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버지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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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렌커, 중국 작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까지 그를 만나 본적은 없었다.  나와 아버지라는 그의 글을 통해서 뭐랄까 앞으로 그의 작품을 읽을 예정이기에, 그의 글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옌렌커와 그의 아버지, 큰 아버지, 넷째 삼촌에 관한 글이다.  중국문학에도 관심이 없었고, 중국의 근대화과정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국의 공통점은 있는 것 같다.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고,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그 마음만은 모두가 동일한 것같다.

 

옌렌커는 1958년 시골에서 태어났다. 누나 둘과 형, 그리고 자신까지 총 6명의 식구가 살고 있었고, 큰누나는 어려서 부터 아팠다. 그래서 온 가족의 큰 누나의 치료비를 모아야 했고, 그들은 어려서 부터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나 중국 혁명의 중심은 도시였다. 옌렌커는 도시와 농촌이라는 경계가 명확했고, 도시에서 온 자신의 짝꿍을 시험에서 이겨야 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그녀를 이길 유일한 기회마져 빼앗기고 만다.시험이 사라진 것이다.

 

큰 누나의 침상머리는 옌렌커에게는 최초의 도서관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가족은 자신의 글쓰기에 있어 큰 자산이며, 글쓰기를 위한 마르지 않는 정감의 창고였다고 한다.

 

마오주석이 즐겨 읽었던 홍루몽을 손에 넣었을 때의 그 즐거움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어릴 때부터 얼마나 책을 좋아했는지 알수 있었다.  한동안 책에 빠져 점수 1, 2점에 집착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글에서 그가 왜 도시를 동경했고, 왜 그토록 농토를 떠나고자 했는지는 나온다. 고등학교 진학시험부터 도시의 아이들은 그냥 합격할 수 있었지만, 농촌의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 시골은 혁명의 주체가 되지 못했고, 도시가 그 주체가 되었기에 '지식 청년'이라 해 도시에서 온 청년들이 마을에 머물며 그들이 가질 수 없는 현대식 물건들을 전해주곤 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그들은 마을의 한량처럼 일도 하지 않고, 군림하고 있었다. 여성 지식청년을 강간하려고 했던 이는 총살 당하는가 하면, 마을의 처녀를 강간해 그녀를 자살로 몰아버린 지식 청년은 도시로 도망을 가버리고, 부모가 내려와 금품 보상을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지식 청년에서 부터, 그는 다시금 도시로 나아가고 싶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분계선>이라는 글을 장캉캉을 알게 된다. 그는 책을 써 농촌을 벗어난 이였는데, 그때부터 옌렌커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중간에 학교를 그만 두고, 손가락이 뒤틀려 글을 쓸수 없을 정도로 일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일을 해 아버지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자 했고, 자신이 일을 해 누나의 병구환을 하고자 했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 그를 보고 있자니 사실 가슴이 짠했다.

 

그의 아버지는 천식이라는 병을 달고 살고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임무가 기와집을 짓는거라 생각했다. 기와집을 지어 자식들이 결혼을 하고 그들이 성장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땅에 태어나서 꼭 해야할 의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초가를 없앤 최초의 시골 농부였다.

 

옌렌커는 농토를 떠나는 길이 군 입대뿐이라 생각했고, 아버지의 짐을 나눠지기보다는 자신이 농촌을 떠나고 싶기에 군에 입대했다. 결국 자신의 군 입대가 아버지의 죽음을 앞당기고 말았다고 그는 생각했었다. 자식을 위해서 평생을 살아온 부모, 그리고 부모님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자식들.

 

옌렌커와 그의 아버지를 통해서 나는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온 동네 친척 아이들에게 콩엿과 사탕, 과자등의 주전부리를 항상 나눠줬던 큰 아버지, 도시근로자와 바쁠때는 농민으로 살아야했던 넷째 삼촌까지, 옌렌커와 그의 친적들의 삶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끔 만들고 있다.

 

옌렌커의 문학이 탄생하기 까지 그의 삶은 대단히도 굴곡졌었고 힘든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그의 문학이 더 빛나는 것은 아닐까? 나와 아버지라는 이 책을 통해서 운명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살기가 힘들었고, 농촌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던 옌렌커. 어린 시절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감내해야했던 세월, 그 세월도 지금 돌아보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을 이책은 보여주고 있다. 옌렌커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간 느낌이었고, 앞으로 그의 작품들이 어떨지 조금이나마 예상하게 된다. 묵직하면서도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하고야 마는 옌렌커와 그의 아버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아니, 현실적이었다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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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만들기가 정말 쉬워지는 착한 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떡 만들기가 정말 쉬워지는 착한 책 -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떡.찰떡.떡케이크 66가지 정말 쉬워지는 착한책 9
강숙향 지음 / 황금부엉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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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만들기, 그러면 당연히 떡집에서 만들어 주는 것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집에서 떡을 직접 만들어 먹는 이들이 참 많고, 생각보다 떡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아직 직접 집에서 떡을 만들어 본 적은 없다.

