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시절 진보적 색채의 대표격으로 여성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7,80년대를 청년으로 보냈던 우리 세대는 여성학 사회학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그후 살림살이에 지쳐가면서 남성의 우위를 당연하게 인정했다. 가정에서 남편을 중심으로 직장에서는 남성의 진급이 여성의 진급보다 먼저 되는 게 좋다는 식으로 말이다. 다만 딸과 아들의 구별은 없었던 셈인데 그나마도 내게 딸이 없으니 꼭 그렇다고 확언할 수만은 없겠다.

늦공부를 시작하면서 여성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싹터왔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관점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를 인식하였고... 지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여성의 능력을 무시하거나 혹은 폄하하고는 어떻게 인류사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공분을 하면서도 내 일상에서 발견되는 차별에 대해서는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여전한 인습에 몸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여성사의 책을 많이 사두고도 재독한 '여성의 신비' 오숙희의 글, '이갈리아의 딸들' 그리고 '아주 작은 차이' 등을 읽었을 뿐이다. '아주 작은 차이'는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재의 우리가 겪는 것들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며 그에 대한 대처능력은 우리보다 오히려 진보한 느낌이 든다. 작은 차별에도 당당하게 맞서며 성애에 대한 표현을 인격으로 보는 태도에 압도당했다. 내게 있어서는 아직도 성은 비밀스럽거나 감추어져 있어야 좋은 듯한 관념에서 한발짝도 멀어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진보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과 의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학에 대한 관점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되리라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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