정도 영상촬영까지 곁들인 건강검진을 권하고 있다. 거기다 우리 간은 자생능력이 뛰어나서 간을 잘라낸다고해도, 2~3달이면 예전간의 90% 크기에 도달할정도로 다시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간이 회복능력이 좋긴하지만, 70%이상 손상이 된다면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여성들에 비해 남성들이 간암이나 간경화에 걸릴확률이 높다고하는데 그것은 여성호르몬때문이라고한다. 하지만, 지방간이나 간경화등은 조금만 금주를 해도 회복이 가능하다고 하니 무리한 음주는 삼가하는 것이 좋을 것같다.

 

 무엇보다 단순히 자신의 일생을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 자신의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우리나라 간이식계의 역사는 물론이고, 환자와 교감하고, 사람의 목숨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이승규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는 글이어서 더 와닿았던 것같다.

 

뿐만아니라 세계최고의 간이식 팀이라는 수식어 앞에서 자신의 자랑을 하기보다는 훌륭한 간이식팀원들이 있기에 아산병원이 최고가 될수있었다고 말하는데, 정말 겸손하시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세계최고가 되기까지의 간이식팀원들의 노력이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들의 노력이 있기에 많은 이들의 생명은 물론이고, 의학계의 발전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계 최고의 간이식팀! 오늘도 꺼져가는 생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서울아산병원간이식팀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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