 

예전에 모 포털사이트 메인에 초 간단 딸기 찹쌀떡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찹쌀가루를 전자렌지에 돌려서 찹쌀떡을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것만큼 간단치는 않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문을 쉽게 설명하고 있고,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담고 있지 않아 누구나 가정에서 쉽게 떡을 만들수 있게끔 해준다 

 

총 4개의 파트로 부드러운 매떡, 쫄득한 찰떡, 떡케이크, 한과와 음청류로 나눠 설명을 하고 있다.

떡을 만드는 방법만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곁들일 수 있는 음료를 설명하고 있다는 것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우선은 떡을 만들때 필요한 기구와 도구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필요한 재료들을 모두 갖추고 떡을 만들기 시작하면 더 좋겠지만, 몇가지가 없더라도 떡을 만드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같다.

 

 

사진에는 없지만, 떡을 멋스럽게 해주는 고명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하고 있다. 떡을 먹는 이유 중에 하나가 합성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간식이라는 이유가 있을 텐데, 여기서는 쌀가루에 색을 내는데도 천연가루들을 주로 이용한다.

 

 

그리고 떡을 만듦에 있어 기본이 되는 쌀가루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멥쌀과 찹쌀은 다르니 꼭 참고 하길 바란다. 잣가루 만들기부터, 거피팥고물, 녹두고물, 팥앙금가루, 통팥앙금, 대추고, 거피팥 소 만들기까지 설명이 모두 나온다. 상세한 과정 샷과 함께 설명이 나오는 만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외에도 캐러멜소스, 강정시럽, 설탕시럽, 조청시럽 등을 만드는 법이 나오고, 떡을 만들기 위한 기본사항이라해서 꼭 지켜야할 것들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가장 기본적인 떡, 백설기는 누구나 쉽게 만들수 있다.

 

 

멥쌀가루에 물을 넣고 잘 섞어서 중간 체에 두번 내린 후 설탕을 넣고 고루 섞어 대나무 바구니 찌믈에 찌기만 하면 완성 되는 것이 바로 백설기다. 가장 기본적인 떡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만드는 법 아래에는 예쁘게 포장하는 방법까지 나와있는데,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이 아닐까?

 

콩설기, 흑임자편, 무지개떡, 증편, 대추약편, 흑미편, 와인설기, 송편, 쑥갠떡, 물호박떡, 절편, 쑥설기, 백봉령편, 닭알떡, 회오리절편, 아마씨유설기, 손가락삼색송편, 떡강정까지 다양한 메떡들을 만들어 볼수 있게끔 레시피를 제시 하고 있다.

 

레시피들은 결코 어렵지 않으며,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이 책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 챕터, 찰떡에서는 찹쌀가루로 만든 떡으로, 멥쌀로 만든 떡과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약식, 호박 인절미,쑥인절미, 녹두고물인절미, 꽃인절미, 삼색인절미말이,찹쌀떡, 두텁떡, 삼색경단, 대추단자, 화전, 개성주악, 찹쌀부꾸미삼총사,구름떡,쇠머리떡, 팥시루떡,흑임자찰편말이떡,녹두 찰편 등등이 등장 한다.

 

고구마 경단 만들기를 잠깐 살펴보자.

 

 

고구마는 누구나 좋아하고, 또 특히나 재료 구하기가 어렵지 않은 만큼 쉽게 따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고구마를 쪄서 나무주걱으로 으깬다. 으깬 고구마에 크림치즈와 계피가루를 넣고 잘 섞어주고 속에 들어갈 인절미를 1큰술크기로 떠서 동그랗게 만든후에 고구마 반죽으로 인절미를 감싼후 카스테라 가루에 굴려주기만 하면 완성이 되는데, 인절미만 준비가 되어있다면 정말 간단하게 만들수 있는 고구마경단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떡케익도 많이 만들어 팔던데, 집에서 손쉽게 떡케익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당근떡케이크, 단호박떡케이크, 꿀밤떡케이크,고구마떡케이크, 팥설기케이크, 대추떡케이크,삼색편케이크,석탄병케이크 등등 상당히 다양한 케이크가 소개되고 있다. 떡케이크를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놀랐고,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만들수 있다는데 더 놀랐다.

