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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영화나 원작을 안 본 분들을 위해 스포가 될만한 부분은 하얀색 글씨로 썼습니다.
*제가 읽은 건 시아출판사 버전입니다.
|다들 좋아하던 해리포터 영화가 재미없었던 이유
영화 원작 작품을 이미 영화를 보고 보면, 이미 내용을 다 알기 때문에 원래 재미가 떨어진다. 최근에 봤던 스트로베리나이트도 그랬다. 그런데 화차를 읽고나니 영화도 원작도 모두 훌륭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이선균 역할인 가즈야는, 소설에서는 영 활약을 하지 못한다. 대신 형사 혼마와 그의 남자 가정부 이자카, 아들 토오루, 동료 이카리, 희생자인 쇼코의 소꿉친구가 활약한다. 영화로 한 번 봤을 때는 중간중간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이 원작을 보니 차분하게 정리가 된다. 결말이 다른 것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좋았다. 영화에서 김민희가 나비를 좋아한다는 설정은 덧붙여진것인데 나중에 영화에서자살을 하기 때문에 나온 설정인 듯 하다. 또 영화에서는 임신/유산설 도 있었던 듯 한데, 원작에서는 유산때문에 입원한 게 아니라 차후 희생자의 피붙이를 제거하기 위해 방화를 저질러 입원한 것으로 나온다. /
마지막으로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에 중간중간 혼마가 그녀의 자취를 더듬으며 그녀의 눈으로 봤던 풍경을 떠올리는 부분은, 자연스럽게 영상처럼 떠올릴 수 있어 오히려 더 득이었다.
|미야베 미유키 별로야. 역시 난 마이너인가봐 ㅠㅠ 했지만
크로스 파이어를 읽고 미야베는 내 취향이 아니다 싶었다.(재미있고 쉽게 읽히고 자극적이기만 해서ㅋㅋㅋㅋㅋ재밌으면 됐지 써놓고 보니 까다롭다 ㅠㅠ) 이 화차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평범한 사람이 다중채무자가 되어 개인 파산에 이르기까지, 허물을 벗는 뱀과 닮아가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영화도 원작도 최고
원작도 좋지만 영화의 토막살인 씬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장면이야말로 올해 봤던 영화 장면들 중 최고였다. 누구도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의 한국 공포/스릴러 영화가 살인범을 사이코/소시오패스라고 쉽게 표현하며 얼마나 잔인하게 범죄를 저지르는지 묘사하는데 급급한 반면, 영화 화차에서는 우리 자신조차도 당장.역겨움을 참아가면서, 눈물에 범벅이 되면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 또 그렇게 우리를 몰고가는 사회구조에 대해 보여준다.
|기억에 남는 문장
어느 정도의 독립심과 야망이 있는 여자한테 남자가 "그래! 너의 그 예쁜 머리로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일을 갖고 고민할 필요는 없어. 그런 일은 다 나한테 맡기고 넌 손톱이나 다듬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지 않겠나?
P.162
조용히 달리는 기관차를 서서히 한없는 낭떠러지로 인도해 가는 작은 전동기. 하나,또 하나, 소리도 내지 않고 교체되면서 진로를 바꿔 간다. 다중채무를 짊어진 사람도 자신을 움직인 전동기가 무엇이었는지, 그게 어디서 온 것인지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P.187
이렇게, 죽은 자는 산 자의 내면에 흔적을 남기고 간다.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벗어 던진 윗도리에 체온이 남아 있는 것처럼, 머리빗 사이에 머리카락이 끼어 있는 것처럼 어딘가에 무언가가 남아 있다.
P.189
"언젠가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뱀이 왜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
"열심히 몇번이고 허물을 벗은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
"별 상관도 없는데 말이죠. 다리같은게 있든 없든 뱀은 뱀인데."
후미에는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뱀의 생각은 다른가 봐요. 다리가 있는게 좋다. 다리가 있는 쪽이 행복하다고요."
P.310
* 덧) 영화에서도 이선균 짜증났는데 원래 가즈야가 그런 놈이었더군. 그나마 이선균은 직접 열심히 찾아다니니 멋진 편이지. 마지막도 봐 얼마나 멋져. 그리고 악몽에 시달리던 김민희를 다독이며 자는 부분도 참 좋았는데.
덧2) 가능한 문학동네 판을 구입하고 싶었는데. 추가 원고도 있다고 하고 번역도 다르다고 해서. 그런데 시아출판사 버전도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