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2005-12-29 [BOOKS OF 2005] 올해의 책|해외 출판시장

팩트와 픽션이 결합한 팩션류의 역사추리물 강세... 앤 라이스의 ‘구세주 그리스도’도 주목

비소설 분야는 `목적이 이끄는 삶` `긍정의 힘` `괴짜경제학` `블링크` 등 꾸준한 관심 끌어

2005년 한 해 동안 나라 밖 출판가에서는 어떤 책들이 주목 받았을까? 가장 화제가 됐던 책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한 점검은 한 해 동안 세계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분야는 어떤 것이었으며, 독자들은 또 어떤 정보를 책을 통해 얻으려 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세계 출판시장의 중심인 미국 출판시장을 중심으로 올 한 해의 해외 출판시장을 되돌아보고자 하며, 크게 소설과 비소설 분야로 나누어 살피고자 한다.

소설 분야는 크게 몇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올해의 최대 화제작이라고 이렇다하게 내세울 만한 소설이 없는 가운데 수없이 많은 소설이 등장했다가 퇴장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둘째로, 이런 가운데 댄 브라운 소설에 대한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은 채 거의 3년째 순위 상위권에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직까지도 팩션(팩트+픽션·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것)류의 소설이 강세를 띠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례로, 과거 10여년 간에 걸쳐 줄곧 뱀파이어에 대한 소설을 써오고 있던 베스트셀러작가 앤 라이스(Ann Rice)가 이번엔 전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분위기를 바꿔 팩션소설을 선보였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셋째로 2003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역사추리소설 분야에 대한 관심이 계속 강세 이어졌으며 이런 흐름은 앞으로 선보이게 될 몇몇 주요 소설을 미루어볼 때 내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을 낳게 한다.

출판전문 주간지인 ‘퍼블리셔스 위클리’ 베스트셀러 집계에 따르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2005년 11월 말 현재 138주째, 그리고 그의 또다른 소설 ‘천사와 악마’는 135주째 각각 베스트셀러 10위권 안팎에 머물며 그 위력을 3년째 과시해오고 있다. 그러나 댄 브라운의 소설이 이처럼 지속적인 강세를 이어오고 있는 반면 다른 소설들은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5주에서 10주 정도 베스트셀러에 머물다가 뒷심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주목 받은 소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출간되어 올 3분기까지 강세를 보인 소설로, 수 몽크 키드(Sue Monk Kidd)의 ‘머메이드 체어(The Mermaid Chair)’를 들 수 있다. 제시 셜리반이라는 한 중년 여인의 억눌린 꿈과 욕망이 불편한 어머니를 돌보는 가운데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는 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9월 말까지 24주간 소설 부문 상위에 랭크됐다.



그리고 지난 10월 말까지 18주에 걸쳐 소설 부문 1위에서 15위권을 오르내리며 판매순위 상위권에 머물렀던 엘리자베스 코스토바(Elizabeth Kostova)의 ‘히스토리언(The Historian)’ 역시 올 한 해 동안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소설로 분류된다. 이 소설 역시 팩션류의 역사소설로 현재의 소설 트렌드를 반영한 소설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분야에 속한 작품으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앞서 잠시 언급한 앤 라이스가 쓴 ‘구세주 그리스도(Christ the Lord)’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소설이 미국은 물론 특히 그 밖의 여러 나라 출판사 및 독자들로부터 더욱 주목 받은 이유는 이 소설을 쓴 작가인 앤 라이스가 오랜 세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뱀파이어 소설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사렛 예수의 숨겨진 유년시절을 소설적 구성으로 새롭게 끌어올려 흥미롭게 조명한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면서 그 속에서 치유자로서의 예수, 선지자로서의 예수를 신비로우면서도 미스터리한 장치를 통해 조명하고 있다.

11월에 출간된 이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12월 현재에 이르기까지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있다. 각국 출판 관계자들은 앤 라이스의 외도가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시도가 그의 작품세계의 영역 확장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 소설이 아무래도 분수령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주위의 일반적인 평이다.