 

 

연인에게 선물해줄수 있는 러브블루베리트윈떡케이크를 한번 보자

 

건조블루베리를 물과 함께 갈아서  쌀가루에 넣고 골고루 섞어 체에 두번 내린후 설탕을 적당껏 넣고 떡시루에 찌면 완성이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뭔가 선물하면 받는 사람이 기뻐할 것같은 케이크다.

 

4번째 챕터에서 한과와 음청류를 소개하고 있다. 개성약과, 호두강정, 매작과, 고구마호두강정, 우유팥빙수,흑미감주,수정과,모과차, 유자차,와인배숙,오미자화채,구기자차,인삼대추차까지 다양하게 소개 하고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떡만들기 책. 이제는 집에서 건강한 떡을 만들어서 건강하게 먹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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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3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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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이 언제였더라? 세계사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사실 베트남 전쟁 그러면, 고엽제 피해자들이 소송을 걸었던 사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 전쟁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고, 실상 전쟁이 주는 위압감과 공포를 나는 알리가 없다. 하지만, 여기 전쟁을 겪은 작은 소녀가 있다. 그 소녀의 미국 정착기. 그 정착기를 짧은 시로 표현한 글이 바로 이 책이다.

 

하는 이제 열 살의 소녀다. 공학을 공부하는 스물한 살의 꾸앙오빠와 열 여덟 살의 부 오빠, 하보다 네 살이 많은 코이오빠와 엄마까지 이렇게 총 다섯 가족이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9년전 전쟁과 동시에  해군에 징용되어 끌려갔다.

 

전쟁의 참혹함이 열 살 소녀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이 책은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겨우 열살. 엄마 심부름을 하고, 학교에 다니고 평범한 그녀의 일상이 전쟁이라는 위협감 속에서 결국은 자신의 조국을 떠나 한달을 망망대해의 배에서 떠돌다가 구조 되어, 카우보이 후견인을 만나 앨라배마에 정착하기까지 엄청나게 큰 변화를 경험 한다.

 

단순히 나라를 떠나 온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 자체가 달라졌다.  영어를 못해서 그녀는 바보취급을 받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까지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전쟁중인 베트남이 앨라배마 보다 더 좋았다고 말했을까, 파파야 열매를 키우고, 친구와 함께 거닐던 사이공을 떠나올 때의 하는, 하의 가족의 마음은 어땠을까, 징용되어 가신 아버지가 혹여나 돌아올까, 돌아와서 자기들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얼마나 많은 걱정을 했을까.

 

하의 일기는 단순하고, 짧은 것 같으면서도 전달해주는 게 많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끔, 그 한 해동안 하는 나라를 옮겨다녔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참 많이 힘들어했다.

 

특히나, 앨라배마에서 워싱턴 아주머니를 만나기까지, 친구 펨과 스티븐을 만나기까지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하는 그들이 있기에 걱정이 없다.

 

1년이란 시간 동안, 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친구와 적응을 하는 법을 익혔다. 아마 하는 그뒤로도 앨라배마에서 잘 적응해서 살고 있지 않을까?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과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다른 사회로의 적응.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서 우리가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경험들이 어떨지를 간접적으로 체험 할수 있었다. 전쟁은 더 이상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하와 같은 아이들이 더는 늘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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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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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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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프루스트에 대해서 생각해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프루스트에 대해서 알게 된것같아요. 좀 더 깊이 있게 프루스트에 대해 알고 싶어졌달까요.

 

