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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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올리는 일이 실은 두 가지 면에서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아직 국내에 소개가 되지 않은 작품인걸로 알고 있는데다, 약간은 우습게 들 리실 수도 있겠지만 ‘고단샤 인터내셔널’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발행된 영어 번역본으로 읽었기 때문인데 이 후자의 경우가, 작품을 읽고 해석 하는 독자 입장에서 생길 수 있는 실수의 폭을 우리글 번역본으로 읽었 을 때보다 훨씬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의 입장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두가 지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만약 이 글이 ‘미야베 미유키’여사의 것이 아니었다면, 35행으로 이루어진 페이지를 400여번 읽어나가는 일이 그 야말로 지루하고 고단한 작업이었을 거라는 겁니다. 창피하지만 말하는 저도 확실한 구분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좋 을런지 모르겠지만 여튼, 작가들 중엔 ‘글을 잘 쓰는 이’와 ‘이야기를 잘 하는 이’가 있다라는게 늘 저를 따라다니는 의견이었는데요, ‘미야베 미 유키’여사는 그중 후자 쪽에 좀 더 가까운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매번 여사가 쓴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글을 읽고 있는게 아니 라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작가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또 다른 사실 한 가지는 그녀가 창 조해 내는 캐릭터들이 무척이나 살아있어 보인 다는 점인데요, -이것 역 시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좋을지 난감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러니까 작 가가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이미지가, 제가 읽은 여타의 작품속 인물들 과는 좀 다르게, 제 머릿속에서 -그 둘이 매우 비슷할거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아주 또렷하게 그려진다는 점입니다.

이 책 ‘CROSSFIRE’에서, 주인공 여자의 남편 이미지가 짧은 순간 아내 의 묘사를 통해 -이 남편은 작품 전체를 통해 이 순간 단 한번(단순 언급 을 제외하면) 등장합니다- 머릿속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는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이것은 ‘미야베 미유키’여사 만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내면을 들 여다 보고 파악하여 자신만의 살아있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일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하고자 하는 말에 어울리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훌륭한 뉴스 아나 운서가 뛰어난 토크쇼 진행자가 되리란 보장은 없고 최고의 선수가 언 제나 명장,덕장이 되는건 아니라고 알고 있거든요.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국내에 아직 소개가 되지 않은 작품이기에 더더욱 (아니 그렇게 알고 있기에) 이 책의 줄거리에 대한 약간의 언급도 앞으 로 읽을 이의 흥미를 떨어뜨릴 지도 모른다고, 뭐 저는 그렇게 -영화건 책이건 모르는 만큼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확실한 것중 하나로 이 시시한 글을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다른 하나는, 만약 제가 영화제작자이고 여사의 작품중 한편을 영화 로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 주저없이 이 ‘CROSSFIRE’를 선택할 것 이라는 겁니다. (실제 영화로도 만들어 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단 한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이 작품이 나온 해가 1998년도인데 -단순 히 배경이 되는 소재만 놓고보면- 그간 10년 헐리우드에서 이 비슷한 장르(?)를 많이 해먹었던 터라 독자들에게 약간의 지루함을 선물할 수 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 10년이란 터울은, 제가 생각하기에, 유행에서 밀려나기엔 충분하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엔 조금 모자란 세월이니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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