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시민강좌 제29집
한국사시민강좌 편집부 지음 / 일조각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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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를 하면서 우리가 청산해야 할 가장 추악한 것의 하나로 양반 의식을 집중거론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양반을 거론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일상사속에서 아주 흔하게 쓰는 부정적 관념의 하나였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사시민강좌'29집을 보면서 양반이란 단어도 잘 아는 것처럼 익숙하게만 돌아볼 게 아니라 정확하게 평가하고 느껴야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야지마 히로시의 '양반'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우리 것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한 계승할 것과 버릴 것을 정확히 알고 살아간다는 것이 왜 필요한지 깊이 통찰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현대를 사색하면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주로 웹서핑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 시대는 말도 거칠고 매우 감각적인 것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국경의 구분도 없어지고 공간적 시간적 구별이 모호해지면서 나의 것에 대한 폭이 개인적인 범주로 축소된 듯 하다. 이런 때 우리들의 울타리를 넓혀줄 뿐만 아니라 정체성을 회복하면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사 속에서 제대로 사실들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사 시민강좌 29집은 나에게 각별한 의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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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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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진보적 색채의 대표격으로 여성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7,80년대를 청년으로 보냈던 우리 세대는 여성학 사회학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그후 살림살이에 지쳐가면서 남성의 우위를 당연하게 인정했다. 가정에서 남편을 중심으로 직장에서는 남성의 진급이 여성의 진급보다 먼저 되는 게 좋다는 식으로 말이다. 다만 딸과 아들의 구별은 없었던 셈인데 그나마도 내게 딸이 없으니 꼭 그렇다고 확언할 수만은 없겠다.

늦공부를 시작하면서 여성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싹터왔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관점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를 인식하였고... 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의 능력을 무시하거나 혹은 폄하하고는 어떻게 인류사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공분을 하면서도 내 일상에서 발견되는 차별에 대해서는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여전한 인습에 몸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여성사의 책을 많이 사두고도 재독한 '여성의 신비' 오숙희의 글, '이갈리아의 딸들' 그리고 '아주 작은 차이' 등을 읽었을 뿐이다. '아주 작은 차이'는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재의 우리가 겪는 것들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며 그에 대한 대처능력은 우리보다 오히려 진보한 느낌이 든다. 작은 차별에도 당당하게 맞서며 성애에 대한 표현을 인격으로 보는 태도에 압도당했다. 내게 있어서는 아직도 성은 비밀스럽거나 감추어져 있어야 좋은 듯한 관념에서 한발짝도 멀어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진보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과 의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학에 대한 관점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되리라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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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0 - 제3부 불신의 시대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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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남한 산성의 성곽 이십리를 밟아보는 산행을 하였다. 서문으로 해서 북문을 거쳐가는데 제법 높은 산자락 위로 한강이 유유하게 보였다.(홍수주의보를 거둔지 얼마 안된 시점이어서 정지된 미사리쪽의 한강은 황토색의 장대한 모습이었다.) 서울생활이 얼마안된 나로서는 한강의 몇몇 다리를 건너보기는 하였지만 한눈에 한강을 조망하기는 처음이었다.

마침 조정래의 '한강'을 읽고 있던 참이라서 한강에 대한 관심이 더 깊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자연으로서의 한강과 책제목으로 갖는 한강의 이미지는 무척 다르며 현대사의 중심부엔 한강이 있다. '태백산맥'으로부터 '아리랑'을 거쳐 '한강'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20년의 긴 기간동안 치열하게 집필을 하였고, 나는 십오륙년동안 읽기의 긴 끈을 붙들고 있었던 셈이다.

처음 '태백산맥'을 읽을 때 느꼈던 전라도의 징한 방언들과 짠한 마음의 감동은 '한강'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염상진이나 소화에 비하여 유일민과 임채옥에게서 느껴지는 이미지도 치열함이 덜하였다. 아마도 시대의 흐름(1980년대와 이천년대의 차이)과 이데올로기의 공존이 불가능하였던 우리 현대사의 공간이 구속하는 억압이 컸기 때문이리라.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이 다 녹아있으면서도 소시민의 일상의 생활을 지배하는 편린들을 바라보는 맛은 현대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고민을 배가시켰다.(평화시장의 전태일 열사와 활빈당의 김진홍목사의 삶은 각각의 수기나 소설을 통해서 볼때 치열함과 감동이 굽이치는데 반해 이 소설에서는 현대사의 정신사적 몫을 차지하는 정도, 그래서 나는 서사적인 느낌을 짙게 받았다.)