알랭드 보통의 이름을 보고 구입한게 사실인데,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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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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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법에도 인정이 있나요? " 이런 질문 한번쯤 들어본 적 있지 않나? 사실 교과서적으로 보자면 우리 인간들은 법 앞에 평등하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그 말이 맞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은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요즘은 차라리 돈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더 맞지 않을까?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는 법 앞에서도 평등할 수 없다. 따져보면 법 앞에 평등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법률 지식인이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변호사를 고용해야하는데, 그 변호사 비용은 어디서 나오며, 변호사가 유능하면 유능할수록 수임료가 올라간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주 어릴 때는 법이라는 건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며, 법은 정말로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억울한 사람을 없게 만들어주는 그런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뭔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돈이라면 무조건, 아무 사건이라도 맡아서 재판을 이기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사실 강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저자는 국내 유명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자신의 법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이 책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변호사라면 한없이 냉철하고, 뭔가 무서울 것 같은 느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않다라고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웬걸 이 책은 인정미 넘치는 변호사,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건의 전체를 내려다보면서 진정으로 법 앞에 평등이라는 고유한 법의 역할을 지켜내고자 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읽는 내내 술술 넘어가는 것이 변호사가 쓴 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이웃집 아저씨가 사건들을 다루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딱딱한 변호사가 아니라, 정말로 우리 이웃에서 일어났던 그런 일들을 다루며, 인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랄까? 쉽게 읽혀 내려가면서도 가슴 한구석에서 뭔가 뭉클한 게 올라오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용어도 참 어렵다.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돈을 입금 받은 다음에 이자를 붙여주는 것을 수신행위라고 하는데, 이런 수신 행위는 은행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설 업체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이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이라고한다. 경기도 어느 읍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양돈 사업에 투자를 하면 돈을 불려서 주겠다고 하다가 돈을 갖고 도망을 가버린 사건의 주인공, 성원씨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무엇보다도 가슴이 뭉클했다. 글을 읽을 수 없어서 자기는 사기를 칠래야 칠 수 없었다고, 그렇게 한번 말하면 될 것을 고3인 아들 앞에서 아버지의 위신이 서지 않는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고 차라리 죄값을 치르겠다고 말하는 그 모습 속에서 처음에는 정말로 왜 저럴까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의 아들 앞에서 위엄있는 당당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자 했던 성원씨의 모습을 보고서는 정말로 이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저런 심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뿐이 아니라 며느리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유언장을 작성하면서도, 나중에 모든 자식들에게 공평하게 재산이 분배될 수 있도록, 주소와 도장을 찍지 않은 할머니의 기지가 발휘된 이야기,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개발지역으로 수용되면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으나 형들에게 빼앗길 뻔한 김영학씨의 이야기, 누나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와 동생 형욱씨를 내쫓겠다고 소송을 건 이야기. 어느 것 하나 가슴 짠하지 않은 게 없었다. 가족 간의 다툼이 요즘 들어 부쩍 많이 늘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조금만 더 아낀다면 어떨까? 특히나 형욱씨의 이야기에서는 법적으로 맞대응할게 아니라, 누나의 마음을 움직여 고소를 취하했다는 점에서 사실 법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번 깨달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내뱉은 집주인을 울컥해서 자신도 모르게 살해해버린 영호씨, 고교시절 부정행위를 했다는 누명을 씌고 결국 나이 서른이 넘어 그 선생님을 찔러버린 김모씨, 큰 오빠에게 받은 설움이 많았던 여동생들의 재산 싸움까지. 말을 내뱉은 이들은 기억도 못하는 일들을, 그 말을 듣는 이들은 뼈에 사무치게 기억될 수도 있다고, 인생을 아예 송두리째 바꿔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자칫 잘못 말 한마딘데 어때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다시 한번 말을 내뱉는 것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한 명품을 돌려받을 수 없냐고 물어오는 권군의 이야기, 저자에게 법률적 조언이 아니라, 인간적 측면에서 다가가보라는 조언을 받아 해외브랜드를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었던 남사장의 이야기는 꼭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나, 권군의 이야기는 사실 남자 여자사이에 헤어지고 나면 한번쯤은 자신이 줬던 선물들을 돌려받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텐데, 법률조항을 따져서 설명을 해주시는 내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우습다싶기도 하면서 법률적으로는 이렇게 해석되는구나하고 깨닫게 되는게 많았다. 그리고 남사장의 이야기는 아직까지는 그래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세상을 사는 데는 더 중요하거나 깨달을 수 있었다.

 

미성년자에게 돈을 꿔주고, 부모에게 돈을 갚으라고 하고, 죽은 아들이 빌린 돈을 10년도 넘어서 갚으라고 하는 대부업체에 관한 이야기는 법이 얼마나 나쁘게 악용되고 있는지를, 법률적 지식이 없다면 당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아직은 그래도 정말로 선량한 우리네 시민들은 법이 누구에게나 평등하며, 꼭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법이라는 것이 사실은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목격하고 말았다.

 

기술을 제공하기로한 백박사와 회사경영을 맡기로 한 김사장의 사연은 똑같은 이야기라도 원고와 피고의 입장에서 보면 각기 다른 이야기가 될수 있다고,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질것이라는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 항상 우리에게 어렵고 무섭게만 느껴지는데, 이 책을 통해서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강제성을 띈 법만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간대 인간으로 다가갔을때 더 빨리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저자의 편안한 말투, 그러면서 법조문이 필요하다면 하나하나 용어까지 설명해가면서 법은 우리 곁에 있다고, 법이 결코 어렵지만도 않을뿐더라,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세상을 살다가 보면 법원문턱을 넘나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넘나들게 된다면 아직 까지는 그래도 법이 공평하다고, 법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다양한 법률적 조언과, 가슴 뭉클한 이야기, 변호사로서의 한평생을 보낸 이의 삶이, 그의 철학이 녹아 있는 책이다. 다양한 의뢰인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각양각색의 삶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인생에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최소한은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괜찮은 책이라고,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들 속에서 깨알 같은 법률적 조언들도 얻을 수 있다고,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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