한편 역사적이고 인문학적인 지식과 정보의 기반에 소설적 구성을 덧입힌 형식의 소설에 대한 반응은 내년에도 계속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내년에 선보일 소설들이 현재 원고만 준비된 상황에서도 세계 각국의 수십여 개 출판사가 치열한 판권확보 경쟁을 벌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내년 가을 미국의 헨리 홀트 사가 출간할 예정인 제드 루벤펠드(Jed Rubenfeld)의 ‘네임 오브 액션(The Name of Action)’은 벌써부터 한국을 포함하여 11월 말 현재 22개국에 해외번역판권이 팔린 상황이다. 이 소설은 1909년 프로이트와 융이 실제로 미국을 처음 방문했던 역사적인 사건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뉴욕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두고 두 학자가 서로 다른 자신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사건에 적용하여 풀어간다는 내용으로 일련의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두 학자의 고도의 이론이 허구와 맞물려 전개된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 줄거리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설은 레이먼드 커리(Raymond Khoury)의 ‘최후의 템플 기사단(The Last Templar)’이다.  이 소설은 지난 7월 영국에서 출간되어 좋은 반응을 보였으며 미국과 기타 수많은 나라의 출판인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 소설의 해외 판권 역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치열한 판권경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11월 말 현재 33개국에 판권이 팔린 상태이고 미국에서는 내년 1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바티칸 공예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한 박물관에 기사단 복장을 한 네 명의 사내가 난데없이 나타나 거침없이 경비요원의 목을 베는 한편, 또 다른 사람들에게 총을 쏘아대는 것은 물론이고, 그곳에 전시된 물품들을 약탈해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템플 기사단은 적잖은 부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로 어떤 이유에서 그것도 꽤나 낯선 방식으로 여러 사람을 살상하고 또 거기에다 값도 나가지도 않는 공예품들을 약탈해 갔을까? 이 사건을 고고학자인 테스와 FBI(미국 연방수사국) 요원인 숀 라일리가 그들의 비밀을 벗겨간다. 이것이 이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미 출판계, 기독교 관련서 강세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소설 부문에서 역사추리물이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해외출판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면 비소설 부문에서는 종교적인 메시지가 기반이 된 자기계발서와 인문학적인 요소가 가미된 경제·경영서가 두각을 드러냈다.

먼저 기독교 분야의 책으로 비소설 전체시장에서 ‘다빈치 코드’처럼 출간 이후 3년에 걸쳐 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책이 있다. 릭 워렌(Rick Warren)의 ‘목적이 이끄는 삶(The Purpose-Driven Life)’이 그것이다. 이 책은 11월 말 현재 무려 145주 동안 베스트셀러 15위권을 고수하고 있는 책으로 ‘가장 위대한 지도자는 타인을 섬기는 이들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 또 다른 어떤 것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책 다음으로 올해 최장수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는 미국의 신예 목사인 조엘 오스틴(Joel Osteen)의 책 ‘긍정의 힘(Your Best Life Now)’이다. 워너북스의 판권담당자인 레베카 올리버에 따르면 이 책은 지난해 10월 말에 출간된 이래 지난 11월 말까지 13개 나라에 해외판권이 팔렸으며 11월 말 현재 57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팔린 부수만 360만부에 달한다. 오스틴 목사는 이 책을 통해서 크게 일곱 가지의 가르침을 전한다. 비전을 키우고, 건강한 자아상을 키우고, 생각과 말의 힘을 발견하고,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고, 역경을 통해서 강점을 찾으며, 베푸는 삶을 살고, 끝으로 행복하기를 선택하라는 것이 그의 일곱 가지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미국 출판계에서 기독교 분야의 도서가 일반 도서시장에서 크게 어필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각 책 속에 담긴 메시지가 일반 독자에게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운데 성경의 가르침과 일상의 상황이 호소력 있게 진행되고 있어 치열하고 숨가쁜 현대 독자에게 편안한 안식과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비소설 분야에서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한 주목을 받아오고 있는 책을 꼽으라면 누구라도 이 두 권의 책을 꼽을 것이다. 하나는 출간시점부터 11월 말 현재까지 줄곧 32주 연속 부동의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스티븐 레빗이 쓴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이다. 또 하나는 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Blink)’다. 블링크가 히트친 덕분에 그가 5년 전에 써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다시 한번 동반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미국, 영국, 캐나다, 한국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판매순위 정상에 오른 ‘괴짜경제학’은 2003년 포춘지가 선정한 ‘40세 미만의 혁신가 10’으로 꼽히기도 했던 젊은 천재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의 명저(名著)다.
이 책은 일반 상식과 통념을 깨는 기발한 문답을 제공하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레빗은 이 책을 통해 일상에 숨겨진 사실들을 기초로 구체적이고 치밀한 논증을 통해 우리가 간과했던 부분들을 명쾌하게 파헤치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진실을 끌어내고 있어 지금까지 우리의 사고를 지배해 오던 고정관념을 일거에 허물어버린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레빗의 사냥감은 이국적이고 신비한 장소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데이터 속에 들어 있다. 그의 천재성은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숫자들 속에서 일련의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 있다”라고 이 책을 평한 바 있다.

