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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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실험 대상이 될 만한 원숭이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11개월 된 나의 딸이 원숭이를 대신하여 실험 대상이 되어 주었다. 
 P.90 

 

 이렇듯 (비록 작기는 하지만 매번의 개선이 미래를 건설하는 기초가 되는) 누적적인 선택과 (매번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하는) 1단계 선택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만약 1단계 선택에 의존해야 했다면 진화는 아예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눈 먼 힘이 누적적인 선택의 필요조건을 충족시켜 주었다면 진화 과정은 실현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바로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그러한 과정이 가장 최근에 낳은 가장 기이하고 놀라운 결과물이다. 
 P.95 

 

(중략) 생물은 그렇지 않다. 진화에는 장기적인 목표 따위는 없다. 먼 미래의 목표, 선택의 기준이 될 궁극적인 완벽함 따위는 없다. 진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우리 인간이라는 믿음은 터무니없는 인간 허영심의 산물에 불과하다. 실제 상황에서 선택의 기준은 항상 단기적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개체의 생존이거나 아니먼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성공적인 번식이다.  
 P.97 

 

 이 거대한 수학적인 공간의 어느 곳에 인간과 하이에나, 아메바와 개미핥기, 편형동물과 오징어, 도도새와 공룡이 자리잡고 있다. 만약 유전공학이 고도로 발달하여 우리가 생물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동물 공간의 한 점에서 다른 어떤 점으로든 자유롭게 옮겨 갈 수 있다. 시작하는 점이 어디든 우리는 미로를 찾아 헤매어 도도새, 티라노사우루스, 삼엽충 등을 다시 만들 수 있다. 단지 어떤 유전자를 수선해야 하는지, 그리고 염색체의 어떤 부분을 복제하고 뒤집고 삭제해야 하는지 알기만 한다면 말이다. 인류가 그 정도로 충분히 유전공학에 능통하게 될 지는 의심스럽다. 그러나 이 친애하는 멸종된 동물들은 그 거대한 유전자 초공간 속에 있는 그들만의 고유한 장소에 언제까지나 잠복해 있으면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P.131 

 

 흰개미는 이름에 개미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개미가 아니라 바퀴벌레와 유연관계가 있다. 사실 개미는 꿀벌이나 말벌과 유연관계가 있다. 
 P.182 

 

(중략) 놀라운 것은 그 엄청난 유전 정보 중 극히 적은 분량만이 실제로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가령 인간의 세포는 그 중 1퍼센트만을 실제로 사용한다. 어림잡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한 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99퍼센트는 왜 거기에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이전에 썼던 책에서 나는 99퍼센트의DNA가 1퍼센트의 DNA의 노력에 편승하여 기생하고 있다는 제안을 했다. 최근의 분자생물학자들은 이 생각을 이기적인 DNA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P.199 

 

 모든 인간은 같은 형태의 DNA 주소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소가 같다고 해서 내용까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생긴 것이다. 
 P.202 

 

 기적은 그것이 어쨌든 일어난 사건이라면 단지 엄청난 우연과의 조우일 뿐이다. 사건들은 칼로 두부 자르듯 자연스러운 사건과 초자연적인 기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P.233 

 

 무언가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진화는 휴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면 빙하기가 시작될 때처럼 그 지역의 평균 강수량의 변화나 우세풍의 풍향변화 등이 필요하다. 그러한 변화는 진화적 시간과 같이 오랜 시간 척도를 취급하는 경우에는 확실하게 나타난다. 그 결과 진화는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환경을 계속해서 뒤따른다.  
 P.292 

 

 나무의 예를 통해 잘 드러나는 또 한 가지 사실은 군비 확장 경쟁이 반드시 다른 종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는 이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동종의 구성원이 그리운 그늘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어쩌면 실제로는 그런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모든 생물은 이종보다는 동종과의 경쟁에서 더 심각한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P.302 

 

