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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사랑 ㅣ 청목정선세계문학 8
D. H. 로렌스 지음, 강만식 옮김 / 청목(청목사) / 1989년 4월
평점 :
절판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익히 알려진 대로 성과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로 이미 결혼을 한 여자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서 사랑을 느끼고, 그 남자 또한 그 여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조금은 뻔한 스토리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불륜을 저지른 남녀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도덕률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이란 것을 억누르고 숨기려고 했던 사람들에게 성은 억눌려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성은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런 작가의 의도는 대담한 묘사와 서술에 의해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표현 때문에 한때 이 책이 출판금지를 당한적도 있다고 하지만, 자칫 노골적이라고 매도될 수 있는 이 표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사랑의 육체적인 면을 너무 강조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시비 대상으로 떠오른 건 성교 장면 묘사가 되풀이되고 문자화가 금기시된 인체의 은밀한 부분의 이름을 거침없이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기껏해야 포옹하고 키스하는 장면의 묘사에 그쳤던 빅토리안 시대의 도덕률에 비추면 끔찍한 일이기는 할 것이다(실상 지금 시대에도 쉽게 용납되지 않는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충분한 정신적인 사랑이 있었기에 육체적인 사랑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의구심도 사라질 것이다.
저자는 부부라는 형식적인 관계에 얽매여 애정도 없이 성관계를 관계를 갖는 것은 추악한 행위이며, 이상적인 관계란 남녀 모두가 자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자아를 침범하지 않는 상태로 규정한다. 즉, 저자는 ꡔ채털리 부인의 사랑ꡕ을 통해 성에 대한 이중성과 허구성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겉모습만 판단하고 진짜 모습을 구분해 내지 못하면 우리는 이 책의 참맛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세계명작의 명성은 쉽게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