‘블링크’는 사전적인 정의로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이거나 반짝임’이란 뜻이다. 저자 글래드웰은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나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첫 2초 동안 우리의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뜻한다는 의미로 썼다. ‘블링크’는 11월 말 현재 41주 연속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글래드웰은 올해 ‘더 타임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하나로, 우리의 일상은 물론 비즈니스세계에서 우리의 순간적인 통찰에서 나오는 직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래서 순간의 선택이 긴 시간의 고민 끝에 나온 선택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사례들을 이 책을 통해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이구용 출판칼럼니스트(josephlee@imprim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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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 다양한 역사추리물들이 많이 쏟아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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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해머 시리즈

내가 심판한다  원제 I, The Jury (1947)

옛 전우의 죽음이 해머를 분노케 한다. 경찰과 달리 자신만의 수사를 위해 뒷골목의 불량배들을 위협하며 단서를 수집하던 그의 앞에 끊임없이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목숨을 위협하는 총탄이 날아들기까지 한다. 매혹적인 심리학자 샬롯과 미모의 여비서 벨다의 도움으로 범인의 행적을 추적하던 그에게 헤로인 밀수 조직의 중심에 다가선다. 이제 해머의 처절한 응징이 기다린다.

Average Customer Review: based on 15 reviews.(아마존 독자평점)
(Audio Cassette )

내 총이 빠르다 원재 My Gun is Guick (1950)

바에서 우연히 만난 붉은 머리의 창녀에게 안쓰러움을 느낀 마이크는 그녀에게 돈을 쥐어주고 새 삶을 찾으라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녀는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고, 해머는 사건의 단서를 추적한다. 정치계까지 연결된 거대한 커넥션이 그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거대 콜걸 조직의 위협이 마이크 해머를 위기에 몰아넣는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죽은 창녀의 친구였던 미녀 롤라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해머, 그녀와의 피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거침없이 파고들어 찾아낸 살인자 앞에 해머의 권총이 불을 뿜는다.



복수는 나의 것   원제 Vengeance is Mine! (1950)

어느 날 고주망태가 되어 잠들어 있는 동안, 해머의 총을 이용하여 친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일순간에 탐정 면허와 총기 면허를 뺏겨버린 해머는 이것이 누군가의 계획된 함정이라고 생각하고 남몰래 사건을 조사한다. 그를 돕는 건 클럽의 여주인 주노. 아름다운 그녀의 도움으로 사건은 진전되지만, 조사 도중 발견된 시체 때문에 살인 용의자 누명까지 뒤집어쓴다. 결국 그 대신 여비서 벨다가 사건의 최전방에 나서지만 오히려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고, 해머 역시 저격된 총에 관통상을 당하고, 둔기에 맞아 기절까지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해머. 이제 죽음 아니면 복수뿐.
Average Customer Review: based on 2 reviews. (아마존 독자평점)


책소개

전 세계 16개국에서 1억 8000만 부가 팔린 20세기 최고의 탐정 소설

하드보일드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소설 '마이크 해머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내가 심판한다』, 『내 총이 빠르다』, 『복수는 나의 것』으로 이어지는 3편의 이야기는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밋과 함께 하드보일드계의 거두로 군림한 작가 미키 스필레인의 작품 중에서도 최대 부수를 기록한 대표작들이다. 터프가이 탐정 마이크 해머가 완력과 뚝심으로 사회악을 척결하는 '마이크 해머 시리즈'는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으고, 세계 각국에 번역 수록되어 불멸의 명성을 쌓았다.

영화, 만화, 방송…… 미디어 전방위를 석권한

'마이크 해머 시리즈'는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7편의 영화를 낳았고, 9번이나 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신시티」, 「라스트 맨 스탠딩」, 「LA 컨피덴셜」, 「딕 트레이시」, 「더티 해리」 등 할리우드의 굵직한 형사 탐정물 영화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는데, 「신시티」의 감독 로드리게즈는 인터뷰를 통해 "미키 스필레인의 마이크 해머 시리즈의 열혈 팬이며, 그의 작품을 그대로 영상에 담고 싶었다."라며 미키 스필레인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빅 슬립』으로 전세계에 알려진 하드보일드 대가 레이먼드 챈들러 역시 미키 스필레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주인공 '필립 말로'는 창조된 지 20년이 지난 후에야 마이크 해머의 노골적인 성적 묘사에 자극을 받아 최초로 여성과 잠자리를 갖는 장면이 묘사된다. 만화 「딕 트레이시」나 「배트맨」, 「스파이더맨」과 같은 강력한 ‘반영웅(Anti-Hero)' 작품들 또한 마이크 해머 영향 아래 태어났고, '람보', '더티 해리', '빌리 잭' 등의 터프가이들 역시해머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

페이퍼백 출판을 만들어낸 판매왕

전 세계적으로 2억 부 가까이 팔린 이 시리즈는 페이퍼백 출판 시장을 만든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내가 심판한다』가 최초 출간된 1947년, 양장본 출판이 대중에게 외면받자 시그넷 출판사가 이 작품을 페이퍼백 형태로 출간,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출판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마이크 해머 시리즈는 짧은 시일 안에 수천만 권의 판매고를 올렸고 시장에는 짜릿한 흥분을 주는 미스터리, 어드벤처 장르의 대중물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다.

