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의 세계사적 인물 속에서 로버트카파 만큼 드라마틱한 삶을 산 사람이 있을까싶다. 내가 좋아하는 잉그리드버그만의 전남편이기도 하고...
매그넘이 카파의 그래픽노블을 냈다고하니 안볼수가 없다.
수정. 찾아보니 남편은 아니었고 연인이었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금만 더 읽다 자야지 하다가 결국 500여 페이지를 단숨에 읽고 나니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3시였다. 이렇게나 적나라하고 처절하기까지한 자기 고백들이라니... 

레누를 보면서 생각난 영화가 있다. 프랑스 영화 <고백> 이라는 영화인데, 이젠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삶은 내 주변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애쓰며 살려고 하지만 결국 내 주변을 지나갈 뿐이다" 라는 대사때문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여주인공 소피는 유명한 성악가의 반주자로서, 아름답고 화려한 삶을 사는 성악가를 동경하고, 흠모하고, 때론 질투하고, 관찰한다. 소피는 본인 스스로 주인공의 삶을 살지 못하고, 빛나는 존재 옆에서 드라마틱한 삶을 보기만 하며 주변인의 삶을 사는 여자다. 

레누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같은 점은 레누는 릴라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릴라를 의식하고, 릴라에 빗대어 자신을 평가한다. 그러나 릴라의 주변인으로 살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부딛히고 깨지고 아프게 살아간다.  

 

안온하지만 주변으로 밀려나가는 소피의 삶을 살 것인가,아니면 깨지고 아프지만 성장하는 레누의 삶을 살것인가... 이십대때 영화 <고백>을 보고 나도 소피처럼 살까봐,,, 소피처럼 살다가 늙을까봐 두려웠던 적이 있다. 그러기에 깨지고 아프더라도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레누를 응원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을 때 더더 책을 사고 싶다. 세상에 이렇게나 재미있는 책이 많이 있는데 못보게 된다면 억울해 미쳐버릴 것이다. 오늘도 난 아프지말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눈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지 말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주제나 교훈을 얻기 위함도 아니고, '감춰진 중심부'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도 아닙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분명희 어떤 교훈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주제를 찾아낸 것 같기도 하고, '중심부'를 열심히 찾아 헤매다 얼추 비슷한 곳에 당도한 것도 같은데, 막상 다 읽고 나면 그게 아니었다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헤메기 위해서일 겁니다. 분명히 목표라는 게 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이상한 세계에서 어슬렁거리기 위해서입니다. 소설은 세심하게 설계된 정신의 미로입니다. 그것은 성으로 향해 길을 따라 걸어가지만 우리는 쉽게 그 성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대신 낯선 인물들을 만나고 어의없는 일을 겪습니다.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를 곰곰이 짚어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굳이 소설을 집어드는 이유는, 고속도로로 달리는 것에 싫증이 난 운전자가 일부러 작은 지방도로로 접어든 이유와 비슷합니다. (중략)

그러므로 좋은 독서란 한 편의 소설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가가 만들어놓은 정신의 미로에서 기분좋게 헤매는 경험입니다.

-김영하 <읽다> 101~103페이지.   

 

나폴리 4부작을 읽고 있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김영하의 <읽다>의 해석은 이렇게나 적확하다. 나폴리 4부작을 읽는 동안 레누와 함께 기뻤다, 화냈다, 좋아했다, 절망했다, 반가웠다, 레누를 탓하기도 했다가 릴라를 책망하기도 했다가, 이 무슨 소설읽기가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참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느꼈다가 펼쳤다가 닫았다가 하고 있다.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레누와 릴라가 뼈와 살이 있는 실체인양 내 앞에 걸어다니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제 2권을 1/5 정도를 읽었을 뿐인데 이러고 있다... 참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8-04-0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2권 읽고 있습니다. 반가워요!
저는 읽을수록 니노가 너무 싫어져요. ㅎㅎ

one fine day 2018-04-03 17:3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여기 등장하는 남자들 중에 맘에 드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ㅋ 알폰소가 그나마 괜찮다는 생각이..
 

책을 읽은건 아니고 Call Me by Your Name 영화를 봤다. 보는 내내 이탈리아 북부 시골의 햇살이 내뺨에 닿는것 같고. 살구열매를 입안가득 물고 있는것 같고. 시원한 강물이 내 피부를 스쳐가는 것 같고. 무엇보다 매끄러운 소년의 입술이 내 혀 끝에 닿는것 같았다. 영화를 통해 오감만족을 느낀 드문 경험이었다.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건 엘리오 가족의 대화였다. 이탈리아어, 영어, 불어, 독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 가족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언어로 대화한다. 일상적인 대화는 영어로, 친구들과는 이탈리아어로 문학을 이야기 할 때는 불어와 독어로.. 그게 얼마나 부럽던지... 엘리오와 그 부모들의 유연한 사고는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됐다.


(이하에는 영화의 스포가 넘칠만큼 있습니다 -.-;;)

 

영화의 화자는 17세 엘리오지만 난 24세 미국 청년 올리버의 감정선을 좇아가며 보게됐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첫사랑의 풋풋함, 간절함은 기억 저편에서 쉽사리 떠오르지 않아서일 것 같은데. 올리버의 감정선을 내 마음대로 재구성하며 영화를 봤다.

 
올리버는 키 크고 잘생기고 똑똑하고 운동도 잘해서 어디서나 선망의 대상이이었고, 자신만만한 청년이었다. 그러던 그가 여름 방학을 맞아 저명한 학자의 저술을 돕기 위해 온 이탈리아의 여름별장에서 세상에 없을 것같은 미소년 엘리오를 만나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엘리오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섬세하고 지적이고 피아노 연주도 훌륭하니 사랑에 빠지는 것이 너무 당연했을것이다. 하지만 소년을 사랑한다는 죄책감에 엘리오를 피해보기도하고 격정때문에 밤새 온동네를 헤매 다니기도 했을것이다. 영화에서는 “밤새 너를 생각하며 이곳에 있었다”는 올리버의 한 줄 대사에 많은 감정들이 느껴졌다. 엘리오와 하룻밤을 보낸 아침, 엘리오가 자기에게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하며 눈치를 보는 올리버가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결국 올리버는 자신을 잃기 전에, 엘리오를 만나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탈리아를 떠나 헤어졌던 여자친구와 재회하고 결혼을 결심한다. 올리버는 엘리오처럼 자신을 이해해줄 부모도, 친구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 결혼생활이 행복했을까. 엘리오를 잊을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지못할것이다. 엘리오의 아버지처럼 환경의 테두리에 자신을 가둔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치명적인 사랑은 그만큼 위험한 것이다.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안온한 삶을 살았을. 하지만 운명같은 격정을 누린 기쁨의 댓가를 평생 치뤄야할 올리버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부러운 마음도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