저자는 현대를 '분단의 강화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한 시대'라고 표현하였다. '오늘의 경제적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아래서는 수많은 우리들이 고통스러운 몸부림으로 서로 뒤엉키며 거대한 기둥들이 되어 떠받쳐 왔음을 본다. 그 기둥들은 고통과 아픔과 외로움과 눈물이 점철된 거대한 인간의 탑이다. 그건 숨김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리고 그 노역들은 단순히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땅의 비극을 풀 열쇠가 될수도 있음을 감지케 하기도 한다'는 작가의 말을 각권을 펼칠 때마다 읽으면서 생각을 하였다. 적어도 열번 이상 읽었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 민족의 과제는 '민주와 통일'이라고 배웠다. 민주사회의 구현은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만나게 하고 정치적, 경제적 자유와 평등의 문제는 당연히 분배의 문제를 첨예하게 가져온다.

평화적 통일국가의 실현 역시 서로 다른 체제에 대한 상호인정과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체제가 북한보다 물리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는 어떤 통일을 염원하는가? 진정 유일표가 꿈꾸는 세상은 가능한가?

억눌린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통해 밝음이나 꿈보다는 어둡고 실망스런 부분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 소설은 현대사의 실상을 분명하게 반영하는 리얼리티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 나는 개개의 삶을 민족과 사회적 삶으로 치환할 수 있도록 행위할 수 있는 것인지....' 소설을 다 읽고도 잘 모르겠다. 나를 희생하고 대의를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려는 마음, 여전히 내 자식에게는 잘 해줄수 없어야 타인을 위한 열림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2002년에도 동일하다.

세계화의 시대에 민족에 대해 지니고 있던 나의 냉소적인 가벼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소수민족이 지닌 민족주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통해서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 보기도 하였다. 나는 세밀하게는 못하더라도 서사적으로 표현된 여러 구성 인물들을 정리작업을 통해 다시 만나며 생각하는 작업을 지속하고자 한다.

자식에게 '태백산맥'을 베끼기를 요구한 작가의 당당함을 사랑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민족과 세계에 확장되는 태도를 아울러 존경한다. 많은 사람들이 서가에 꽂아놓고 보면서 틈나는 대로 빼어 읽고 또 생각하고 행동하는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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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1 - 민족의 형성과 민족 문화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엮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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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경력이 많은 역사교사이다. 다양한 역사 해석을 해줄 수 있는 역사교육을 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수능시험에 있어서 교육부의 책 한권으로 통일되어 있는 이점을 무시하지 못하는 교사이기도 하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7차교육과정의 입장이 많이 개입된 느낌도 들고 요즈음 관심을 갖게 하는 미시사 혹은 생활사 등에 대한 할애. 또한 여성과 그늘진 곳을 향해 던지는 관심 등은 참 좋다.

조금 흠을 잡아보자면, 문무왕이 통일을 하고 병기를 거두어 무장사를 세우고 불상을 만든 행위에 대하여 왜 투구를 빨리 벗었다고 하였을까? 김춘추의 대당외교에 대해서 당태종이 무릎을 치면서 '과연...'이라고 하는 것은 사료적으로 정확한 것일까 등등 사료적 측면에서의 해석에 단서가 붙는 느낌이 없잖았다.

화보의 다양한 응용도 돋보이는데 가끔은 어떤 화보인지 모를 내용들이 미루어 짐작해야함 하는 것이 불편하였고 지도의 경우 부분도를 삽입하면서 자른 선을 표시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인지... 되도록 미세한 내용들까지도 놓치지 말고 살펴서 보완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나의 의견을 적었다. 정말 너무 빠른 서평인 듯하다. 2권이 좋다는데 아직 1권도 다 읽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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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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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오래 살다보면 남성의 우월한 지위와 상황을 오히려 긍정하고 인정하는게 여자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페미니스트로 출발해서 이젠 현실 대타협자가 되어 남성중심의 사고와 행위를 쉽게 인정하면서 사는 것을 보면 말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방향의 하나로 잡고 또 내가 아들만 두고 있는 엄마로서 미래 사회의 성원이 될 내 아이들에게 성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를 심어주고 싶은 사람으로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설이지만 첫장의 출발이 신선한 느낌 - 여자가 당해야 할 고통을 남자가 당하고 있는데서 - 을 받았다. 단지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달라진 모권제 사회의 모습일까?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중간중간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부분이 많았다. 성애의 표시나 성기의 표시가 가감없이 이루어지는 것과 그것을 수용하는 개방된 모습도 자유롭게 느껴지고, 하지만 여전히 쑥쓰럽고 불편한 느낌도 든다, 이런 성적인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와 지는 것이 양성성의 평등을 구현하는 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자식에게 언제쯤 읽혀야 할는지 모르겠다. 일단은 여러사람의 독후감을 먼저 전해줄까 싶은 생각이 난다.

많은 점에서 여성의 평등이 확보되었다고 주변의 남자들을 말한다. 오히려 밥상으로 올라가는 시대가 되었다고 농담삼아 자신의 심중을 표현하는 남자도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할 만큼 평등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난 부정적인 답을 할 것 같다. 의식의 평등은 많이 찾아진 것 같지만 실생활에서 제도에서 아직도 여성의 평등은 멀었다고 생각이 든다. 좀더 이론적인 페미니즘의 연구를 하고난 뒤에 다시 한번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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