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 the Rabbit Hole (Mass Market Paperback)
Peter Abrahams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0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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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나에게 맞는 -너무 어렵지 않고 또한 너무 쉬워서는 곤란한- 책을 찾기 위해, 딱히 손에 쥔 이렇다 할 정보도 없이 대형 서점의 ‘CRIME NOVEL’ 섹션을 우왕좌왕 건들거리던 저의 눈을 잡아 끈 것은 지금 소 개할 작품의 책 표지에 적힌 -“My all-time favorite. Astonishing.”-‘스티븐 킹’의 한 줄 헌사였습니다. 그의 작품을 단 한 권 읽어본 적은 없 어도 -기초가 된 영화들 중의 어느 한편이 수많은 누군가의 ‘HAVE SEEN LIST’에 분명히 들어있을 거라는 나름의 추측과 더불어- 세간에 알려진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그 직후 최종 결정에 이르렀던 시간은 이 책이 진열된 코너 앞에 서기까지 걸린 그것에 비하면 ‘찰 나’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06 Agatha Award Winner-Young Adult’란 타이틀은 그 가속페달에 올려진 또 하나의 묵직한 추 가 되었구요.)

생일로부터 3주 지난 미국 어느 변두리 마을의 13살 짜리 소녀가 주인 공임을 말하고 있는 책 첫마디로부터 떠오른 이전에 읽었던 14살 짜리 영국 소년의 세계를 무대로 한 첩보 액션 어드벤쳐 시리즈보다 조금은 더 쉽게 읽힐 것이라는 믿음은 10여 페이지를 넘기면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 전 수 많은 구어체 대사들과 우리가 흔히 ‘IDIOM’ 이라고 부르는 생소한 구절들, 그리고 제 수준의 영어에서 슬랭이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길이 없는 낯선 표현들과 ‘cul8r’같은 인터넷 채팅 용 어(?)들이 난무하는 알파벳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최고 수심이 가슴높이까지 밖에 오지 않는 얕은 풀에서 놀다가 키를 훌 쩍 넘기는 파도가 몰려오는 거친 해변으로 던져 진 것 처럼요…ㅋㅋ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학교 대표 축구 선수에 배우로서의 뛰어 난 재능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홈즈’의 일거수일투족을 외우고 있고 또 실천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셜로키언’ ‘잉그리드’ -그녀의 어머니 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으로부터 이름 지어진- 가 어느 날 우연히(여느 추리소설에서처럼) 같은 마을의 비교적 온전치 않은 정 신을 가진 중년 여자의 살인 사건에 말려 들게 되면서, 어찌하여 사건 현 장에 재수없이 남겨진 -자신이 그 여자와 죽기직전 사전 접촉이 있었다 는 사실을 탄로 낼 수 있는- 한 켤레 축구화로부터 시작된, 그녀의 비밀 단독 수사가 시작됩니다. 그러던 와중 이 책의 제목처럼(DOWN THE RABBIT HALL) 자신도, 살인사건도 어두컴컴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만드는 ‘ECHO FALLS’마을 의 음산하고 핏빛 묻은 과거사에 대해 하나 둘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고백하건대, 만약 이 책이 열 댓 명의 용의자들을 리스트 상에 올려놓고 범인 찾기를 진행해 나가는 고난도 수수께끼 풀이 식의 본격 추리소설 이었다거나 –그 뜻이 애매모호한 형용사들과 확실한 의미 파악이 쉽지 않은 명사들로 인해- 우리말로의 전이가 용이치 않은 문장들로 범벅 된 심리 스릴러였다면, 어쩌면 도중에 슬그머니 이 책을 놓아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청소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글 이기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작품은 중반 이후부터 굳이 ’16년 동안 추리소설만을 고집해온’ 이가 아닐지라도, 16권 정도의 목록은 필요할 지도 모르겠지만,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저 스스로는 범인이 밝혀지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앞서의 힌트처럼 보이는 것들이 거짓 암시 일 것이라고 생각한- 결말을 향해 나아갑니다.

(실은, 책을 읽는 동안 줄곧 따라다닌 생각이 있었는데요, -나이차가 있 긴 하지만- 독립심 강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것부터 그녀가 살고 있 는 마을을 사건의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엉 뚱함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가끔은 영어이기에 웃을 수 있는, 하지만 영 어라서 알아듣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비된- 코믹한 표현들, 이런 것들 이 ‘자넷 이바노비치’가 쓴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의, ‘원 포더 머니’ 달랑 하나로부터 추측해 보는 것이라 확신을 가지고 주장하기엔 턱없이 모자 라지만, 그것과 무척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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