전후 미국인들의 어두운 정서를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표출한 작품

‘마이크 해머 시리즈’는 또한 어디까지나 올바른 기존의 수퍼 히어로들과 달리 선과 악을 모두 내재한 반영웅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종전 후 퇴역하여 탐정이 된 마이크 해머는 경찰 요직에 친구를 두고 있고 끊임없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설 탐정업을 고수한다. 그에게 뉴욕이라는 도시는 정치적 부패, 금전적인 탐욕, 마약과 매춘 같은 사회악이 만연해 있으며 언제어디서든 법망을 피해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곳이다. 법이라는 울타리 아래에서는 악인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몸뚱이 하나와 권총 한 자루에 의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절한 응징을 가함으로써 당시 경찰의 무능함과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답답해하던 미국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
밀리언샐러클럽 시리즈중에 가장 멋진 제목과 표지를 달고 나온 책이다. 그 동안 밀리언셀러 시리즈에 걸맞지 않은 안 팔릴 것 같은 작품들 몇 몇이 보였는데 '나이트 워치' 이후로 시리즈의 취지에 맞는 책들로 다시 회귀한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거나 많이 팔렸지만 국내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작가의 작품들을 꾸준히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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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의 시대를 꿈꾸는 출판인

김현미_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짐 꾸리기의 마지막 절차는 책을 고르는 일이다. 쌓아놓고 바라보기만 하던 책들을 이번 기회에 몽땅 읽을 듯한 기세로 서가를 훑어보지만, 트렁크의 빈 공간이 허용하는 책은 기껏해야 두세 권. 이제 미인대회 심사를 하듯 요모조모 따진다. 휴가지에서 읽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내용이어서 탈락, 하드커버는 무게 때문에 탈락, 책이 너무 커도 탈락.

역시 작고 가벼운(무게도, 내용도) 책이 제격이다. 짧은 여행일수록 심사기준은 더 엄격해진다. 이렇게 해서 지난여름 퍼트리샤 콘웰의 『사형수의 지문』 『카인의 아들』 『시체농장』이 차례로 나의 여행에 동반했다. ‘스카페타 시리즈’라고 불리는 콘웰의 소설들은 작고, 가볍고, 재밌어서 위의 기준을 다 통과한다. 깔개 하나 들고 한강변에 나갈 때도 부담 없이 콘웰의 소설에 손이 간다. 신간이 나오면 재빨리 챙겨두기 시작했다. 슬슬 중독의 조짐이 보인다.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노블하우스’라는 낯선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2004년 2월 11일 출판등록. 올해로 2년째를 맞는 신생출판사다. 하지만 갖고 있는 목록이 만만치 않다. 법의학 스릴러 분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퍼트리샤 콘웰 외에도 테크노 스릴러의 거장 톰 클랜시, 현재 일본 최고의 추리작가로 꼽히는(그러나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히가시노 게이고, 영화 <본 컬렉터>의 원작자로 알려진 서스펜스의 대가 제프리 디버. 추리소설 마니아들이라면 한껏 군침이 도는 이런 작가들을 한 지붕으로 끌어들인 출판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허 사장은 인터뷰 제의에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1년 조금 넘은 출판사가 무슨 자랑거리가 있겠느냐, 목표는 원대하나 실현된 게 별로 없으니 올해를 넘기고 보자는 정중한 거절이었다.

노블하우스의 목록을 보면 다양성이나 종수 면에서 빈약하다는 말이 맞다. 하지만 허윤형 사장의 출판 경력을 알고 나면 꼭 만나고 싶어진다. 300만 부를 기록한 『연탄길』시리즈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면 설명이 필요 없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잔뜩 호기심으로 무장하고 무작정 노블하우스를 방문했다.

묻혀있던 『연탄길』을 화려하게 부활시키다
김현미(이하 김)
노블하우스의 탄생을 설명하려면 사장님의 삼진기획 시절부터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올해로 출판 입문 몇 년째이신가요?

허윤형(이하 허) 9년이네요. 저는 시 전문 출판사에서 시작했어요. 제가 시에 대해 관심이 많았거든요. 아니 너무 좋아했고 한 때는 종교였죠. 저희 할아버지 두 분이 시인이셨고요.
그런데 막상 출판계에 들어와보니 아니다 싶은 관행들이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다른 문학 출판사로 갔다가 전통적으로 문학이 강한 삼진기획으로 옮겼습니다. 거기서 제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책을 발견한 거죠. 『연탄길』.