 유전자는 이기적이어서 유전자 풀 내에서 자신의 수를 늘리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유전자를 둘러싼 환경은 역시 같은 유전자 풀 속에서 선택된 다른 유전자들로 구성되고 있기 때문에 이 동일한 유전자 풀에 있는 다른 유전자와의 협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지만이 그 유전자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P.314 

 

 인간의 사유는 비유적 사고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우리는 서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과정들에서도 어떻게든 작은 유사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P.319 

 

 그러나 다른 관점에 따르면 과학의 위대한 진보 중 상당수가 이루어 질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머리를 가진 일부 사람들이 이미 밝혀진 문제와 아직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은 다른 문제를 비유적인 사고를 통해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P.320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내가 7장에서 "협동하는" 유전자에 대해 지적했던 내용과 유사하다. 그것은 유전자 집단이 서로 잘 적응하기 때문에 그 집단의 구성원이 아닌 새로운 돌연변이 유전자가 침입하는데 데해 저항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매우 복잡한 개념이며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유연한 개념으로 생각될 것이다.  
 P.403 

 

 다윈의 관점에서는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론의 핵심은 복잡한 적응의 존재를 기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요점이기도 하다. 다윈의 입장에서 본다면 신을 통해 도약이 이루어지는 진화한 결코 진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화의 핵심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P.405 

 

 작은 개조가 수없이 거듭되는 것으로도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어떤 복잡한 기관이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된다면 나의 이론은 붕괴될 것이다. 
 P.405 

 

 세상에는 결사적으로 다윈주의를 믿지 않으려 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종교적인 이유에서 진화 그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부류는 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흔히 정치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인 이유로 인해 다윈주의가 가지는 매커니즘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경우이다. 그중에는 자연선택이라는 사고방식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만큼 냉혹하고 비정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자연선택을 임의성과 혼동하느나머지 자신들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더 나아가 다윈주의를 인종차별주의와 그 밖의 동의할 수 없는 부대 의미들을 내포한 사회다윈주의와 혼동하는 사람도 있다. 
 P.408 

 

 어떤 생물이 아무런 유연관계도 없는 경우는 결코 있을 수 없다. 어쨌든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생명이 탄생한 곳이 지구밖에 없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P.420 

 

 실제로 사람, 고래, 오리너구리 등의 포유류는 같은 공통조상을 통해 어류와 연결되기 때문에 어류에 대해 정확하게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포유류가 사다리나 계급을 형성하고 있고 "하등한"포유류가 고등한 포유류에 비해 어류에 더 가깝다는 신화는 진화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속물적 망언에 불과하다. 그것은 때로 "존재의 거대한 사슬"이라 불리는 진화론 이전의 낡은 개념으로 진화론때문에 해체되어버린 골동품이다. 
 P.424 

 

 유전자의 사전은 각기 세 가지 문자로 이루어진 64개의 DNA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단어 하나 하나에는 각기 단백질 언어의 정확한 단어가 대응한다. 이 언어는 인간의 언어가 자의적인 것과 같은 의미에서 자의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집이라는 단어의 발음에는 거주하는 장소라는 속성을 듣는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어떤 본질적인 특성도 없다.) 이러한 측면을 생각해 본다면 모든 생물이 외관은 달라 보여도 유전자 수준에서는 완전히 같은 언어를 말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유전 암호는 보편적이다. 나는 이 사실을 모든 생물이 오직 하나의 공통 선조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에 대한 거의 결정적인 증거로 간주한다.  

