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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스페셜 에디션
존 그레이 저자, 홍승우 그림, 김경숙 역자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4년 6월
평점 :
이 코너에서는 사내 독서동호회 [끼리끼리] 에서 2003년 4월부터 월 1회씩 진행했던 독서토론회 테마 도서들을 한편씩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우선 첫 타자로....[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현재의 남녀관계를 모두 대변할 수 있는가?
이 책을 구입한 사람의 반 이상은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구입했을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서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많은 담론들을 접할 수 있음에 자신의 무릎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얘기가 우리에게 전혀 생소하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는 분명 여러 매체를 통해서 혹은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서 남녀의 차이에 대해서 이미 많은 것을 습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은 전혀 새롭지도 않고, 반복되어 들려지는 어학 테이프처럼 어떤 개인에 한해서는 무의미하게 다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다양하고 복잡한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의 남녀를 이해하는 데는 너무 오래 전(?)에 쓰였기 때문에 느껴지는 편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남녀는 화성과 금성뿐만 아니라 수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서 온 이들이고 어떤 이들은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저자의 논리는 소위 말하면 이제 한물 간 이론일 뿐이다.
개념적으로 파악해 보면 그레이가 제공한 실용적 지침이란 것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들이 있다는 것은 금세 드러난다. 강박증과 히스테리는 주체의 심리구조이지 남녀 차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가 주는 지침들이란 것 역시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는다. 그가 제공하는 지침이란 그저 남녀 차이를 인정하고 적절한 대화의 테크닉을 습득하라는 것인데, 그것의 결과란 상대의 징후, 상대의 질병을 인정하기이며, 상대가 자신의 질병으로부터 계속해서 쾌락을 길어 올릴 길을 열어주는 것일 뿐이다.
때문에 이 책은 여자들의 ‘수다’로는 적합하겠지만 현실의 남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 베스트셀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ꡔ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ꡕ는 서로 다른 생각과 사는 방식을 지닌 두 인간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준다. 남자가 말한 내용의 속뜻과 여자가 말하는 내용의 속뜻을 비교해 가며 여자와 남자와의 생각의 차이를 설명한다. 특히 남녀의 대화 내용을 제시하면서 그 대화의 담긴 숨겨진 내용을 설명하는 저자의 시각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정확하다. 이런 여러 대화 방법을 예시를 들어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 자신이 많은 부부들을 상담해 온 경험이었을 것이다(혹시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이 책만큼 남자와 여자의 마음을 잘 읽어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은 없기 때문이다).
그레이는 이 책에서 남녀가 서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이 나와 비슷해지기를 기대할 때 긴장과 원망과 불화가 생겨난다고 말한다.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을 대하듯 서로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내가 주는 사랑은 상대가 필요로 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상대가 지금 무얼 필요로 하는지 알아냄으로써 불필요한 논쟁과 이로 인한 상처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참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남녀 관계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비록 그 내용은 남녀 관계에 국한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동성을 이해하는 데도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특히, 자신이 인간 관계를 형성해 가는 데 두려움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은 분명 당신에게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어렵기 만한 인간심리학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한 사례를 첨부해 정리한 저자의 노력은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판단은 독자 자신이…
이 책의 미덕은 우선 풍부한 임상적 사례를 쉬운 표상들로 요약한 데 있다. 미스터 수리공과 가정진보위원회, 동굴에 들어가는 남자와 이야기하는 여자, 고무줄인 남자와 파도인 여자 등이 그렇다. 남녀 차이를 인정하는 법, 논쟁을 피하는 법, 사랑의 편지를 쓰는 법, 도움을 청하는 법, 이성에게 점수를 따는 법 따위의 실용적인 처방과 구체적인 테크닉의 제시도 꽤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지루함, 많은 사례에 대해 실용적일 수 있지만 모든 사례에 대해서 그런 것은 아니며,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는 느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소리없이 꾸준히 팔리고, 우리나라에서 1993년 번역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20쇄가 넘게 팔려올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테마로 삼고 있는 남녀간의 소통 문제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박한 문제의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