   『연탄길』은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원고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삼진기획에 출근했는데 당장 진행되고 있는 원고가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입수된 원고라도 있으면 검토나 하자 했는데 『연탄길』이 눈에 쏙 들어오는 거예요. 6개월 동안 출판사에서 잠자고 있던 원고라고 하더군요. 한 꼭지 한 꼭지 클리어파일에 끼워져 있어 참 희한하다 싶었죠. 원래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제목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으나 출판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작가가 인세도 제대로 못 챙겼다는 말을 들었죠.
다른 출판사에서 검토를 했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집으로 가져가 읽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까지 꼼짝 않고 읽고 감동을 먹었죠. 살림이 넉넉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고 눈물도 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다음날 저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또 운이 좋았던 게, 원고를 읽으면서 삽화가 들어가면 좋겠다 싶어 저자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마침 자기가 직접 그려놓은 게 있다는 겁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이 원고를 검토해 주신 분이 그림을 넣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해서 저자가 준비해 두었다는 말을 듣고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했지요. 그 뒤 저자 이철환 선생과 원고를 다시 쓰다시피 해서 『연탄길』이 나온 겁니다.

   『연탄길』이 처음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죠? 밀리언셀러가 되기까지 어떤 계기가 있었을 텐데요.

   네, 초반에 책이 정말 조금씩밖에 안 움직였어요. 『연탄길』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초판이 나오고 1년쯤 지나서였어요. 2-3만 부 선에서 답답하게 팔릴 때, 나는 중요한 것은 ‘이 책을 꼭 팔아야겠다는 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작가가 미워할 수 없는 분이었어요. 뭔가 한 가지라도 더 해주고 싶어지는….도저히 애정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어찌 보면 편집자를 괴롭히는 저자죠. 전 이철환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에 푹 빠졌고 오로지 『연탄길』을 띄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로 선정됐지만 판매가 확 오르지 않았어요. 출간 후 1년 쯤 되는 시점에서 책이 4만 부 선에서 끝나버릴 것 같아 이런 제안을 하기도 했죠. “선생님, 이번 연말에 리어카에 책 200권 정도 싣고 명동으로 나가서 나눠줍시다.” 『연탄길』에 리어카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리고 직원들에게 이 책에 ‘올인’하자고 했죠. 대한민국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몽땅 뽑았더니 300개가 넘어요. 이렇게 많았나 하고 놀랐죠. 직원들과 함께 각 프로그램에 ‘연탄길 사연 보내기’를 했습니다. 저자가 7년 동안 주위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감동이 커서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면 틀림없이 채택될 거라고 확신했죠. 그리고 각 학교 교감선생님들과 중학교 도서지도 교사 분들에게 책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받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곧 널리 알려지기를 원하는 저희 뜻을 이해하셨죠. 이런 노력이 보람이 있어서 KBS 에 소개되면서 매출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MBC <느낌표>에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에도 여러 편이 애니메이션화 되고요. 여기서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는데, 『연탄길』을 ‘느낌표’ 선정도서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선정도서가 된 적은 없고, 저자가 ‘느낌표’의 ‘길거리 특강’에 출연해 하신 말씀이 감동적이어서 효과가 아주 좋았어요. 꺼져가던 불이 다시 확 타올랐죠.

   그 효과가 자연스럽게 『연탄길』 2권, 3권으로 이어졌겠네요.

   저는 ‘연탄길’ 시리즈를 만들면서 독자의 힘을 실감했어요. 『연탄길』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화잖아요. 대부분 저자가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제자들로부터 들었거나 직접 겪은 이야기인데,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을 실제로 만나니까 묘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이 인터넷 카페도 만들고 한 달에 한 번씩 MT도 가고 하거든요. 모두 『연탄길』의 충성독자였죠. 한 친구는 지금까지 구입해서 주위에 선물한 『연탄길』이 280권이라고 했어요.

제가 “사재기야”라고 농담을 했지만, 정말 고마웠죠. 또 그 친구들은 중학교 시절 선생님(저자)이 기타 들고 와서 노래와 시를 들려주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고 그때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다 모아두었다가 다음 책을 만들 때 참고하라고 제게 주기도 했어요. 열 명의 고객보다 한 명의 충성고객이 낫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편집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군요. 저자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 또 책 한 권에 얼만큼의 에너지를 쏟을 것인가, 고민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제가 출판일을 시작할 때는 기획과 편집을 분리하는 게 유행이었어요. 기획자들이 출판피디, 출판프로듀서라고 찍힌 명함을 가지고 다녔죠. 하지만 저는 기획이나 편집이 맞물려야지 분리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냥 에디터라는 말을 좋아하죠. 작가를 섭외하는 일부터 저작과정을 도와주고, 책을 프로듀싱하고 마케팅까지 다 같이 해야지 어느 단계까지만 기획자의 일이고, 다음부터는 편집자의 몫이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어쨌든 저는 책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책 한 권 만들면 3일 정도 앓아누워요. 『연탄길』 2권까지 만들고 말 그대로 뻗어버렸습니다. 책이 징글징글하더라구요.

