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도 도청 공무원의 품성을 요구하고
시인도 지방 면서기의 충성심을 보여야
살아남는 한국사회에서
내 자신도 예측하지 못하는 불안한 자아.
기우뚱거리는 배에 투자 하려는 선주(船主)는 없다고
누군가 내게 충고 했다
가위로 도려낸 번호들이 늘어나고
실망의 밑줄이 그어진 수첩.
자유의 달력 밑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정든 항구를 버리고
운명의 키를 쥐고 선장이 되어 항해 하련다
어차피 사람들의 평판이란
날씨에 따라 오르내리는 눈금 같은 것.
날씨가 화창하면 아무도 온도계를 눈여겨 보지 않는다.
이번에 출간된 최영미 시집 '도착하지 않는 삶'에 수록된 ‘나쁜 평판’이란 詩 입니다.
기운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만한 내용으로 화창한 날씨를 예고하는 멋진 시라 생각됩니다.
명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키 크고 아름답던 이 멋진 시인이 어느덧 지천명에 이르렀군요.
마지막 행이 특히 눈을 사로 잡습니다.
"날씨가 화창하면 아무도 온도계를 눈여겨 보지 않는다."
곧 화창해질 봄 날씨만큼 모두에게 즐거운 일 가득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