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iss Murder (Paperback)
Mehmet Murat Somer / Penguin Group USA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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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호주에 온지 이제 1년 반이 좀 넘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변한 것 중 하나가 저랑 조금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땐 그저 저랑 같은 부류의 사람이지만 다 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와서 그들이 저와 다르지 않고 같은 세상에서 함께 호흡하 며 살고 있구나라고 깨닫게 된겁니다.공중파 TV의 아침 와이드쇼에 40 대 성전환자가 출연해서 열여섯 나이에 성전환 수술을 하는 것이 옳으 냐 그르냐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장면이라든가, 최고의 퍼펙트 커플을 가리는 리얼리티 쇼에 등장한 게이 커플을 지켜 보는 것은 약간 충격이 긴 했지만 일단 브라운관을 통해 한 번 걸러지는 것이라 그 강도가 덜 했다면, 그들과 나란히 옆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아무렇지 않게 장난 을 치며 농담을 주고받다 차츰 그들에게 동화되어가고 있다는 자신을 보게 된것은 일종의 발견에 가까웠다고 말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1년 반동안의 적응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몇몇 장면은 여전히 읽기 부담스러웠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할 것 같습 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하실 지도 모르겠습 니다.

주인공은 밤엔 -책의 설명대로라면- 3류 나이트 클럽의 오너로, 낮엔 컴 퓨터 보안 컨설턴트로 일하는 (작가가 끝까지 이름을 숨긴) ‘Transvestite’ 인데, (제가 가진 사전엔 이 단어를 ‘복장 도착자’,’변태 성욕자’로 풀이하고 있는데 이 단어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을 뿐더 러 이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도 부적절한 것 같아 그냥 옮깁니 다.) 어느날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의 여 종업원(트랜스젠더)인 ‘Buse’가 찾아와서는 자신이 이전에 관계를 가졌었던 어떤 이로 부터 그와의 비 밀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그녀가 현재까지 지니고 있는- 사진과 관련 해 협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한뒤, 다음날 시체로 발견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성과 관련된 낯선 단 어들과 비유적 표현들도 어려웠지만 플롯 자체가 큰 줄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좀 어수선했다는 표현이 적 당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건 이 작품의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혹은 알아주기를 바라는 -어쩌면 어마어마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내용 이 (자세한건 재미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기에) 있긴 한데 아무래도 제 짧은 영어가 그걸 다 이해하기엔 모자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 습니다.

뭐 그냥 ‘일마즈 귀니’ 감독의 칸영화제 수상작 ‘욜(길)’의 배경인 나라이 며, 영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 미국 청년 이 ‘조르지오 모로더’의 유명한 테마음악에 맞추어 뛰쳐나온 감옥이 있 던 곳이고, 2002년엔 한국의 형제나라로 급 부상한 터키의 추리소설을 접했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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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rpse in the Koryo (Paperback)
James Church / Minotaur Books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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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서점에서 본 게 약 3~4달 전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크라 임 픽션 진열대를 쓰윽 훑고 지나가는데 이 책의 등에 박힌 ‘KORYO’라 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얼른 빼서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북한 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습니다. 실은 한참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 그날 은 그냥 돌아섰습니다. 30달러에 이르는 책값도 무시 못할 원인이었지 만 ‘외국인의 눈으로 들여다 본 북한 내부의 묘사가 얼마나 사실에 가까 울까?’ 하는 책의 리얼리티에 관한 못미더움도 거기엔 있었기 때문입니 다.

