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영화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포레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으로 만나는 아비코 타케마루의 책

아비코 타케마루란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소설보다 <카마이타치의 밤>의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로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책이 몇 권 소개되기는 했는데, 양이 많지 않고 다른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들과 비교하면 명성이 미약한 편이다.

<살육에 이르는 병>을 잠깐 봤을 때 너무 잔인한 묘사가 나와서 시껍했는데, 이번 소설은 잔인하지도, 찜찜하지도 않아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생각한 것 보다 너무 가벼워서 살짝 실망한 감은 있지만 ^^;;

 

|아비코 타케마루가 펼치는 겨울 산장속 추리 게임, <카마이타치의 밤>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사운드 노벨 게임 팬으로서 잠깐 게임 이야기를 하자면,

정말 잘 만든 게임이다.

* 한글판으로 인터넷에서 서비스되던 카마이타치의 밤

 

제작사인 춘소프트에서는 이전부터 <석류의 맛>, <제절초> 등 사운드노벨을 꾸준히 제작해 오고 있었는데, 이 <카마이타치의 밤>이 대박을 터뜨려서 들인 돈에 비해 꽤 재미를 봤다는 이야기가 있다.(카마이타치 2에 직접 등장하는 아비코 타케마루의 대사-.-;;) GBA, PS, PS2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발매되었으며 PS2로 2,3까지 시리즈물이 나왔고 최근에는 VITA로 <진 카마이타치의 밤>이 발매되었다.

 

사운드 노벨이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플레이하는 게임 장르인데, 분기마다 등장하는 선택지에 따라 다양한 엔딩이 준비되어 있다. 또 그래픽보다 적절한 효과음 등의 사운드를 활용해서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도 즐기는 사람이 한정되어있는 장르긴 하지만, 책과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빠져들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비코 타케마루는 이 <카마이타치의 밤>에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한 건 <카마이타치의 밤 2>인데, 처음에는 살인범의 정체를 밝히는 추리극, 그 다음에는 섬에서 미이라들과 마주치고 도망치는 모험극, 이상한 과일을 먹고 벌레로 변하는 SF, 모든 등장인물들이 잔인하게 죽는 고어, 섬의 숨겨진 비밀을 푸는 판타지, 여주인공과의 로맨스 등 같은 배경과 등장인물을 활용해서 정말 뽕을 뽑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탐정영화>에서 주인공과 배우들의 입을 빌어 소개되는 수많은 영화들이 눈에 띄었다. 실제로 작가는 도쿄에서 살았던 1년간 약 1,000편의 영화를 봤다고 하는데, 이 많은 영화들이 여러 장르를 뛰어넘는 스토리를 집필할 수 있었던 아비코 타케마루의 힘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탐정영화>에서도 엿보이는 작가의 장난

<탐정영화>는 사건 자체가 사건이 아닌 미스터리 소설이다. 제작중이던 영화를 내팽개치고 감독이 실종된다. 그 때까지 영화속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이 증발했기 때문에, 스탭들은 당황한다. 결국은 감독이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스탭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누가 범인이 되는 것이 제일 납득이 가는지, 토론이 시작된다.

마치 '수수께끼 풀이' 자체가 소설 내용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작품속에서 실제로 누가 죽거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점에서 숨막히는 스릴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분명히 실망할 수 있다. 또 마지막에 밝혀지는 결말도 살짝 기운 빠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카마이타치의 밤>의 팬이자 작가가 책으로는 어떤 내용을 쓰는지 관심을 가졌던 독자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어딘지 얼빠진 주인공과 똑똑하고 예쁜 여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역시 <카마이타치의 밤>시리즈가 떠올라 엄마 미소가 지어지기도 ㅋㅋㅋ ㅠㅠ)

1990년 작품이 새롭게 소개된 것도 반갑고, 작품 속에 소개되는 영화들도 한 번 직접 봐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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