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의 유혹, 모던의 눈물 - 근대 한국을 거닐다
노형석 지음, 이종학 사진 및 자료제공 / 생각의나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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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싼 책이다.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기에 책의 정확한 판형같은 건 모르고, "어? 좀 비싸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관심있기에 사보았다.

일제시대의 생활사는 흥미있는 소재이다. 적어도, 그 시대에 독립투사와 친일파, 두 종류의 사람만 살고 있으리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알고 있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현실도 그렇기 때문이다. 아홉시 뉴스와 신문은 어김없이
 1.정치인들의 근황
 2. 대기업들의 근황
 3. 밤새 일어난 인간성의 극단을 보여주는 사건사고
 4. 날씨
순서로 세상을 소개하고 있다. 천년 후 우리 시대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눈에 우리 시대는 위에서 나열한 순서대로 보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조선시대를 떠올리자면 1. 임금의 생로병사   2. 충성스런 신하 또는 반역하는 신하의 이야기   대강 이런 순서로 떠올리듯이 말이다.

그러니 모던의 유혹, 모던의 눈물이란 책은 그 시대의 삶에 대한 다채로운 조명이 되지 않을꺼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구입했다. 읽다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맥락없이 늘어놓은 화보와, 그 화보에 대한 별 맥락없는 설명들이 전부다. 화보는 불행히도 흑백이고 흐릿하다. 1930년대 사진이 당연히 그렇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기는 했다. 말하자면 화보가 흐린 것은 작가나 출판사의 책임이 아니라, 총천연컬러를 기대한 내가 잘못한 셈이다. 그러나 텍스트로 말하자면 아무래도 좀 모자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일단은 너무 평범하고 평이하다. 삶의 다채로운 각도에 대한 서술이라기보다는, 화보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다. 생활사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일반 근현대사 서적의 화보집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가깝다. (그러고보니 이 책이 생활사라고 지레 짐작한 내 착각이 문제 아닌가?)

재미없다는 소리를 길게 쓰려니 참 재미없군. 사서 읽으려다 후회하지 말고, 일단은 서점에서 한 번쯤 열어본 다음, 취향에 맞는지를 판단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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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 찾아서
한병철 지음 / 영언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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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기씨는 경영학 박사다. 하지만 그의 글을 봤을 때 다가오는 느낌은, 이 사람은 글을 잘 쓰는 엔지니어 정도이다. 그의 글은 과장이나 거짓이 없다. 자기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조금은 지나치다 싶은 확신과 자신감을, 그리고 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차갑게 Fact만을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으며, 그런 자기의 말이 평범한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를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살아있는 무림인들에 대해 쓴 글이기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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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여, 안녕
김종광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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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여 안녕 - 김종광

이문구의 뒤를 잇는다는 사람으로 흔히 지목되는 것이 김종광과 한창훈인데, 나는 한창훈보다 김종광을 윗길로 본다. 한창훈에게서는 약간의 가식이 느껴진다. 그는 하류층의 인생에 편입하려고 애쓰는 상류층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보들의 틈에 어울릴려는 똑똑이라고 해야겠다. 한창훈 그의 약력을 보았을 때는 충분히 민중(-_-)적이니까.

한창훈의 주인공들은 너무 생각이 많다. 나이 육칠십 먹은 시장 아줌마들의 생각하는 깊이와 방식이 나이 삼십대의 소설가와 다를 바가 없다. 어색하다.

김종광은 오히려 그 반대다. 자기 이야기를 조금은 지나치게 한다는 느낌이다. 주인공들은 대개 공익근무요원 아니면 소설가 지망생이다.

뭐 그거야 어쨌든 간에 김종광 쪽이 조금 더 와닿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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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취설향 1
김지혜 지음 / 영언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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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 명취설향이다. 비슷한 방식의 정서를 공유하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명취설향을 쓰는 작가의 몸짓을 상상해본다. 글 자체를 쓰기 위해서 그다지 큰 고뇌를 했다고는 느끼지 않았다. 대신에 설향이라는 화두를 꽤 긴 시간동안 머릿속에 담아두고 이를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풀어내기 시작한 글이라고 느꼈다.

장르 소설이라는 이름에 대해 약간은 고민하게 된다. 명취설향이 로맨스인가? 글쎄. 모르긴 하지만, 아니라고 본다. 일단, 장르소설은 천한 것이다. (이것은 독자 및 사회적인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몇 편의 글들 - 암왕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장르소설에 함께 묶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지간에 명취설향은 깔끔한 글이다. 문장이 단정하고 절제있으면서도 차갑지 않다. 인물들은 정형적이면서도 생생하다. 그래서 명취설향은 잘쓴 글이다. 적어도 1권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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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의 코트 - 사라진 시베리아 왕국을 찾아서
안나 레이드 지음, 윤철희 옮김 / 미다스북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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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다.

누구에게나 환상적 세상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런데 이 환상적인 세상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많이 다르다. 어떤 사람의 환상은 사막에 있고, 어떤 사람의 환상은 타히티에 있고, 어떤 사람의 환상은 저 푸른 초원에 있다.

나의 환상은 시베리아에 있다. 캐나다에 있다. 저 얼어붙은 벌판, 사시사철 눈보라가 휘날리는 곳, 그 눈보라 가운데 외롭게 서있는 초라한 오두막 하나, 어린 딸은 화롯가에서 장난을 치고 있고, 볼이 튼 마누라는 무뚝뚝한 얼굴로 수프 같은 것을 젓고 있다. 나는 보드카 같은 것을 마시면서 깃털 펜을 끄적이고 있다.

어렸을 때 본 만화의 한장면으로 오랫동안 기억나는 것이 은하철도 999에서, 빙하기가 다시 오는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빵 한 조각을 철이에게 주는 엄마의 모습이다.

시베리아는 그런 내 환상의 빈 터다.

샤먼의 코트는 그 환상의 빈터에 소설적 영감을 잔뜩 불어넣어주는 - 사실 내용상으로는 대단히 그럴 내용이 아닌 이야기다. 러시아가 어떻게 원주민들을 정복해 나가고 착취해 나갔는지의 이야기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러시아가 원주민을 정복해나간 것과 미국인들이 인디언을 정복해나간 것의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그것이 다르다! 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평이한 문체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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