(중략)

 

 현재까지 살아남아있는 생물은 모두 오직 하나의 선조로부터 유래하고 있으며 그 의미는 자의적일지라도 64개의 DNA 단어 하나하나까지 거의 동일한 유전자적 사전을 그 선조로부터 이어받았다.  
 P.439 

 

 DNA의 배열은 모든 생명에 대한 복음의 기록이고 우리는 그것들을 해독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P.443 

 

 따라서 유전자와 몸의 일부 사이에는 단순한 일대일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요리법에 들어있는 설명과 케이크 조각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성립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P.480 

 

 다윈주의자의 주장에 따르면 변이의 방향은 개선을 향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무작위적이다. 진화에서 개선을 향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선택을 통해서이다. 
 P.496 

 

 실제 다윈주의자 어떤 돌연변이도 석면으로 도배된 콧구멍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어. 돌연변이를 일으켜 석면을 분비할 수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그렇게 된다면 소의 돌연변이 개체가 달까지 한 번에 도약할 수도 있겠군.


가공의 다윈주의자 달까지 뛸 수 있는 소의 돌연변이 개체는 모두 저연선택으로 배제되었을 거야. 거기에는 산소가 없다는 사실쯤은 자네도 알고 있을 테니까. 
 P.499 

 

 진화론의 힘은 천문학적인 불가능성을 해소하고 믿을 수 없고 기적처럼 보이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P.516 

 

 

-책을 읽는 중간중간 썼던 메모들-


 음 그러니까 바이오모프로 비유했을 때, 여우에서 벌레로 진화하기까지 유전자 변형이 만약 -9, +9이 가능(한 번에 +_1로만 가능한 제한을 풀었을 때)하게 된다면 엄청난 숫자의 경우의 수가 가능해진다. 만약 그래서 운 좋게 1번에 벌레로 진화할 수 있다면 일확천금을 얻겠지만, 그보다는 이웃의 바이오모프와 비슷하게 한 단계씩 진화해나가는 쪽이 더 빨리, 정확하게 진화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컴퓨터의 체스 프로그램이 한 번에 가능한 모든 수를 대입하면서 게임을 한다면 엄청난 비용/시간 낭비가 되기 때문에 가장 호율적인 루트를 찾는 것이 이익이란 앞의 예시와 같은 얘기이다. 
 -created on 2012-07-28 14:47:11 +0000 

 

 오!!!!매미는 총 3종류가 있는데 이 매미들이 각각 13년, 17년 주기로 성체가 돼!!!이 13과 17이란 숫자는 대체 뭘까??? 소수인 이 두 숫자는 만약 14년 주기였다면 7년 주기일 기생충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지!!으와 정말 신기하다 
 -created on 2012-07-29 12:33:03 +0000 

 

 주머니 늑대, 틸라코스밀루스,  
 -created on 2012-07-29 12:42:28 +0000 

 

 인트론 : 발현 되지 않는 염기 서열
엑손 : 진핵 생물의 mRNA정보 배열
진핵 : 박테리아를 제외한 모든 세포
정의 피드백 : 세면 더 세지고 약하면 더 약해지는 불안정한 상태
부의 피드백 : 지나치게 세지거나 약해지지 않도록 제어를 가함으로써 중도를 지키게 하는 반응
폴리진 : 개별적이로는 작용이 약하지만 서로 보완하여 형질 발현에 작용하는 유전자 
 -created on 2012-08-01 14:24:23 +0000 

 

 자연선택이 단순히 파괴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군비경쟁을 통해 서로의 진화를 촉발 시킨다는 점,
성 선택의 경우 공작이나 긴꼬리새의 쓸데없이 긴 꼬리처럼 폭발적인 진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이는 암컷의 긴꼬리를 좋아하는 성향+ 수컷의실제로 긴꼬리 가 합쳐져 자기복제를 선택한 결과 그 경향이 더 강해진다고 할 수 있지. 
 -created on 2012-08-01 15:51:08 +0000 

 

 단속평형설 : 화석은 보통 완만한 진화형태를 띄지않고 드문드문 발견된다. 이에 대해 보통은 화석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희귀하다고 생각하는데, 단속평형설은 그것이 진짜 공백이었으며 진화는 갑자기 어떤 큰 사건을 계기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도약설: 단속평형설과 비슷하나 대돌연변이가 나타나 크게 진화가 도약된다는 설

라마르크주의: 획득성 형질(개체가 나중에 획득한 형질_피아노를 잘차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이 다음 세대에 이어진다는 이론)과 용불용(자주 걷다 보면 발바닥이 굳는 것처럼 자주쓰는 부분은 더 크고 딱딱해지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작고 부드러워진다는 이론)

성선택: 진화가 이성에게 선택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 어쨌든 번식을 해야 진화도 되는거니까 
 -created on 2012-09-01 17:54:3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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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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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살인의 해석

얼마나 멋진 제목인지, 표지부터 눈에 띄었다.

