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재지이 1
포송령 지음, 김혜경 옮김 / 민음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을 홀리는 이야기들의 모음.

중세 중국 남성의 Sexual Fantasy의 모음이다.

나는 점점, 단순함에 매력을 느낀다.

삶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은 점점 듣기가 고달퍼진다.

이리이리하여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게 되었다는 둥의, 지극히 개인적인 그래서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매우 거창한 듯이 늘어놓는 작가들을 볼 때면 짜증이 난다.

그래서 한문이 재미있다.

한문으로 된 이야기들은 때로는 심하다 싶을만큼 앞뒤를 생략한다.

가령 책 한두권이나 되는 여행기는, "나는 중국에 갔다. 가는 길이 십만리였다. 너무너무 힘들었다." 뭐 이정도로 정리가 되는 것이다.

 

요재지이는 한문 특유의 그 압축적인 이야기로 짜여져 있다.

그래서 간결하고 재미있고, 그리고 환상의 여백이 있다.

 

환상의 여백.

갤러그나 제비우스에 익숙한 세대가 플라이트 시뮬레이션같은 최신 비행 시뮬레이션 액션을 할 수 있을까? 뭐 할 수야 있겠지만... 그리고 확실히 그 게임들은 진보된 것이지만,

세모는 비행기이고 네모는 유에프오이고 작대기는 총알이던 그 시절,

작대기의 모습과 세모의 모습을 제 마음대로 상상하던 그 여유로운 환상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요재지이는 정말 재미있는 환상의 연속이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늦은 밤, 어느 여우가 내 집 문 앞에서 낑낑거리고 있다면 기꺼이 받아줄만도 하리라.

단. 요재지이는 총 6권 전질이고, 각 권별로 내용이 다르다. 지금 읽은 1권은 남성의 Sexual Fantasy에 가깝다. 다른권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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