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 선생님

교과서에 실렸던 <그 남자의 집> 이후로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스스로 찾아본 건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좋은 책이라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것도 워낙 예전이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그것도 일부러 읽을려던 게 아니라, 새로 산 크레마 터치에서 도서관 앱을 만지다가 시범적으로 빌려 본 책이었다. 

 

|장르 소설만 읽다가..

어릴 적 부터 소설이든 동화든 닥치는대로 읽는 건 좋아해서, 새학기에 국어책을 읽으면 항상 앞장부터 뒤져 재밌어보이는 건 미리 한 번 씩 읽어보고는 했다. 한 문장에 몇 몇 가지 색으로 줄이며 단어풀이를 산 만큼 달아야 하는 고전문학도 좋아했다. 그런데 내 눈으로 책을 고르고 읽게 되고서부터, 즉 대학에 들어오면서 한국 소설은 잘 안 읽게 되었다. 해외문학에만 봐도 읽을 책이 너무 많았고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질리게 읽었다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다. 게다가 한국 근대문학은 너무 처연했고 가난한데다 침침했다. 전쟁의 수마,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과 갈등, 지식인들의 나약함, 친일파 등등 오히려 우리 자신의 일이라 그런지 담담하게 읽기가 힘들었던 탓도 있었다. 아무튼 그랬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었더니, 눈에 단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글과 묵직한 힘

박완서 선생님의 기억에 의지해서 쓰여진 자전 소설인 이 책은, 그래서인지 5~6살적 할아버지와 시골에서 살았던 <야성의 시대> 부분에서 힘이 넘친다. 아름다운 표현, 피부로 다가오는 묘사, 기억을 일깨우는 촉감과 소리들이 마치 먼 옛날 할머니가 해 주던 옛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그립고 따뜻했다. 문장 하나 하나가 번역 문학에서느 느끼지 못하는 감동을 준다. 

게다가 한국사에서 제일 격동적이였던 신시대와 구시대의 대립이며(농지 위주의 전통 농경 사회 해체) 6/25로 이어지는 이데올로기 전쟁 등. 이 글과 작가 자체가 한국 근현대사 평범한 시민들의 산 증인이었구나. 정말 큰 분을 잃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진짜 고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 사람에겐 누구나 죽었다 살아나도 흉내 못 낼 것 같은 게 있는 법인데 나에겐 그게 집단의 중심이 되는 것이었다.  

-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는 동안에 수없는 선악의 갈림길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책을 읽다가 문득 창 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 둘이 만났다 하면 그렇게도 죽이 잘 맞아 온종일 수다를 떨어도 미진했었는데 그 날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뜨악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서로 마음이 어긋나고 있다는것을 의식하고 그걸 어떻든지 만회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 고서도 남아 있지 않지만 그릇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엄마와 숙모들이 요샛말로 스트레스를 풀고 나서 맛본 건강한 즐거움은 죽는 날까지 그 분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 그때까지의 독서가 내가 발붙이고 사는 현실에서 붕 떠올라 공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재미였다면 새로운 독서체험은 현실을 지긋지긋하도록 바로 보게 하는 전혀 새로운 독서 체험이었다.  

- 때로는 사춘기 소녀의 상상력이 무르익은 중년의 실생활보다 더 외설스러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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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정치에 워낙 관심이 없어서...

노무현의 참여정부 시절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근현대사 속 이야기도 진짜 옛날 얘기로만 느껴졌고, 교과서에도 나오는 IMF를 어릴 적에 겪기는 했지만 역사는 어디까지나 이야기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여겼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담임이었던 국어선생님이 노무현 탄핵 사건을 듣고 착잡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왔던 게 생각난다.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다. 왜 국회의원이 탄핵을 하는지, 왜 사람들은 추운 날 촛불을 들고 밖에서 떨고 있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2012년 현재, 아직 모르는 부분은 많지만 적어도 관심은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서 조금씩 눈과 귀를 열어두고 있다.