게다가 프로이트와 융의 만남, 두 심리학의 거장, 스승과 제자가 만나 살인사건을 해결한다!

두께는 꽤 두껍지만 그만한 시간을 들여 읽을만한 책일 듯 싶었다.

당시로는 희귀했던 프로이트의 뜻을 이어 심리치료를 하던 주인공 미국인 청년은 프로이트와 융 일행이 미국의 대학에서 무사히 강의를 마칠 때까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한 고급맨션에서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SM 살인이 일어나고, 프로이트의 특기인 심리분석으로 범인을 알아내려는 추리가 시작된다.

 

| 넌 나의 리비도를 자극해

그런데 불행히도 프로이트와 융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일반 상식에서 살짝 아래 수준이었던 내게는 이 소설의 매력이 원래의 1/10도 다가오지 않았다. 어떡하면 좋을까 ㅠㅠ

프로이트와 융에 대해 잘 알아왔던 독자들은 책 곳곳에서 그들의 주요 철학을 엿볼 수 있었으며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나 가설들을 섞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고 하던데, 죄송해요 전 프로이트가 융의 스승이었다는 것밖에 몰라요. 그리고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에게 욕정을 느낀다 정도? 이래서야 리비도니 꿈의 해석이니 나와도 멍할수밖에. 게다가 앉아서 얘기만 들어도 사건을 해결하는 에르큘 포와로처럼 뛰어난 논리와 추리가 반짝이지도 않고, 왓슨과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홈즈처럼 신나는 모험도 없으니 도무지 읽으면서 신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건질 게 있었다면...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정신/심리분석학이 그 당시에 가져왔던 충격과 혼란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점쟁이의 신묘한 술수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이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자기 부모에게 욕정을 느낀다는 패륜적인 설'이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나 역시, 실은 프로이트에 대해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한다고 해도, 프로이트가 마치 셜록홈즈처럼 작은 단서를 기반으로 낯선 사람의 치부를 폭로하는 내용은 조금 앞서나간 느낌이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순간을 살아야 한다. 단지 순간을 위해서만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의미를, 꿈과 비밀과 인생에 대한 의미를 얻고 싶다면 아무리 어둡더라도 과거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하며, 아무리 불확실하더러도 미래를 위해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자연은 행복과 의미를 우리 앞에 대롱대롱 흔들어대며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다그친다.
P.10

 

헤겔이 말했듯이, 사람의 욕망은 언제나 다른사람의 욕망을 갈망하는 데서 시작된다.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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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나이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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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드라마를 봤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다.

맨 처음 이 책을 알게 된건, 강남 교보 분수대쪽 입구 벽에 붙어있던 포스터였다. 2012년 일본에서 스트로베리나이트 신드롬을 불러온 인기 드라마 원작 소설(사실 자세한 문구는 잘 기억이 안 난다.)이라는 그 포스터. 광고는 참 어떨 때는 돈이 아깝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묘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 길로 드라마를 보았고, 정말 한참을 빠졌다. 미스터리 드라마 특유의 앞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스토리라인도 흥미진진했지만 그 밖에도 캐릭터들의 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책을 봤더니. 역시나, 스토리를 다 알아버린, 그 다음 대사마저 떠오르는 상황에서 책에 집중이 될 리 없었다.

