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을 위하여
윌리엄 랜데이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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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추천사 또는 수상이력에 혹해서 집어들었던 대 여섯권의 영미 스릴러에 연달아 실망하고나서, 음...나랑은 잘 안 맞나? 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길고 늘어지는, 그래서 지치거나 때론 짜증나는 화자의 심리묘사. (혹은 지루한 독백) 쳐지거나 산뜻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동안의 책들이 주인공 혼자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열심히 떠드는 느낌이었다면 그래도 이 책은 뭐랄까... '케미'가 있었다고나 할까? 마지막 반전으로 이어지는 종장이 좀 부자연 스럽긴해도 전체적으로 물흐르는 듯한 구성에 적재적소에 설치된 자잘한 지뢰들이 읽는 맛을 살려준다. (대화체로만 이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법정쇼는 압권.

아, 한가지 더. 번역하신 분의 다른 책인 '악당들의 섬'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참 부드럽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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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케이스 속의 소년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1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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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심리묘사가 많은 글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마치 코드가 맞지 않는 코미디를 억지로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오래전 얘기지만, 너무 웃기다 며 추천해준 '총알탄 사나이'를 여동생이 보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 도 웃지 못했노라고 정색하며 얘기했을 때 과연 사람마다 다른 '코드'라는 것 이 존재하는구나. 하고 어렴풋이 느꼈었던 기억이 난다.)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졌거나 찬사 일색의 평을 듣던 몇편의 스릴러에 크게 실망한 뒤로 '그래, 스 릴러는 나하고 궁합이 잘 안 맞는구나'하며 아예 체념하고는 한 동안 근처에 도 가지 않았었다. 근데, 하물며 문체까지 낯선 (카밀라 라크베리의 '프리처'가 나에겐 그랬다.) 북유럽 여성작가의 작품이라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언젠가는 극복해야 하지 않겠냐는 -누 가 들으면 크게 웃을 수도 있는- 오기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집어든게 이 책이다. 만약, 앞 표지에 실린 공동 작가의 플픽이 흔히 말하는 미인형이었 다면 -작가분들껜 미안한 얘기지만- 어쩌면 시작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 다. 얼굴에 드러나는 포스로 보건데 그들의 삶이 보통의 것은 아니었을 거라 는 기대가 분명 있었다.

기대가 완전히 들어 맞은 건 아니었지만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식 의 표현따위 정말 쓰고 싶지 않은데...;;) 생소한 이름과 지명 표기에서 오는 낯 설음. 산전수전 겪으며 이미 감정이 메말라 버린 40대 초반의 남성이 같이 공 감하기엔 너무 간지러운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 이 정도면 책장 넘기 는 손이 무뎌질 법도 한데, 뒤를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 텔링이 자연스럽게 다음 페이지로 이끈다. 비약이 심해 그 틈을 메꾸느라 버퍼링이 걸릴 때도 간 간이 있었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확실히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터진다. 끝까지 꾹꾹 눌러놓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면서. 이 정 도면 감질맛나는 전개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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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동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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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개를 읽곤 '별론데...'라고 생각하며 덮어두었다. 하지만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리뷰들을 보니 '괜찮다'라는 반응이 대세. 그렇게 살지 않겠노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건만, '내가 잘못된 건가?'라는 생각이 또 스멀스멀. 결국 나머지 두편을 마저 끝냈지만 처음 느낌 그대로. 젊었을 때야 나 잘난맛에 그까짓 것. 하며 가볍게 넘어갔지만, 패기도 의욕도 사라진 지금은 주류와 동떨어진다는 느낌이 그리 달갑지가 않구나. 잽도 자주 맞으면 훅 간다더니, 자주 부딪히다 보니 자연스레 수그러드는 건가? 서럽네.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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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의 쐐기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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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눈에 익었다. 사장님이 '핑크팬더' 일거라 했다. 그래, 그 영화였지. 코미디였는데... 내용은 커녕 봤는지 조차도 기억에 없다. 하드보일드 스크루볼 코미디? 책을 덮고나서 퍼뜩 떠오른 감상. 굵은 캐릭터들이 아기자기한 플롯안에서 우왕좌왕, 엎치락 뒤치락. 재밌다. 여성 독자들이 더 좋아할것 같은데... 일단 빌려주고 반응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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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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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좋게 당했습니다. 작가가 옛다 하고 던져준 힌트를 언제나처럼 아무 생각없이 흘려 넘기다 막판에 한 방 먹었습니다. 반전에 닳고 닳은 독자들에겐 어쩌면 그저그런 반전일 지도 모르는 이 작품의 결말이 개인적으로 남다르게 느껴진 이유는 이전에 읽었던 서술트릭의 작품들과 달리 이 책을 읽는 동안엔 중간중간 분명 '어랏! 이거 좀 이상한데?'라고 생각한 시점이 적어도 두 번 이상 확실하게 있었다는 점입니다.

서술트릭 작품이야 누가 뭐래도 제대로 속는 맛에 읽게 되는데 이 책은 마지막 반전이 밝혀졌을 때, '오호! 의외로구나' 라는 생각 말고도 '뭐야 이거?, 아예 숟가락으로 떠 넣어줬는데도 못 먹은거 아냐?'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는 겁니다. 작가가 군데군데 깔아놓은 복선들이 이번처럼, 칼날같이 날카롭게 뇌리에 번뜩이듯 스치고 지나간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벚꽃 피는 계절에...>의 결말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가는 느낌, <살육에 이르는 병>의 결말이 망치로 얻어맞는 느낌이었다면 <원죄자>의 그것에서는 완전히 우롱당했다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뭐, 진짜로 제가 멍청한 건지도 모르고요. ㅎㅎ

작가가 워낙 '얘도 범인, 쟤도 범인'인 것 같이 잘 만들어 놔서 600페이지가 넘지만 지루하다 느끼지는 않았는데, <벚꽃...>때 그랬던 것처럼 추리소설에 일면식이 없는 또는 추리소설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얻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추천해줬다간 제대로 욕먹을 수 있겠단 생각은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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