 

|오유와 일베의 사이에서

오유(오늘의 유머)와 일베(일일베스트)는 둘 다 유머사이트다. 그런데 그 안에 시사게시판도 있고 연예게시판도 있고 별별 주제를 다 다루는 커뮤니티다. 트위터를 시작하고 오유를 알게 되서 가끔씩 재미있는 글을 읽으러 들어가는데, 일베라는 곳 이야기가 나와서 일베도 알게되었다. 두 곳 다 대선을 앞두고 커뮤니티에서 지지하는 후보 띄우기, 상대 후보 비판 글이 많이 나온다. 난 오유의 글을 읽으면 편하고, 내 타임라인을 읽을 때도 마음이 편하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성향과 맞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모로 보나 훌륭한 후보가 있을까? 양쪽 다 똑같거나 더럽다는 말이 아니라, 무턱대고 마음에 편하고 보기 좋은 글만 읽으면 내가 '알바'라고 욕하는 사람들과 똑같아 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인터넷 말고, 직접 후보가 쓴 글을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물론 상대 후보 옹호론은 안 읽는 점에서 편향적이다-_-;;)

 

|참여정부 4년, 얻은 것과 잃어버린 것

먼저 참여정부가 지금까지 해 왔던 좋았던 일, 나빴던 일을 알게 된 것 외에도 문재인과 노무현이 만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한국 근현대사를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바쁘다고 공휴일에나 겨우 떠올릴까 말까한 역사속 사건들을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주위에서 비판하는 용산참사 등 노동자/진보정당과의 마찰 부분은, 쓰여 있었지만 작게 축소된 부분도 있었고 진보정당의 편협함을 비판하는 내용도 눈에 띄였다. 또 이라크전 파병에 있어서는 전투병 1만 명 이상을 요구했으나 비전투병 3천명으로 축소해서 파병했고, 그 결과 추후 북한과의 협의 등 국제관계에서 힘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FTA의 경우 우리 국민의 힘을 믿었고 불합리한 조항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한다. 자주외교를 내걸었던만큼, 그 부분은 납득이 가지만..

FTA나 이라크 파병, 노조 탄압 등 노무현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이런 부분은 한 쪽 얘기만 들으면 안 될테니 더 여러 자료를 읽어봐야겠다.

전체적으로 시행착오들은 겪었으나 지난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일했고 원칙을 중시했다는 부분에서 큰 자부심이 느껴졌다. 특히 검찰과 언론을 독립시키기 위해 힘썼으나 결국 검찰과 언론 양쪽에서 배신당한 부분은 안타까웠다.

 

결국 노무현이 MB정권을 만들어냈고, MB정권이 안철수나 문재인을 끌어올린 듯 하다..

정치요정이라고 불리우는 가카 덕분에 나도 저절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현상인 걸까?ㅠ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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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영화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포레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으로 만나는 아비코 타케마루의 책

아비코 타케마루란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소설보다 <카마이타치의 밤>의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로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책이 몇 권 소개되기는 했는데, 양이 많지 않고 다른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들과 비교하면 명성이 미약한 편이다.

<살육에 이르는 병>을 잠깐 봤을 때 너무 잔인한 묘사가 나와서 시껍했는데, 이번 소설은 잔인하지도, 찜찜하지도 않아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생각한 것 보다 너무 가벼워서 살짝 실망한 감은 있지만 ^^;;

 

|아비코 타케마루가 펼치는 겨울 산장속 추리 게임, <카마이타치의 밤>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사운드 노벨 게임 팬으로서 잠깐 게임 이야기를 하자면,

정말 잘 만든 게임이다.