 

| 그런데, 영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고

스트로베리나이트 드라마는 일본에서도 정말 인기가 좋아서, 영화화도 결정됐다고 한다. 올 가을즈음이었나 개봉된다고 했는데, 슬슬 쌀쌀해지는 날씨에 딱 좋겠다. 그러고보니 춤추는 대수사선 특별판도 있다. 아무튼,  드라마를 막 보고 난 다음에는, 그 마지막 화의 여운이 너무 깊어서 니찬넬도 뒤지고, 야후재팬도 뒤지고 배우들 정보며 사진이며 틈나는 대로 모아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더이상 나올 정보가 없을 때, 책을 보게 된 것.

 

|그리운 캐릭터들과 다시 만나는 재미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같았지만 캐릭터들은 살짝 차이가 있었다.

살짝 반쯤 감긴 눈과 무덤덤하면서 쿨한 키쿠타 쥰사쵸는 드라마에서 어째 더 쑥맥같았고.

나 혼자 좋아하는 듯한 매력적인 이오카//_)는 레이코에 대한 끈적거림이 드라마보다 한층 더해져 괜히 보는 내내 흐뭇했다. 아 정말 난 이 아저씨가 왜 이리 좋지-_-아마 트릭에서부터 봐 온 정이 단단히 들은 듯 하다.(그러고보니 이 작가, 책 쓰기 전부터 미리 가상 캐스팅을 해서 사진을 붙여두는데 이오카=나마세 카츠히사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고 ㅋㅋㅋ)

그리고 딸바보 타모츠상은 소설 속에서는 영 ㅋㅋ 사교성도 없고 움츠린 등이 떠오르는 아저씨 ㅠㅠ라 슬펐다. 작은 역할이면서도 캐릭 하나하나가 눈에 띄었던 드라마에 비해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게다가 레이코에게 똑 부러지는 동생이 있었다는-_-새로운 사실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제일 기억에 남는건 미워할 수 없는 악역 간테츠! 이 아저씨 드라마에서는 엄청 못되게 나왔는데 책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공안부 출신이라는 건 맞지만 다짜고짜 증인을 협박하려고 때리지는 않음 ㅋㅋ) 간테츠쪽 심리가 자주 묘사되다보니 어쩐지 미워할 수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레이코에 대해 욕을욕을 하면서도 은근 신경쓰는 게 웃기기도 하다. 완전 꼰대아저씨 특유의 꽉막힌 말투+성격도 한 몫하고.

 

|책만 두고 봤을 때는..

드라마보다 더 노골적이고 잔인한 장면. 굳이 이런 장면을 넣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은 묘사.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과 살짝 신기가 들린듯한 레이코의 추리. 등등을 봤을 때는 좀 아쉽지만 모바게(스마트폰용 소셜게임)를 이용한 범죄 등 현대 사회를 담아내는 부분은 좋았기 때문에 영화도 기대가 된다. 아니 책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가 기대된다고 끝을 맺었네-_-;;; 드라마를 보지 않고 책만 본다면, 오히려 드라마만 봤을 때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될 수도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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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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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난 돈을 이따위로 쓰는걸까?

일주일간은 엄청 돈을 아끼고 아껴서 점심값도 아끼다가, 갑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이 들어온다. 그 물건을 사기 전까지는 잠도 안 오고 마치 짝사랑에 빠진 것처럼 행복해진다. 그러다 고민고민 끝에 지르고 나면 "내가 대체 왜 그랬지?" 싶었던 적이 있었다.