그리고는 이후로 서점에 들를 때마다 한번씩은 이 책을 들춰보게 되었 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제 마음 한 켠에 이런 자성이 싹트더군요. ‘그렇다면 나는 실제로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그 지식의 정도 가 과연, 휴전선 너머 세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누군가의 펜을 통해 나 름의 사전 조사와 준비기간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왔을 수도 있는 이 책 을 읽어보지도 않고 무시할 만큼 되나?’… 결국 어느 날 서점을 나오는 제 한 손엔 이 책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A crackling good mystery novel, filled with unusual characters involved in a complex plot that keeps you guessing to the end.” –The Washington Post

책의 커버에 실린 추천사입니다. 위에 굵은 표시로 이루어진 문장은 제 가 이 표현에 대한 ‘동의’의 표시로 해 놓은 것입니다. ‘그럼 일반 굵기로 쓰여진 앞부분은 부정한다는 거야?’ 라고 물으시면 고개를 반쯤 끄덕여 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냐고 되물으실 것에 대해 준비한 제 대답 은 이렇습니다. ‘너무 비범한 캐릭터에 너무 복잡한 플롯, 그리고 그것이 계속 끝을 궁금하게 만드는건 사실이지만 왼지 가도가도 스무고개 수수 께끼의 두어 번째 질문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이 작품엔 적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 중 핵심 인물인 ‘강’과 직속 상관인 ‘박’을 빼놓고는 줄거리의 흐름과 같이 하고 못하고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나 소설이 어차피 현 실세계를 재 구성한 드라마인 만큼 극적 효과를 위해 사건이나 캐릭터 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어느 한 지점을 향해 –‘반전’이 상당한 비중을 차 지하고 있는 추리소설 장르이니 만큼 더더욱- 나아갈 필요가 있는데 그 냥 소개나 나열에 그치고 만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좋을까요? 뭐 그런 것들이 좀 매끄럽지 못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한가지 사실이 더 책 읽기에 훼방을 놓은 것이 있었 는데, 바로 북한 사람들에 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대한 ‘선입 견’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선입견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 니다. 왜냐하면 제가 직접 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 보거나 한 적이 없 기 때문입니다. 가끔 TV 뉴스를 통해 원색의 저고리를 입은 여성이 무 디어 보이는 마이크를 앞에 두고 쩌렁쩌렁하게 당 소식을 전하고 있는 모습이나, 예전 ‘남북의 창’이란 TV프로그램을 통해 보곤 했던 북한 영 화 한 토막, 그리고 한때 응원단으로 남한을 찾았던 예술단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 그 정도가 전부였으니 말이죠. 어쩌면 부끄럽게도 아직도 전 오래 전 마치 유행어처럼 희화화 되었던 “‘묘향산’에 수영하러 왔습 니다.”라고 한 북한 여성의 말이 여전히 사실일 거라고 믿고 있는 건지 도 모르겠습니다.

도청되고 있을 것이 분명한 전화 교환소의 교환원이 주인공 ‘오’와 농담 을 주고 받는 모습, 역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먹잇감을 노리는 포주, 원하 면 주위 어디서든 성경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떡 파는 행상 할머니, 무료한 밤을 포르노 비디오와 함께 지새는 국경 근처 모텔 직원 그리고 감히 ‘겁도 없이’ 주석배지를 빼놓고 다니는 주인공 형사 ‘오’. 이 모든 것이 생경했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정서로는 이 해하기 힘든, 어쩌면 매우 극적일 수도 있는 장면에서의 지나치게 인색 한 혹은 메마른 묘사를 포함해서요…

만족 못했던 부분만을 쓰기 했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플롯을 제외한다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특히 주인공 ‘오’가 당 간부인 ‘강’과 주체 사상 탑 꼭대기에서 만나고 돌아온 날 상관인 ‘박’에 의해 ‘강계’로 내려 가라는 말을 듣고 내려갈 때부터 ‘고려 호텔’에 얼굴이 부수어진 시체가 발견 되었다며 수사가 필요하니 다시 올라오란 연락을 받고 평양으로 오기까지의 전반부 전개는 흡사 히치콕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 라’를 연상시킵니다. ‘평양’에서 ‘강계’, 거기에서 ‘만포’ 그리고 다시 ‘평 양’으로… ‘오’의 머릿속엔 왜?라는 질문뿐 대답이 없습니다.