그래서 회사에 양해를 얻고 거창의 한 절로 들어갔습니다. 책을 몇 권 챙겨가긴 했는데 글자를 보기도 싫었어요. 그런데 3일 지나니까 책이 읽고 싶어요. 가져간 책을 단숨에 읽어버리고 빈둥거리기가 싫어서 스님 책 빌려 읽고 옆 방 고시생들 책 빌려다 읽고. 아, 이게 활자중독이구나 싶더군요. 그 절에 서른 중반과 마흔 살 정도된 고시생이 있었는데 이분들과 어울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기획이 막 떠오르는 겁니다. 야, 이거 책 되겠다. 책 만들다 보면 만나는 사람이 다 저자로 보이잖아요. 책에 푹 빠져있던 시절이죠.

원 소스 멀티 유즈로 문학 출판 살리고파

   이제 노블하우스 창업으로 이야기를 옮겨가죠. 잘 나가던 기획자가 왜 갑자기 독립을 선언했나요?

   삼진기획 목록을 보면 소설 쪽이 탄탄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도 제일 처음 냈고,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소설 목민심서』와 박완서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도 있고 한수산 선생의 책도 꾸준히 냈어요. 전 출판사가 소설과 에세이로 특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발행인은 더 장르를 다양화하기를 원했죠. 다른 출판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있었지만 출판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이걸 설명하려면 출판비평모임(이하 출비)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데….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에서 만든 출판계 모임이 ‘출비’였습니다. 출판계에 편집자 중심의 소모임이 적던 시절이라 꽤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런데 이 모임에서도 제가 답답했던 게 출판의 엄숙주의였습니다. 인문·교양 아니면 책으로도 안 쳐주는 듯한 분위기. 하지만 이 모임을 통해 만난 선후배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분들이 책을 대하고 만드는 자세를 지켜보며 에디터로서 좀 더 성숙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울 때마다 그 시절을 생각하곤 합니다. 그 와중에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출판 마케팅을 시도해서 한국 출판의 관행을 바꿔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 출판마케팅 분석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기획해서 냈더니 이렇게 팔렸다’ 식의 후일담 수준의 이야기이지 제대로 예측해서 마케팅을 하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출판이 대기업 마케팅 전략을 배워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출판 창업만 해도 기획자로 경력을 쌓으면 기획아이템 5-10개쯤 챙겨서 있는 돈 다 털고 부모님 돈까지 끌어 모아 출판사를 차리는 식이잖아요. 그게 싫었어요. 언제까지 출판업은 이렇게 영세하게 할 거냐. 제대로 한 번 해보자 했죠. 그때 마침 투자제안을 받아서 독립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블하우스’의 주력 분야가 장르문학이라는 것은 뜻밖이에요. 처음에는 발행인이 추리소설 마니아여서 취미생활을 하는가 보다 생각했죠.

   제가 독립해서 소설을 한다니까 선배들이 “문학은 죽었다” “왜 시장도 어려운데 하필 소설을 내려고 하느냐”며 말렸어요. ‘1쇄 작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소설 시장은 침체였거든요. 트렌드를 좇아서 경제·경영서를 내라고 충고하더군요. 하지만 전 소설을 고집했습니다. 내가 출판을 하는 이유는 출판밖에 모르기 때문이고,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소설·문학이니까 당연히 그걸 해야죠. 오래 전에 시인의 꿈은 접었지만요.

그리고 좀 따져보고 싶은 게 장르문학이라는 애매한 용어에요. 언제부터 우리가 그런 말을 쓰게 됐는지 정체불명이잖아요. 전 그 말이 ‘주홍글씨’같아요. 넌 비주류다 하고 딱지를 붙이는 것. 장르문학 대신 ‘크라임픽션’이라는 말을 썼으면 해요. 아직도 서점에 가면 ‘공포·추리’로 한데 묶어 놓는데 정말 답답합니다.

어쨌든 왜 책이 책으로만 끝나야 하느냐, ‘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개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책이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게임도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소설을 해야 하죠. 그것도 대중적인 소설로. 그때 에이전시로부터 톰 클랜시를 소개받았습니다. 톰 클랜시야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작가인데, 예전에 고려원에서 책이 나오다가 끊어졌잖아요. 그 후 8년 동안 국내에 톰 클랜시 책이 한 권도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거래하던 출판사가 문을 닫은 뒤 한국 시장 자체를 불신하는 것 같았어요. 몇몇 출판사가 톰 클랜시와 계약하려다 실패하고 신생출판사인 저희에게 넘어온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클랜시 전작을 내겠다는 제안 때문이었습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저희는 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출판한다는 ‘전작주의’를 표방하고 있거든요.

