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 법에도 인정이 있나요? " 이런 질문 한번쯤 들어본 적 있지 않나? 사실 교과서적으로 보자면 우리 인간들은 법 앞에 평등하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그 말이 맞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은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요즘은 차라리 돈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더 맞지 않을까?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는 법 앞에서도 평등할 수 없다. 따져보면 법 앞에 평등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법률 지식인이 없는 일반인으로서는 변호사를 고용해야하는데, 그 변호사 비용은 어디서 나오며, 변호사가 유능하면 유능할수록 수임료가 올라간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주 어릴 때는 법이라는 건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며, 법은 정말로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억울한 사람을 없게 만들어주는 그런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뭔가 변호사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돈이라면 무조건, 아무 사건이라도 맡아서 재판을 이기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사실 강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저자는 국내 유명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자신의 법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이 책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변호사라면 한없이 냉철하고, 뭔가 무서울 것 같은 느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않다라고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웬걸 이 책은 인정미 넘치는 변호사,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건의 전체를 내려다보면서 진정으로 법 앞에 평등이라는 고유한 법의 역할을 지켜내고자 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읽는 내내 술술 넘어가는 것이 변호사가 쓴 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이웃집 아저씨가 사건들을 다루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딱딱한 변호사가 아니라, 정말로 우리 이웃에서 일어났던 그런 일들을 다루며, 인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랄까? 쉽게 읽혀 내려가면서도 가슴 한구석에서 뭔가 뭉클한 게 올라오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용어도 참 어렵다.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돈을 입금 받은 다음에 이자를 붙여주는 것을 수신행위라고 하는데, 이런 수신 행위는 은행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설 업체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이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이라고한다. 경기도 어느 읍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양돈 사업에 투자를 하면 돈을 불려서 주겠다고 하다가 돈을 갖고 도망을 가버린 사건의 주인공, 성원씨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무엇보다도 가슴이 뭉클했다. 글을 읽을 수 없어서 자기는 사기를 칠래야 칠 수 없었다고, 그렇게 한번 말하면 될 것을 고3인 아들 앞에서 아버지의 위신이 서지 않는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고 차라리 죄값을 치르겠다고 말하는 그 모습 속에서 처음에는 정말로 왜 저럴까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의 아들 앞에서 위엄있는 당당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자 했던 성원씨의 모습을 보고서는 정말로 이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저런 심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뿐이 아니라 며느리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유언장을 작성하면서도, 나중에 모든 자식들에게 공평하게 재산이 분배될 수 있도록, 주소와 도장을 찍지 않은 할머니의 기지가 발휘된 이야기,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개발지역으로 수용되면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으나 형들에게 빼앗길 뻔한 김영학씨의 이야기, 누나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와 동생 형욱씨를 내쫓겠다고 소송을 건 이야기. 어느 것 하나 가슴 짠하지 않은 게 없었다. 가족 간의 다툼이 요즘 들어 부쩍 많이 늘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조금만 더 아낀다면 어떨까? 특히나 형욱씨의 이야기에서는 법적으로 맞대응할게 아니라, 누나의 마음을 움직여 고소를 취하했다는 점에서 사실 법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번 깨달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내뱉은 집주인을 울컥해서 자신도 모르게 살해해버린 영호씨, 고교시절 부정행위를 했다는 누명을 씌고 결국 나이 서른이 넘어 그 선생님을 찔러버린 김모씨, 큰 오빠에게 받은 설움이 많았던 여동생들의 재산 싸움까지. 말을 내뱉은 이들은 기억도 못하는 일들을, 그 말을 듣는 이들은 뼈에 사무치게 기억될 수도 있다고, 인생을 아예 송두리째 바꿔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자칫 잘못 말 한마딘데 어때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다시 한번 말을 내뱉는 것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한 명품을 돌려받을 수 없냐고 물어오는 권군의 이야기, 저자에게 법률적 조언이 아니라, 인간적 측면에서 다가가보라는 조언을 받아 해외브랜드를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었던 남사장의 이야기는 꼭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나, 권군의 이야기는 사실 남자 여자사이에 헤어지고 나면 한번쯤은 자신이 줬던 선물들을 돌려받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텐데, 법률조항을 따져서 설명을 해주시는 내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우습다싶기도 하면서 법률적으로는 이렇게 해석되는구나하고 깨닫게 되는게 많았다. 그리고 남사장의 이야기는 아직까지는 그래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세상을 사는 데는 더 중요하거나 깨달을 수 있었다.

 

미성년자에게 돈을 꿔주고, 부모에게 돈을 갚으라고 하고, 죽은 아들이 빌린 돈을 10년도 넘어서 갚으라고 하는 대부업체에 관한 이야기는 법이 얼마나 나쁘게 악용되고 있는지를, 법률적 지식이 없다면 당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아직은 그래도 정말로 선량한 우리네 시민들은 법이 누구에게나 평등하며, 꼭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법이라는 것이 사실은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목격하고 말았다.

 

기술을 제공하기로한 백박사와 회사경영을 맡기로 한 김사장의 사연은 똑같은 이야기라도 원고와 피고의 입장에서 보면 각기 다른 이야기가 될수 있다고,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질것이라는 일반적 생각과는 달리 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 항상 우리에게 어렵고 무섭게만 느껴지는데, 이 책을 통해서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강제성을 띈 법만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간대 인간으로 다가갔을때 더 빨리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저자의 편안한 말투, 그러면서 법조문이 필요하다면 하나하나 용어까지 설명해가면서 법은 우리 곁에 있다고, 법이 결코 어렵지만도 않을뿐더라,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세상을 살다가 보면 법원문턱을 넘나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넘나들게 된다면 아직 까지는 그래도 법이 공평하다고, 법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다양한 법률적 조언과, 가슴 뭉클한 이야기, 변호사로서의 한평생을 보낸 이의 삶이, 그의 철학이 녹아 있는 책이다. 다양한 의뢰인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각양각색의 삶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인생에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최소한은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괜찮은 책이라고,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들 속에서 깨알 같은 법률적 조언들도 얻을 수 있다고,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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