Ps: 희극과 비극은 흔히 종이 한 장 차이라고들 합니다. 전 다음 구절을 수 차례 연달아 읽었습니다. 웃기기도 또 너무 슬프기도 했기 때문입니 다.

‘The train to Pyongyang was late. Not like some place, where a late train means twenty minutes, even an hour on a bad day. This train didn’t come tha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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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 on It: A Chet and Bernie Mystery (Paperback)
Spencer Quinn / Atria Books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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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이바노비치'의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1,2권을 읽는 동안 줄곧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 있었는데, '만약 이 책을 원서로 읽는다 면 좀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행여라도 오해가 있을까 봐 말씀드리지만 번역자분의 능력을 의심했었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 다.) 사실 이 글이 너무 재밌어 책장을 넘기는 동안 연신 키득거렸었는 데, 그러면서도 어딘가 좀 허전하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좀 더 멀리 갈 수 있는데, 그러니까 좀 더 웃길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요. 다른 언어의 글이 우리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어쩔 수없이 생길 수 밖 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손실. 뭐 그런거 말입니다…

'얘는 뭐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 하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고, 아 니면 눈치가 100단, 아니 그 정도 까지도 필요없고 한 10단, 이신 분들 은 '그래 니가 뭔 말 하려는 지 알아.' 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본론을 바로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라는 것입니 다. 헌데 아쉽게도 자신있게 엄지 손가락을 쳐들기가 껄끄러운건 아무 래도 그 재미의 상당부분이 좋게 이야기 하면 '언어적 유희' 이고 좀 다 르게 표현하면 '말 장난'인 것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직 한 번도 원서와 번역서를 동시에 읽어본 적이 없어 원서의 글이 어떤 식 으로 우리 글로 옮겨지는 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 역시 좀 조심스럽스니다만, '만약 정말 운좋게도 이 작품이 우리나라 에 소개되어진다면 그 '불가항력적인 손실'의 크기가 얼마만큼이 될까? 그리고 자잔하지만 절대적 재미를 보장하는 잔가지들이 싹둑 쳐져도 정 말 읽을 만한 책이 될까?' 뭐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무는것이 사실입니 다.

혹시 책 제목에서 낌새를 채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의 화자는 ‘개’입니다. 실은 이 개가 자기 이름에 굉장히 예민하니 앞으론 이름 (CHET-쳇)으로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글로 적고보니 그 이름도 좀 웃기군요. (웃음이 헤픈건지 아님 코드가 다른건지 암튼… ㅎㅎ) 그리고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쳇’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라고 말씀드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나름의 기승전결을 갖춘데다 깜짝 반전도 있고 거기에 하드보일드 소설 풍의 유쾌한 대사로 넘쳐나는 이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있지만, ‘쳇’이 인 간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 능력안에서 이해하려고 애쓰거나 인간의 몸짓 을 자기 종족에 빗대어 해석하는 장면에서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확신 하건대 아마도 당신은 -개를 좋아하는 분이시시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분이라 할 지라도- 이 책을 읽고난 뒤 개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당신 을 발견하게 될겁니다. 개인적으로 일독을 권하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 다.