 

 

 

 

 소스 멀티 유즈라는 개념에서 클랜시는 대단히 매력적인 작가입니다. 그의 소설 중 4편이 이미 영화화됐고,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게임만 30종 정도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30대 중반부터는 클랜시를 소설가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20대는 게임제작자인 줄 아는 사람이 많아요. 국내에서 처음 번역한 클랜시의 소설 『레인보우식스』만 해도 오래 전에 게임으로 나와 공식 카피만 30만 장이 팔렸다고 합니다. 네이버에 톰 클랜시 카페가 두 곳이 있는데 ‘톰 클랜시 마니아’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으로 회원이 300여 명이고, ‘톰 클랜시 마니아’는 회원이 2000명인데 모두 클랜시 원작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죠. 소설이든, 영화든, 게임이든 클랜시 골수팬들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클랜시 책이 100권 정도 되는데 2008년까지 다 낸다는 계획이지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소설·문학이 모든 문화의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태백산맥』이 MBC와 판권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김영하의 소설이 프랑스에서 출간된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전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요. 반면, 오래 전 허영만 선생으로부터 600만원에 『아스팔트 사나이』 TV판권 계약을 했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형편없는 대우를 받아도 작가들은 자신의 소설이 영상화된다는 기쁨과 파급효과 때문에 계약을 합니다. 아직까지 돈이 적다고 계약을 안 하는 작가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상물들이 얼마나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지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옥탑방 고양이』의 참신한 소재, 『내 이름은 김삼순』의 톡톡 튀는 캐릭터, 『불멸의 이순신』의 충실한 사료는 모두 원작의 힘에서 나옵니다. 요즘 한국 영화와 TV 드라마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드는 비율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집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문학과 TV, 영화가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미국에 수출될 때 영화의 원작이 있었다면 책도 많이 팔렸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은 영화와 TV 드라마란 원작이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 강합니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런칭하기 전에 출판계가 먼저 법석을 떱니다. 김형경의 『외출』이 지극히 일본적인 경우지요. 과정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요. 예전에 하지원 주연의 <폰>이라는 영화가 일본에 수출될 때 개봉 전 한국에는 없는 소설을 만들어 출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작가가 썼다고 하더군요. 말이 길어졌지만, 이것이 제가 소설을 고집하는 이유이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작가를 찾는 이유입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톰 클랜시의 지명도야 다 아는 바지만, 퍼트리샤 콘웰이 한국 시장에서 다시 부활한 것이 놀랍습니다. 얼마 전 10만 부 돌파 기념 이벤트를 시작했더군요. ‘스카페타’시리즈로 알려진 몇몇 작품은 몇 년 전 시공사에서 출간됐던 것으로 리바이벌 한 것이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터져준 게 ‘스카페타’ 시리즈입니다.
톰 클랜시와 콘웰이 모두 펭귄 푸트남 소속이어서 저희가 클랜시 책을 계약하면서 자연스럽게 콘웰과도 계약을 하게 된 거죠. 콘웰 작품은 예전에 장원 출판사에서 한 권이 나오고 나머지는 시공사에서 출판됐는데, 판매는 매우 부진했습니다. 당시 존 그리샴 열풍이 불어 출판사의 관심을 덜 받은 것도 부진했던 이유죠. 이런 외부적 요인을 걷고 보면 콘웰의 소설은 상당히 작품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콘웰이 1차 런칭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스카페타’ 시리즈를 로맨스 소설 분위기로 가는 것은 곤란하고, 본격 문학의 분위기를 내는 서정적인 표지, 그리고 전작 완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일관된 표지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번 표지를 수정했는데 27번 바꿔 28번째 시안으로 확정됐습니다. 정말 디자이너에게 미안했죠.

원래 한 권인 책을 2권으로 나눈 것을 두고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책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종이도 되도록 가벼운 것(이라이트)를 쓰고 톰 클랜시 것에 비해 판형도 작죠. 그리고 가격은 8000원입니다. 소설 특성상 대여점 시장을 염두해 두지 않을 수 없었고요 . 저는 판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패키지라고 하는데, 패키지라는 말에는 가격 정책과 타깃을 포함한 디자인을 뜻합니다.

처음에는 국내에 전혀 번역되지 않은 새로운 작품부터 출간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시리즈 처음부터 다시 완전히 새롭게 번역해서 내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스카페타’ 시리즈 런칭을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죠. 현재 ‘스카페타’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1억 부가 팔렸고 일본에서만 1천1백만 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또 영화 판권도 팔렸는데 『사형수의 지문』『카인의 아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합니다. 이런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한 소설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해요. 재미있는 것은 저희가 한국에서는 이름도 모르는 신생출판사지만, 해외에 나가 이런 작가들 작품을 낸다고 하면 눈의 휘둥그레져요.

예를 들어 일본에서만 해도 톰 클랜시 작품 판권은 일본 신초사, 콘웰은 고단샤, 제프리 디버는 문예춘추사가 가지고 있거든요. 이처럼 일본의 메이저 출판사들이 하나씩 갖고 있는 판권을 한국에서는 저희가 모두 갖고 있으니 무슨 대단한 힘이 있는 줄 알죠. 노블하우스는 작품보다 작가를 먼저 봅니다. 그래서 한 작품을 내보고 반응이 좋으면 계속 계약하는 게 아니라,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한꺼번에 계약하는 시스템입니다. 물론 위험부담이 크지만 그러기 전에 철저한 시장조사와 신뢰관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 전략이 지금까지는 주효한 것 같습니다.