* 한글판으로 인터넷에서 서비스되던 카마이타치의 밤

 

제작사인 춘소프트에서는 이전부터 <석류의 맛>, <제절초> 등 사운드노벨을 꾸준히 제작해 오고 있었는데, 이 <카마이타치의 밤>이 대박을 터뜨려서 들인 돈에 비해 꽤 재미를 봤다는 이야기가 있다.(카마이타치 2에 직접 등장하는 아비코 타케마루의 대사-.-;;) GBA, PS, PS2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발매되었으며 PS2로 2,3까지 시리즈물이 나왔고 최근에는 VITA로 <진 카마이타치의 밤>이 발매되었다.

 

사운드 노벨이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플레이하는 게임 장르인데, 분기마다 등장하는 선택지에 따라 다양한 엔딩이 준비되어 있다. 또 그래픽보다 적절한 효과음 등의 사운드를 활용해서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도 즐기는 사람이 한정되어있는 장르긴 하지만, 책과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빠져들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비코 타케마루는 이 <카마이타치의 밤>에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한 건 <카마이타치의 밤 2>인데, 처음에는 살인범의 정체를 밝히는 추리극, 그 다음에는 섬에서 미이라들과 마주치고 도망치는 모험극, 이상한 과일을 먹고 벌레로 변하는 SF, 모든 등장인물들이 잔인하게 죽는 고어, 섬의 숨겨진 비밀을 푸는 판타지, 여주인공과의 로맨스 등 같은 배경과 등장인물을 활용해서 정말 뽕을 뽑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탐정영화>에서 주인공과 배우들의 입을 빌어 소개되는 수많은 영화들이 눈에 띄었다. 실제로 작가는 도쿄에서 살았던 1년간 약 1,000편의 영화를 봤다고 하는데, 이 많은 영화들이 여러 장르를 뛰어넘는 스토리를 집필할 수 있었던 아비코 타케마루의 힘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탐정영화>에서도 엿보이는 작가의 장난

<탐정영화>는 사건 자체가 사건이 아닌 미스터리 소설이다. 제작중이던 영화를 내팽개치고 감독이 실종된다. 그 때까지 영화속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이 증발했기 때문에, 스탭들은 당황한다. 결국은 감독이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스탭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누가 범인이 되는 것이 제일 납득이 가는지, 토론이 시작된다.

마치 '수수께끼 풀이' 자체가 소설 내용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작품속에서 실제로 누가 죽거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점에서 숨막히는 스릴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분명히 실망할 수 있다. 또 마지막에 밝혀지는 결말도 살짝 기운 빠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카마이타치의 밤>의 팬이자 작가가 책으로는 어떤 내용을 쓰는지 관심을 가졌던 독자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어딘지 얼빠진 주인공과 똑똑하고 예쁜 여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역시 <카마이타치의 밤>시리즈가 떠올라 엄마 미소가 지어지기도 ㅋㅋㅋ ㅠㅠ)

1990년 작품이 새롭게 소개된 것도 반갑고, 작품 속에 소개되는 영화들도 한 번 직접 봐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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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밴던 어밴던 시리즈
멕 캐봇 지음, 이주혜 옮김 / 에르디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무척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옛날부터 판타지물을 좋아했는데, 트와일라잇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판타지/멜로물도 재미있구나!싶었다. 무엇보다 순정만화를 조금씩 아껴가며 읽듯, 책을 점점 다 읽게 되는 게 아쉬워지기까지 했다.

 

초반부분을 읽으면서 도대체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계속 궁금했다. 조금씩 밝혀질 듯 안 밝혀지고, 존이라는 평범한 이름과 달리 신비로운 저승에서 온 남자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씩 주인공 피어스가 존한테 너무 심하게 구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ㅠ.ㅠ 물 엎지르고 가는 부분부터 헉 이건 너무 심한데 싶었다;;ㅋㅋㅋ어떻게 보면 대단한 밀당의 귀재인듯도 싶고 ㅋㅋㅋㅋㅋㅋ

 

다 읽고 난 다음 3부작이라는 글을 보고 다 끝난 게 아니구나 싶어 기쁘면서도 아쉬운 이 기분은 몰깤ㅋㅎㅎ 어서 다음 글을 읽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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