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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표지 그림에 인용된 밀레이(J.E.Millais)의 '오필리아'를 보노라면 본문 171쪽 거트루드의 대사가 묘사하는 바로 그것이다.
거울 같은 물 위에 하얀 잎을 비추며
냇가에 비스듬히 수양버들 자라는데,
그것으로 네 누이가 기막힌 화환을...
미나리아재비, 쐐기풀, 들국화, 그리고
입 건 목동들은 더 야하게 부르지만
정숙한 처녀들은 <죽은이 손>이라는
야생란과 엮어서 만들었지.
흰 가지에 풀꽃관을 걸려고 올라가다,
한 짓궂은 실가지가 부러져,
풀화환과 네 누이가 울고 있는 개울로 떨어졌어.
입은 옷이 쫙 펴져 그녀는 인어처럼 잠시 뜬 채,
옛 찬가 몇 구절을 그 동안에 불렀는데,
자신의 위기에는 무감하게 되었거나,
마치 물에서 태어나고 거기에 적응된
생물 같아 보였지. 그러나 멀지 않아
그녀의 의복이 마신 물로 무거워져,
곱게 노래하는 불쌍한 그애를 진흙 속
죽음으로 끌고 갔어.
최종철 교수의 친절함은 이 대사가 사실주의 소설이 생겨나기 이전의 관객들을 위하여 써졌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각주를 달았다. 그래서 오필리아의 죽음을 묘사하는 이 대사는 딱딱한 설명으로 읽혀질 수 있다고 하지만, 글쎄 내가 읽기는 일반적인 설명에 그칠지라도 잘 그려진 그림 탓인지 너무도 아름답기만 하다.
94쪽, 3막1장 56행에 햄릿이 등장하면서 읊어대는 대사는 햄릿의 상징적인 대사인데 해석이 좀 다르다.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건 -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 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 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밖에-
최종철 교수는 To be, or not to be 부분을 생사의 여부로만 치부하기에 원문의 뜻이 너무 광범위함을 언급하며 해석을 달리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죽느냐 사는냐'로 시작하지 않고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해석하였다. 이 책이 그동안 발표된 다른 햄릿과 확고하게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멋스러운 것이야 '죽느냐 사느냐~'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국내 최고의 셰익스피어 전문가가 주장하는 심오한 깊이를 고민해 본다.
고전이란 무엇일까?
햄릿을 모르고서는 셰익스피어 시대와 소통하는데 장애가 있을 것이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셰익스피어와 햄릿을 전혀 모른다면 삶의 공간에서 소외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비단 햄릿 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이고, 내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빠져드는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