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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 속 역사 여행
신병주. 노대환 지음 / 돌베개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친숙한 고전 속에서 역사를 읽어내는 청소년을 위한 이 책을 읽었다. 춘향전, 심청전, 옹고집전, 장화홍련전 처럼 매우 친숙한 작품도 있었고, 설공찬전, 은애전 처럼 낯설은 작품에 대한 역사적 해설도 있었다. 대부분은 읽은지 너무 오래 되어서 줄거리조차 기억에 가물거리는 해묵은 이야기들 속에서 역사를 찾아내고 비역사성을 지닌 내용들 속에서도 당시의 사회가 안고 있었던 문제나 희망등을 읽어내는 점이 재미있었다.
요즈음은 생활사나 문화사 혹은 여성사에 대한 관심이 드높아진다고 하는데, 문학을 그것도 매우 낯익은 고전문학 속에서 역사를 맛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와 함께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저자는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로 잘 알려진 신병주, 노대환이며 읽기 쉽고, 그러나 가볍지 않으며 또한 생각의 꼬리를 물어갈 수 있음에 있어서 읽기를 권할 만 하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16개의 소설에 대한 삽화 가운데 춘향전을 예로 들어 말해보자. '대한민국 대표소설 "춘향전" 뒤집어 보기'로 시작하며 소설 속에서 역사적 설명이 얼만큼 가능한 것일까? 의문을 담고 있다. 이를 테면 상경한지 '1년여 만의 수석합격을 한 이도령은?' 정기시인 식년시에는 응시할 수 없었다. 소과를 치루지않은 상태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그는 국왕이 직접 참여하여 문제를 낸 후 당일에 바로 장원 급제자를 뽑는 시험인 알성시에 도전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사대부층의 모든 사람들이 과거에 목을 매달고 치열하게 공부하며 1만여 명 가운데 33명의 합격자를 뽑는 과거시험에서 장원을 했을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천재중의 천재였을 것이다.
이몽룡이 장원급제를 하였다면, 어사가 될 확률은 있지만, 어사란 왕의 측근에 있던 사람들가운데 임명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기때문에 좀 어렵다고 본다. 설사 어사가 되었다 하더라도 남원지방으로 내려올 확률은 상피제를 잘 적용시켰던 조선시대에는 거의 없다. 상피제가 아니더라도 파견지를 결정할 때는 '추생'이란 추첨제도를 사용했으므로 파견될 확률이 '1/400' 이었다.(춘향이 구하기 되게 힘들다!!)
한편 변학도가 춘향에게 큰 칼을 뒤집어씌워 죽이려면 자신의 목숨을 거의 내놓아야 하는 일이었다. "경국대전"에서 삼심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또가 임의적이고 자의적으로 형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반명 이몽룡은 실존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단지 양반이 기생과의 사랑놀이에 빠져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밝히지 않는 것이라 한다. 그의 성을 춘향에게 부쳐준 것도 실존인물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허구적인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수령의 부패와 탐학, 청춘 남녀의 사랑, 선비의 출세와 여성의 절개 등 조선 후기 사회에서 중시되던 덕목과 사회상이 적절히 반영되어 있으며 동시대의 서양에서는 피가로의 결혼이 회자되어 어떤 공통성을 보여주고 있다.