또, 평소에는 2,000원짜리 샌드위치를 살지 1,400원짜리 콤비삼각김밥을 살지 편의점에서 바쁜 아침에 10분씩 고민하면서. 데이트할 때는 10,000~20,000원짜리 메뉴를 5분만에 고른다. 물론 그 값에는 인건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 자릿세, 분위기 등등 많은 보이지 않는 가격들이 포함되어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똑같은 돈, 혹은 똑같은 물건이라도 어떨 때는 아까워하고 어떨 때는 아낌없이 지른다. 어떤 차이가 있는걸까?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다양한 사례와 함께

'모든 것의 가격' 이라는 책 제목처럼 책 내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위에 든 사례처럼 왜 우리가 데이트를 할 때 더 돈을 아낌없이 내게 되는지 부터 시작해, 콜라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다양한 정부정책, 종교, 시간과 생명의 가치까지. 돈의 가치에서 시작해 마지막에는 행복과 만족감에 대해 다루는 이 책은 그 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기억에 남는 구절

두 명의 경제학자는 낭만적이라거나 독신자에게 어울린다고 분류된 레스토랑들이 메인 요리의 가격과 비교해 전채요리에는 6.9퍼센트, 후식에는 14.5퍼센트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으며, 업무상 점심 식사를 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분류된 레스토랑들은 그런 경향이 덜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이 추측하는 이유는 서로 좋아하는 커플들이 식당에 더 오래 머물면서 전체와 그리고 어쩌면 후식까지도 주문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레스토랑은 메뉴상의 낭만적 품목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P.57

 

만약 기업이 모든 제품을 하나 더 생산하는 데 필요한 최저 비용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기업은 고정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여 결국 도산하게 될 것이다. 만약 코카콜라가 항상 같은 가격에 콜라를 판매한다면, 선선한 가을에 낮은 가격을 취했을 경우 콜라를 샀을 수도 있는 어떤 소비자는 그것을 구매하지 않게 될 것이다.
P.61

 

우리는 종종 가격과 가치와 관련하여 세심하게 검토를 거치지만 결국 모순되고 근시안적인 결정을 내리곤 한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어 불과 1분 뒤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줄 알고있으면서도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한다. 우리는 남의 것보다 자기 것에 더 높은 가격을 매긴다.
P.63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라
P.64

 

생명의 가치는 무엇인가
P.71

 

돈은 추상적인 형태의 행복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인간은 돈을 모으는 데에만 전념한다.
P.98

 

간디는 행복이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조화를 이룰 때 찾아온다. 라고 말했다. 스누피는 "내 인생엔 목표도 방향도 의미도 없어. 그런데도 난 행복해.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네. 내가 뭘 잘하고 있는거지," 라고 했다.
P.103

 

우리는 미래에 어떤 것이 성취되면 행복해질지 스스로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미래가 되어 그것을 성취하고 나서 그로 인해 완전한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는 평생 지속되는 만족감과 순간적인 만족감을 구별할 줄 안다고 느끼지만 사실 순간적인 즐거움이 현재의 우리 존재를 제압하는 경향이 있다.
P.104

 

안타깝게도,그들이 하루 중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은 약 3시간 40분에 불과했다. 그리고 약 9시간은 하기 싫은 활동을 하며 보냈다.
P.120

 

중년기는 인생에서 다소 우울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단 마침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시기, 연예인 스타 혹은 갑부가 되거나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등의 오랜 꿈을 접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P.121

 

공짜물건은 그 자체로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첫째 그것들은 소비자들이애초에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많이 소비하게 하고 둘째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한 양의 상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P.209

 

문화는 공동체의 선택을 결정하는 다양한 가격들을 통합한다. 그것은 사회의 집단 가격체계이다.
P.251

 

결국 신자들에게 무거운 비용을 부과한 종교들이 공동체의 생존을 유지하는 데 가장 유리했던 것이다.
P.285


 

|그리고 중간중간 남겼던 메모들

대개 가난한 나라 국민이 행복지수1위로 뽑히고, 경제수준이 어느 레벨에 도달하면 실제로 돈을 얼마를 더 벌든 행복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쓰는게 행복과 관계가 적다는 증명으로 나온다. 하지만 반면 유일하게 행복국민지수가 있는 부탄은 권위주의적인 국가 등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실제 부탄 역시 경제가 더 좋았을 때 행복지수가 더 증가했다. 지난 20년간 국민의 행복돠 가장 높은 나라는 부유한 덴마크, 가장 낮은 나라는 가난한 짐바브웨다.
-created on 2012-03-13 15:34:28 +0000