   작가에 따라 담당 에디터가 따로 있더군요. 책 판권란에 ‘담당 에디터 코멘트’가 짧게 들어가 있어서 신선했습니다.


   작가 한 명이 선정될 때마다 담당 에디터가 정해집니다. 미국에서는 가장 잘 나가는 에디터가 400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아요. 우리나라 에디터 중에 연봉 1억 원 이상 받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시장규모가 다르긴 하지만 문학이 출판의 꽃이라면 그 꽃을 키우고 가꾸는 사람인 에디터도 그만한 대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에디터들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고 걸작이 나오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작가들의 뒤편에 서서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문학 에디터들에게는 다른 장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잠재력이 있지요. 아무리 문학이 죽었다 해도 1980년 이후 베스트셀러 목록은 대부분 소설입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납세 순위 1,2위가 연예인이나 정치인, 경제인들이 아니라 추리소설 작가들이에요. 톰 클랜시 같은 사람은 초판 부수만 200만 권이죠. 퍼트리샤 콘웰은 100만 부. 그런데 콘웰의 일본판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 시리즈가 14년 동안 계속 출간되는데 번역자는 한 명뿐이었어요. 저는 에디터뿐만 아니라 전담 번역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국내 번역자들은 대부분 매절형태로 계약을 했는데, 노블하우스는 번역자가 원치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 100퍼센트 인세계약입니다. 책이 많이 팔릴수록 번역자도 이익을 나눠 갖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야 확실히 번역에 책임감도 생깁니다. 또 앞으로 노블하우스 재팬과 노블하우스 타이완을 설립하려면 번역자들과 함께 가야 합니다. 국내물을 해외에 알리려면 그분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이야기꾼의 시대를 꿈꾸는 허윤형 사장과의 대화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노블하우스 재팬과 노블하우스 타이완 설립이 결코 꿈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무럭무럭 커졌다. 어머니와 나란히 앉아 드라마를 보며 눈시울을 적시는 이 휴머니스트가 일을 낼 것 같다.

기사게재 : <기획회의> 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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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o 2006-01-0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블하우스는 번역자가 원치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 100퍼센트 인세계약입니다." <= 아니던데...

kobe3528 2006-01-0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갠적으로 노블하우스 책은 사지 않습니다 250페이지짜리 분권을 만드는 상술때문에
 

철학, 역사를 만나다 (2005)

 

책소개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을 소개하는 책. 현재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인 철학의 기능을 재발견하였다. 플라톤의 이상 국가와 춘추 전국 시대부터, 프랑스 혁명과 마르크스의 시대를 거쳐, 니체의 초인 사상과 비트겐슈타인의 그림 이론에 이르기까지, 2천여 년에 걸친 철학의 주요 장면을 세계사와 함께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철학에 '역사'라는 온기를 불어넣어 생생하게 되살려냄으로써, 쉽고 재미있게 철학과 역사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각 장의 말미에는 별도의 코너를 달아,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철학자의 생애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 관련된 철학의 개념들, 후대에 미친 영향 등을 좀더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그림과 사진을 적절히 배치하여 역사적 배경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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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유행경향이 심리였다면 2006년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출간되기 시작하고 쉽게 읽는 철학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올 듯 하다. 특히 철학과 역사, 철학과 문화, 철학과 영화 등... 독자들에게 보다 쉽고 흥미롭게 다가서려는 철학책들이 많이 나올 듯 하다. 이 참에 철학책 한 권 잘 골라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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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인, 영어왕 되다! - 귀차니스트를 위한 엽기 발랄 영문법 정복기(2005)


책소개

영어에 배신당해 인생을 포기한 폐인들을 위해
<술에 취한 영어>의 선킴과 <폐인 가족>의 김풍이 뭉쳤다!

“영어를 잘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하지만 기초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경우에는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요즘 서점에 나와 있는 책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어요.” -선 킴

귀차니스트를 위한 엽기 발랄 영문법 정복기. 『폐인, 영어왕 되다』는 영어를 포기한 폐인들을 위한 책으로, 엽기 발랄한 문법 설명으로 유명한 선킴과 인터넷 유명 만화가 김풍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본 교재에서는 회화를 위해 꼭 필요한 문법만을 골라 엽기적인 예문들과 <폐인 가족>의 대표 폐인 뽁수의 황당한 에피소드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였다. 이를 통해 소설책보다 만화책보다 더 재미있게 읽으면서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특별부록으로 '폐인을 위한 영어 게임 CD'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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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의 120분 영문법 이후로 오랜만에 눈이 가는 기초문법 책이다. 기초 문법책들의 공통점은 그 때 그 때 바로 공부할때는 쉽게 이해가 되는데 조금 지나면 금세 다 잊어버리게 만드는 특징이 있는 듯 하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여하튼 저자의 자신감만큼이나 재미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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