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사촌 누나가 이민을 갔다. 사촌누나는 나이 마흔 즈음이고, 애가 셋이다. 미용사로 오래 일했고, 영어는 못 한다. 국내에선 빚이 좀 있다고 한다.

매형은 사촌 누나보다 두어 살 위이다. 떡대가 좋고 건달끼도 좀 있다. 모르긴하지만 술 먹으면 가끔 마누라도 패고 할테다. 매형은 치매가 있는 노모 때문에 함께 이민길을 나서지 못했다.

건달끼 있는 매형의 곁에서 열두어살 먹은 사내아이가 제 아빠와 헤어지는게 서운해서 울었다. 식당에서 비빔밥을 먹던 중이었는데, 매형은 밥을 절반도 비우지 못하고 얼굴이 벌개서 화장실만 들락거렸다. 대전에서부터 봉고를 타고 함께 올라왔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혼자 돌아가게 될 것이다.

공항 게이트의 간유리 틈 사이로, 애들 나가는 모습을 보겠다며 쪼그리고 앉아있는 건달끼 있는 매형을 보았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장면중의 하나다.

 

우리가 과거 시대를 야만적이라고 말하는 가장 큰 근거의 하나는, 가족간의 생이별이다. 군역에 의해, 전쟁에 의해, 이념에 의해, 가난과 궁핍에 의해, 노예제도에 의해 가족들은 생이별했다.

우리 시대는 과연 덜 야만적인가. 자의로 하는 생이별과 타의로 하는 생이별에 얼마만큼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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