 

일부다처제에서 일부일처제로 변화한 게 여성들의 지위향상이나 평등이 아니라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니!!!!!!뭔가 충격적이면서 납득이간다. 예전에는 부가 상속되는 것이라 부자는 굳이 자식을 교육시킬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한명을 잘 키우기보다 무조건 자식을 많이 낳아야했지. 그런데 이제는 직업으로 인해 재능이 나타나고 돈도 벌게되기때문에 교육이 중요해졌어. 거기서 남자들도 자신의 자식을 교육시킬 똑똑한 여성을 찾게 되었지. 사실 일부다처제가 여성들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것도 충격적. 모든 현상은 정말 여러 각도에서 보아야 하는 것이구나
-created on 2012-03-14 14:50:26 +0000

 

중국과 인도에서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여성들의 수가 감소하고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여성들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녀제한정책으로 2020년에는 수많은 남성들이 짝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적으로도 위험하고 에이즈 위험도 높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아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저축이 무척 늘었다. 이 현상은 세계 부동산 버블로도 나타났다.

노예제도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라졌는데 이는 도시의 부르조아들이 새로운 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 노예제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한데 노동에 드는 노력을 줄일려는 노력이나 생산성을 늘리려는 노력을 서로 안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예제가 오래 남아있었던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낙후되어있다.
-created on 2012-03-15 12:56:3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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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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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이 왜인기가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상실의 시대는 너무 어릴 적에 읽어 공감을 할 수 없었고,

직접 찾아 읽은 해변의 카프카는 더더더욱 이해가 안 갔고,

1Q84는 재밌긴 했으나 푹 빠져서 찬양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른바 하루키 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역시 나는 주류랑은 약간 다른가봐. 하는 자조적인 생각도 하고, 역시 나는 매니아 기질이 풍부한 것 같아 싶어 살짝 비틀어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역시 매력적인 하루키의 글

많은 사람들이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좋다고 하던데. 나도 이제서야 그쪽 부류에 들어서나 보다. 읽는 재미는 물론이고 이 요상한 개그센스가 너무 좋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웃어본적은 정말 오랜만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시사적인 화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 자신에게 있어 까마귀떼란 모든 사회적 틀이며 단단한 벽과 거기에 부딪치려는 알이 있다면 자기는 언제나 알의 편"이라는 그의 말 한 마디로 인해 자유인이면서도 책임있는 문학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고 아름답고 멋진 사람. 난 그와 같은 세대는 아니지만 그가 한국에서 사인회를 연다면 나도 이탈리아 여인들처럼 볼에 키스를 부탁하고 싶다. 안 해줄래나?

 

|재미있었던 문장

한번은 그렇게 받은 레드와인을 따다가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새하얀 카펫에 내용물을 쏟아 호텔에 민폐를 끼친 적이 있다. 기껏 서비스를 해주었더니만 그런 꼴을 당하다니, 호텔도 참 못할 노릇이다. 그 호텔 컴퓨터 고객 정보에는 '무라카미에게는 절대 레드와인을 갖다주지 말 것'이라는 주의사항이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P.40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나이키 본사에 갔는데, 문득 깨달은 사실! 맙소사, 내가 갖고 간 것은 뉴발란스 옷과 신발이었다. 그런 차림으로 나이키 본사의 코스를 달리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몹쓸 짓이다. 게다가 내가 달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는데.
내가 원래 잘 잊어버리고 센스가 없는 편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멍청이다.
P.66

 

나이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꼭 필요할 때 혼자서 살짝 머리끝쯤에서 떠올리면 된다.
P.112

 

*덧_원제는 무라카미 라디오2/커다란 순무 어려운 아보카도인데 둘 다 안에 수록 된 소제목들인데 참 느낌이 다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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