자신이 경찰로 일하던 시절, K-9 트레이닝을 받았던 경찰견 출신 ‘쳇’과 함께 사설탐정 일을 하고 있는 ‘버니’는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딸을 찾아달라는 여인의 의뢰를 받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사춘기의 일 탈쯤으로 여겼던 ‘버니’는 조사를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의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차츰 그 수사망을 넓 혀가지만 시간이 흘러도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나타나질 않고, 그러던 어느밤 자신의 파트너인 ‘쳇’마저 홀연히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는 ‘무언의 목격자’가 되어 다시 돌아온 ‘쳇’. 과연, 버니는 이 미궁의 유 괴 사건을 스테이크와 감자칩에 환장한 명견(?) 쳇과 함께 무사히 해결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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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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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올리는 일이 실은 두 가지 면에서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아직 국내에 소개가 되지 않은 작품인걸로 알고 있는데다, 약간은 우습게 들 리실 수도 있겠지만 ‘고단샤 인터내셔널’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발행된 영어 번역본으로 읽었기 때문인데 이 후자의 경우가, 작품을 읽고 해석 하는 독자 입장에서 생길 수 있는 실수의 폭을 우리글 번역본으로 읽었 을 때보다 훨씬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의 입장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두가 지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만약 이 글이 ‘미야베 미유키’여사의 것이 아니었다면, 35행으로 이루어진 페이지를 400여번 읽어나가는 일이 그 야말로 지루하고 고단한 작업이었을 거라는 겁니다. 창피하지만 말하는 저도 확실한 구분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좋 을런지 모르겠지만 여튼, 작가들 중엔 ‘글을 잘 쓰는 이’와 ‘이야기를 잘 하는 이’가 있다라는게 늘 저를 따라다니는 의견이었는데요, ‘미야베 미 유키’여사는 그중 후자 쪽에 좀 더 가까운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매번 여사가 쓴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글을 읽고 있는게 아니 라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작가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또 다른 사실 한 가지는 그녀가 창 조해 내는 캐릭터들이 무척이나 살아있어 보인 다는 점인데요, -이것 역 시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좋을지 난감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러니까 작 가가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이미지가, 제가 읽은 여타의 작품속 인물들 과는 좀 다르게, 제 머릿속에서 -그 둘이 매우 비슷할거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아주 또렷하게 그려진다는 점입니다.

이 책 ‘CROSSFIRE’에서, 주인공 여자의 남편 이미지가 짧은 순간 아내 의 묘사를 통해 -이 남편은 작품 전체를 통해 이 순간 단 한번(단순 언급 을 제외하면) 등장합니다- 머릿속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는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이것은 ‘미야베 미유키’여사 만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내면을 들 여다 보고 파악하여 자신만의 살아있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일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하고자 하는 말에 어울리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훌륭한 뉴스 아나 운서가 뛰어난 토크쇼 진행자가 되리란 보장은 없고 최고의 선수가 언 제나 명장,덕장이 되는건 아니라고 알고 있거든요.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국내에 아직 소개가 되지 않은 작품이기에 더더욱 (아니 그렇게 알고 있기에) 이 책의 줄거리에 대한 약간의 언급도 앞으 로 읽을 이의 흥미를 떨어뜨릴 지도 모른다고, 뭐 저는 그렇게 -영화건 책이건 모르는 만큼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확실한 것중 하나로 이 시시한 글을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다른 하나는, 만약 제가 영화제작자이고 여사의 작품중 한편을 영화 로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 주저없이 이 ‘CROSSFIRE’를 선택할 것 이라는 겁니다. (실제 영화로도 만들어 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단 한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이 작품이 나온 해가 1998년도인데 -단순 히 배경이 되는 소재만 놓고보면- 그간 10년 헐리우드에서 이 비슷한 장르(?)를 많이 해먹었던 터라 독자들에게 약간의 지루함을 선물할 수 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 10년이란 터울은, 제가 생각하기에, 유행에서 밀려나기엔 충분하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엔 조금 모자란 세월이니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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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 the Rabbit Hole (Mass Market Paperback)
Peter Abrahams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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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나에게 맞는 -너무 어렵지 않고 또한 너무 쉬워서는 곤란한- 책을 찾기 위해, 딱히 손에 쥔 이렇다 할 정보도 없이 대형 서점의 ‘CRIME NOVEL’ 섹션을 우왕좌왕 건들거리던 저의 눈을 잡아 끈 것은 지금 소 개할 작품의 책 표지에 적힌 -“My all-time favorite. Astonishing.”-‘스티븐 킹’의 한 줄 헌사였습니다. 그의 작품을 단 한 권 읽어본 적은 없 어도 -기초가 된 영화들 중의 어느 한편이 수많은 누군가의 ‘HAVE SEEN LIST’에 분명히 들어있을 거라는 나름의 추측과 더불어- 세간에 알려진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그 직후 최종 결정에 이르렀던 시간은 이 책이 진열된 코너 앞에 서기까지 걸린 그것에 비하면 ‘찰 나’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06 Agatha Award Winner-Young Adult’란 타이틀은 그 가속페달에 올려진 또 하나의 묵직한 추 가 되었구요.)

