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로 스트레스가 왕창 쌓여 퇴근한 밤 문득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성실히 버텨내고 있는 사람의 글이 읽고 싶어져 꺼내 들었다. (집에 읽으려고 사 둔 책이 많다. 산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안 읽고 책장에만 꽂혀 있는 책들도 많다...) 몇 장 채 읽지도 않았는데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나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어떻게 살아갈까.
요즘 내 추천 마법사는 아주 가끔가다 한번씩 찔끔 두어권 정도 추천하다 만다. 새 책과 중고책 모두 여전히 빈번하게 주문중인데 왜 그런 걸까. 추천해 준 것들을 안 사서 삐친 걸까. 내가 요즘 북플을 너무 자주 들어와서 그냥 그렇게 느끼는 걸까. 뭔지 모를 이 섭섭함. ㅠㅠ
`상`편을 읽다가 너무 재밌어서 아 이거 이렇게 빨리 다 읽어버리면 안되는데 아까운 마음에 잠시 책을 덮어 두고 일단 작가의 다른 작품부터 검색해 봤다. 연달아 읽을 책을 미리 준비해 두려고. 근데 헐~ 왠열~ 이런 위주의 글을 주로 쓰는 작가가 아니더라는 반전.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아야 할지. 만일 읽는다면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난감하다. 네 자매의 스토리라고 해서 막연히 작은 아씨들 같은 작품을 연상했는데 작은 아씨들이 어쩐지 동화책같은 느낌이라면 세설은 그에 비해 시대배경이라던가 네 자매의 감정선이 훨씬 더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무엇보다 그들의 나이대가 나와 비슷해 더한 현실감이 느껴졌다. 다만 작가가 아무래도 남자라는 사실이 이따금씩 상기되어 아 남자들은 여자들이 보통 이런 상황에 이런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나? 싶기도 했지만.어제부터 `하`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걱정이다 걱정. 유키코와 다에코는 시집을 갈 수 있으려나.
연말, 연초에 책정리 하시고 헌책방에 소중한 책들 데려다 놓으신 많은 장서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도 잘 안보는 책들 좀 정리해다 팔면서 다시 한 열댓권 정도 엄선해서 데려왔어요. 호호. =) 진짜 책에도 인연이란게 따로 있는지 찾으려던 책은 있어야 할 자리에 없기도 하고 한동안 찾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있던 책을 다른 책 찾다가 발견하기도 하고 아무튼 재미난 하루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