생일로부터 3주 지난 미국 어느 변두리 마을의 13살 짜리 소녀가 주인 공임을 말하고 있는 책 첫마디로부터 떠오른 이전에 읽었던 14살 짜리 영국 소년의 세계를 무대로 한 첩보 액션 어드벤쳐 시리즈보다 조금은 더 쉽게 읽힐 것이라는 믿음은 10여 페이지를 넘기면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 전 수 많은 구어체 대사들과 우리가 흔히 ‘IDIOM’ 이라고 부르는 생소한 구절들, 그리고 제 수준의 영어에서 슬랭이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길이 없는 낯선 표현들과 ‘cul8r’같은 인터넷 채팅 용 어(?)들이 난무하는 알파벳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최고 수심이 가슴높이까지 밖에 오지 않는 얕은 풀에서 놀다가 키를 훌 쩍 넘기는 파도가 몰려오는 거친 해변으로 던져 진 것 처럼요…ㅋㅋ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학교 대표 축구 선수에 배우로서의 뛰어 난 재능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홈즈’의 일거수일투족을 외우고 있고 또 실천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셜로키언’ ‘잉그리드’ -그녀의 어머니 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으로부터 이름 지어진- 가 어느 날 우연히(여느 추리소설에서처럼) 같은 마을의 비교적 온전치 않은 정 신을 가진 중년 여자의 살인 사건에 말려 들게 되면서, 어찌하여 사건 현 장에 재수없이 남겨진 -자신이 그 여자와 죽기직전 사전 접촉이 있었다 는 사실을 탄로 낼 수 있는- 한 켤레 축구화로부터 시작된, 그녀의 비밀 단독 수사가 시작됩니다. 그러던 와중 이 책의 제목처럼(DOWN THE RABBIT HALL) 자신도, 살인사건도 어두컴컴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만드는 ‘ECHO FALLS’마을 의 음산하고 핏빛 묻은 과거사에 대해 하나 둘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고백하건대, 만약 이 책이 열 댓 명의 용의자들을 리스트 상에 올려놓고 범인 찾기를 진행해 나가는 고난도 수수께끼 풀이 식의 본격 추리소설 이었다거나 –그 뜻이 애매모호한 형용사들과 확실한 의미 파악이 쉽지 않은 명사들로 인해- 우리말로의 전이가 용이치 않은 문장들로 범벅 된 심리 스릴러였다면, 어쩌면 도중에 슬그머니 이 책을 놓아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글 이기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작품은 중반 이후부터 굳이 ’16년 동안 추리소설만을 고집해온’ 이가 아닐지라도, 16권 정도의 목록은 필요할 지도 모르겠지만,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저 스스로는 범인이 밝혀지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앞서의 힌트처럼 보이는 것들이 거짓 암시 일 것이라고 생각한- 결말을 향해 나아갑니다.

(실은, 책을 읽는 동안 줄곧 따라다닌 생각이 있었는데요, -나이차가 있 긴 하지만- 독립심 강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것부터 그녀가 살고 있 는 마을을 사건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엉 뚱함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가끔은 영어이기에 웃을 수 있는, 하지만 영 어라서 알아듣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비된- 코믹한 표현들, 이런 것들 이 ‘자넷 이바노비치’가 쓴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의, ‘원 포더 머니’ 달랑 하나로부터 추측해 보는 것이라 확신을 가지고 주장하기엔 턱없이 모자 라지만, 그것과 무척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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